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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교육공동체 : 독일] 더불어 살아가기
[마을교육공동체 : 독일] 더불어 살아가기
  • 교수신문
  • 승인 2020.01.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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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피히텔게비르게 초등학교의 학부모교육공동체 사례

독일 연방교육부는 전국에 있는 각급 학교 중에서 매년 15개의 우수학교를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베를린 피히텔게비르게 초등학교(Fichtelgebirge-Grundschule)는 2007년 학부모교육공동체 활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결과 교육의 질 향상을 달성해 내어 우수학교로 선정되었다. 

 베를린 시는 약190개국에서 온 이민자가 전체 도시민의 약20%를 차지하는 국제도시이다. 베를린 시내에 있는 피히텔게비르게 초등학교에는 약 85%의 학생이 이민자 가정의 학생으로 이중 80%가 터키 국적, 5%는 기타 국가, 나머지 15%는 독일계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80%의 학생이 저소득 가정에서 성장하고 있으나 이들 부모들의 교육열은 매우 높았다. 학교와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학생들의 성적이 좋지 않아, 학부모들이 희망하는 인문계 중고등학교인 김나지움이나 체험중심의 교육을 실시하는 레알슐레에 진학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주 학부모들은 교육법에 명시된 학부모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출석하나, 독일어를 이해하지 못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교사가 전달하는 교육정보를 이해하지 못해 자녀들의 적극적인 학교활동을 지원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학교는 독일계 학부모와 이주 학부모들이 협력하여 학교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학부모의 요구 분석을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이주 학부모들이 학부모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독일어를 이해하고 쓰고 말하지 못하는 기능적 비문해자이며, 교육수준이 낮아 자녀의 학업 지원이 어려운 것, 독일식 학교 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이 큰 문제로 도출되었다. 이에 학교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 및 공동체학교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독일어 소통이 가능한 터키 학부모들과 독일인 학부모들이 협업을 통해 학교의 공지사항 등을 이중 언어로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로 학교 가정통신문은 독일어와 터키어 등 이중 언어로 발송하였고, 학부모 모임의 진행도 반드시 독일어와 터키어의 2가지 언어로 진행하도록 하였다. 학부모 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테스크 포스 팀을 구성하고 학부모들의 과업을 5개 영역으로 나누어 팀별로 독일 및 터키 학부모들이 함께 일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학교는 독일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독일식 학교문화에 낯선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학부모로서 책임감을 갖고 자녀를 지도하도록 학부모의 역량 강화에 학부모교육목표를 세우고 실천에 옮겼다. 1차로 전체 학부모 총회를 소집하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자국의 음식을 조금씩 만들어 오도록 하였다. 각 학부모에게 이름표를 만들어 달아 드려 학부모로서 존재감을 갖도록 하고, 학부모라는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 주었다. 큰 강당에서 모여 총회를 열고, 한명씩 자신을 소개하는 아이스 브레킹 방법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도록 하였다. 이후 학부모들이 준비한 음식을 시식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친목의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식사 후 진행된 2차 모임은 반별로 진행되었다. 학부모들은 자치 활동조직인 학부모운영위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자녀가 공부하는 교실로 이동하였고, 담임교사는 그동안 학급 내 학생들의 학교생활 및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사안 등에 대해서 학부모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시급한 사안을 결정하도록 하여 모든 학부모가 학교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녀를 지도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모두가 퇴근 이후 학부모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도록 학부모회는 저녁 20~22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독일 및 이주 학부모들은 좋은 학교로 발전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스스로 학부모 활동을 기획 설계하도록 하였다. 이에 5개 팀이 만들어졌고, 학교는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프로젝트가 실천되도록 학부모 카페 등을 조직 운영하기도하였다. 학부모들은 자녀 지도 이외에 학교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포럼 등을 구성하고, 학교는 이러한 자발적 학습활동을 적극 지원하였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이주 학부모들은 학교 참여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다양한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이주 학부모들에게 독일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터키 부모와 자녀들의 방과 후 독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여 터키 학생들이 모국어를 잊지 않고 계속하여 배울 수 있도록 계속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활동은 학교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려는 독일 학부모들의 자원봉사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독일어 교육을 지원하는 전문 강사들과의 협동으로 진행되었다. 학교,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중도 입국 이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급격히 향상되었고, 학생들 스스로 학교교 육에 대한 책무성을 인식하고 수행해 가면서 피히텔게비르게 초등학교는 우수 학교로 성장하였다. 독일 및 터키 학부모들이 마음을 합쳐 자녀들의 교육의 질 향상이란 목표를 설정하고 단합하여 노력한 결과 우수한 학교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좋은 학교는 학교가 자녀를 양육하는 학부모와의 협업할 때 만들어진다. 저소득층, 이주 자녀, 학교 부적응 학생에 대한 지원은 관(官) 중심이 아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자발성을 이끌어 낼 때 성공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성공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 교육공동체의 특징은 학교와 학부모가 파트너십에 기초하여 협업을 통해 학교의 문제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원인을 찾아내고, 학부모의 요구에 기반을 둔 교육을 지원해 낼 때 만들어진다. 교육공동체 형성을 위한 학부모 활동의 방법은 학교가 교육 및 수업 정보를 학부모에게 제공하고 학교는 소통을 통해 학부모의 교육 참여권을 보장해 주는 것에 있다. 학교와 학부모 간의 협동을 통한 상생은 학생, 교사, 학부모 간의 만남과 소통, 관계 맺기를 지원하여 학부모는 헌법에 명시된 자녀 양육의 의무를 수행하고 국가는 의무 교육제도를 통해 모든 아동의 교육기회, 교육과정, 교육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데 있다.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강사 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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