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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교육의 틀을 다시 짜야한다
[대학정론] 교육의 틀을 다시 짜야한다
  • 논설위원
  • 승인 2001.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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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0 00:00:00
요즈음 이 땅을 떠나겠다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경제불안이나 정치불신이 遠因이라면 교육붕괴가 近因이다. 학부모들이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그나마 자녀들의 대학입학도 전망이 확실치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이 병든 지는 이미 오래다. 입시열풍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학원화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삐뚤어진 대입제도로 인해 초등은 중등교육에, 중등은 고등교육에 예속되어 있는 가운데 통상적인 교습과 육영 기능이 마비되어 있다. 급기야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치하는 정규학교의 空洞化 현상이 빚어지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관련 개혁조치가 연달아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국가의 百年大計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집권논리로 인해 개혁은 개악이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는 과외금지(1980년)는 과외비 증가, 대입 본고사 폐지(1996년)는 입시제도의 혼란, 고교 보충수업 폐지(1999년)는 과외 조장, 교원 정년단축(1999년)은 교육개혁 파행, 내신 성적제도(1999년)는 고교 성적 부풀리기, 그리고 수능시험의 난이도 하향조정(1999년)은 학력저하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 교육은 위기상황이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학교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방황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등교육은 ‘좋은 대학’을 위한 입시 대기장으로 전락하고, 고등교육은 ‘돈버는 공부’를 위한 취직 준비장으로 뒤바뀌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는 물론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교육기회의 증진과 질의 향상을 위해 제도적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마찰과 부작용이 그치지 않고 있다. 거의 모두 공통적으로 마주치는 문제는 국민교육의 목적이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에 얽매임으로써 교육의 공공성이 약화되고 경쟁력이 지나치게 중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중앙집권적인 교육체계아래에서 공사립을 불구하고 규제는 심한 반면 자율은 턱없이 낮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말하면서도 교육은 획일화되어 있다. 초중등교육의 평준화가 겨냥한 형평성은 다양한 교육 서비스의 제공을 막고 있다. 이러한 정부주도의 획일주의적 평준화 정책으로는 국민의 변화하는 다양한 교육욕구를 충족키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KDI 보고서가 지적한 자율과 경쟁의 도입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력중심의 사회관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교육을 여전히 지위상승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한 학력게임은 지속되기 마련이다. 자율이 소수 계층의 기회독점을 통해 입시경쟁의 악순환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는 바로 이 때문이다.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열화돼 있는 대학구조를 지역분산적으로 전공에 맞게 특성화시켜야 한다. 교육기회의 광역화를 통해 형평성을 도모하면서 교육내용의 차별화를 통해 다양한 전문인력을 키우려는 균형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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