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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의 박물관 여행】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의 특별한 매력
【박찬희의 박물관 여행】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의 특별한 매력
  • 교수신문
  • 승인 2020.03.3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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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1784 유만주의 한양> 특별전. ⓒ박찬희

“특별전 시작했네. 어서 가봐야지.”

【】특별전이 열렸을 때 이런 반응이라면 이미 전시의 반은 성공이다. 나머지는 특별전 현장의 몫이다. 전시는 박물관의 생명으로, 상설전이건 특별전이건 모든 박물관은 전시를 하고 사람들은 전시를 보러 박물관에 간다. 전시를 본 사람들은 영화를 본 사람들처럼 박물관을 나서며 전시를 평가한다. 박물관의 큐레이터는 그들이 다시 오고 싶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그중 몇몇 전시는 오랫동안 입에 오르내린다. 성공적인 전시 사례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특별전 자체가 그 박물관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기도 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알찬 특별전으로 널리 알려졌다. 특별전은 상설전과 달라 상설전이 무난한 백반이라면 특별전은 맛있는 별식에 가깝다. 상설전은 대부분 차분한 반면 특별전은 통통 튀고 개성적이다. 특별전이라는 별식을 맛본 관람객의 반응을 알려면 사람들 얼굴을 보면 된다. 전시실을 나오면서 뭔가 뿌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많다면 그 전시가 재미있었다는 반응으로 해석해도 좋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특별전을 보고 나오는 밝은 얼굴들을 만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다른 곳에 비해 특별전이 자주 열리는 편이지만 단지 이 때문은 아니다. 

서울은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중심지였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조선의 수도였고 고려의 남경이었으며 백제의 오랜 수도였다. 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북적거리며 살아왔다. 그만큼 어느 지역보다도 이야기가 풍부하고 역동적이다. 서울의 싱싱한 이야기들이 방대하고 다양한 기록으로, 구전으로, 유적으로, 유물로 전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학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많은 연구자들이 서울을 연구해 서울은 굵직한 역사만큼이나 연구 성과가 풍부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다. 공간적으로는 서울을, 시간적으로는 조선 시대부터 현대를 전시의 범위로 삼았다. 역사의 무대가 멀리 떨어졌거나 가지 못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직접 발로 걷고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전시에서 구체적인 공간은 큰 힘을 발휘한다. 시간적으로 가까운 옛날은 공감할 여지가 크다. 본인이 어렸을 때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실감난다. 비록 먼 옛날이라도 어디선가 들어보거나 배워 크게 낯설지 않다. 게다가 연구 성과가 풍부해 알찬 특별전을 만들기 유리하다. 서울은 뛰어난 특별전을 만들기 위한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서울과 평양의 3·1운동> 특별전. ⓒ박찬희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좋은 조건을 갖추었어도 제대로 꿰었을 때 알찬 특별전이 탄생한다. 서울의 역사는 서울을 무대로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 점을 중요시하여 무엇보다 사람에 주목하였다. 그들은 역사를 주름잡았던 사람들부터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박물관에서는 거대한 담론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들의 미세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살폈다. 사람의 냄새와 사람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전시는 관람객을 강력하게 빨아들인다. 같은 유물이라도 사람과 연결되었을 때 관람객은 유물을 인상적으로 살펴보고 기억한다. 2016년에 열린 특별전 <1784 유만주의 한양>에서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양반 유만주의 일기를 바탕으로 1784년 그와 한양의 일상을 전시하였다. 방대한 일기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월별 주제에 알맞은 문헌과 유물을 찾아낸 덕분에 관람객은 그해의 일상을 직접 겪은 듯 생생하게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서울은 다양한 지역으로 이루어졌다. 일부 지역은 이름만 들으면 즉각 특정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개성이 강하거나 급격한 개발로 순식간에 변했거나 반대로 옛 모습을 올곧이 간직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곳의 역사와 문화, 구체적인 장소들,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에 집중하였다. 구체적인 지역을 바탕으로 한 전시는 땅에 단단히 뿌리박은 나무처럼 든든하고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친근하다. 2015년에 열린 특별전 <가리봉오거리>에서는 구로공단을 무대로 살아갔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부각시켰고 2019년에 열린 특별전 <북촌, 열한 집의 오래된 기억>에서는 열한 집의 이야기로 관광지 북촌이 아닌 생활 터전 북촌을 조명하였다. 

전시는 큐레이터가 공간속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이야기다. 관람객의 전시 몰입도는 얼마만큼 밀도 높고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에 달렸다. 서울역사박물관은 특별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세다. 사람과 장소를 주목하고 그 주제가 지금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관람객이 어떻게 전시를 보고 읽는지 고민한 결과다. 명품에 기대지 않는 탄탄한 이야기로 전시를 구성해 평범한 유물이라도 제 역할을 하고 관람객은 전시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쏙 빠져든다. 

특별전은 새로운 실험장이다. 전시 주제와 이야기의 전개에 맞춰 새롭고 신선하게 전시 공간을 만든다. 서울역사박물관의 특별전을 보러 갈 때는 공간을 어떻게 꾸몄을 지 기대가 앞선다. 2016년에 열린 특별전 <광통교 서화사>에서는 조선 시대 종로에 있던 상점인 시전을 실감나게 재현해 그 시대를 돌아다니는 듯 했다. <1784 유만주의 한양>에서는 파격적으로 공간을 구성하였다. 사각형으로 공간을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시실 중앙을 1년 열두 달 연표가 담긴 원형으로 만들고 주위에 각 달에 해당하는 작은 방을 만들었다. 관람객들은 동그란 생활계획표와 같은 원형 공간을 돌면서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였다. 

<1904 입체사진으로 본 서울 풍경> 특별전. ⓒ박찬희

뜻밖의 전시 장치는 관람객들에게 뜻하지 않은 놀라움을 주고 특별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도 특별전마다 재미있는 장치들을 사용하였다. 2019년에 열린 특별전 <서울과 평양의 3·1운동>이 대표적이다. 관람객이 부스에 들어가 독립선언서를 읽으면 그 소리가 녹음되어 다음 전시실에서 독립선언서 자막 영상과 함께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과정에서 전시를 보던 관람객은 전시에 참여하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지도도 재미있다. 박물관의 특성상 특별전 자료로 지도를 자주 활용하는데, 특별전마다 사용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2018년에 열린 특별전 <1904 입체사진으로 본 서울 풍경>에서는 입체사진의 무대가 된 장소를 그 시대로 돌아가 찾아볼 수 있도록 전시실 넓은 바닥과 벽에 해당 장소를 표시한 옛 지도를 붙였다.

서울역사박물관의 기획전시실은 찾기 편하다. 박물관 입구 좌우 외벽에는 대형 특별전 현수막을 걸어놓아 박물관에 오는 사람이면 어떤 특별전이 열리는지 손쉽게 알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서 왼쪽으로 가면 곧바로 기획전시실이 나온다. 기획전시실이 입구에서 가까워 모르고 지나칠 염려가 적다. 기획전시실 두 곳이 이웃해 한 전시를 보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전시실로 발걸음이 이어진다. 동선이 편하고 전시실의 규모가 적당한데다 두 가지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전의 매력을 더한다.

특별전이 열릴 때면 기획전시실 입구에 전시 설문지를 마련한다. 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의 특별한 매력은 관람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사람과 공간의 미세한 숨결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오랜 노력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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