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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출판동향 : 고대사의 새로운 연구성과 담은 책들
국내출판동향 : 고대사의 새로운 연구성과 담은 책들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10.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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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적 성과 기반 고대사 재해석

최근 들어 고대사 분야에서 새로운 발굴자료로 역사를 재해석한 사례와,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영역을 탐구함으로써 생겨난 견해들이 단행본 성과로 속속 출간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지난 7월에 나온 이도학 한국전통학교 교수의 '살아있는 백제사'(푸른역사 刊)가 대표적인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1997년 펴내 화제를 불러일으킨 '살아있는 백제사'를 증보한 책으로, 고고학적 자료를 재해석한 부분을 1백50여쪽 가량 추가시켰다. 이를 통해 저자는 백제왕실의 기원을 부여계로 보고, 만주방면의 백제가 내려와 서울지역의 백제세력을 흡수·통합했다는 기존의 정복국가론, 백제사의 발전단계를 읍락단계, 국읍단계 등 6단계로 설정하는 것 등 기존견해를 강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백제사에 대한 학계의 통설을 검증조차 하지 않고, 참고문헌도 자신의 책만으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들이 학계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백제사 관련연구자 10여명의 반응을 추려보건대, 저자의 업적을 나름대로 인정하고는 있지만,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것은 이런 저자의 학문방식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 동안 한국 고대사에서 소외돼 왔던 가야사 복원 작업도 지난해부터 활발히 성과물이 나오고 있다. 김태식 홍익대 교수의 '미완의 문명 5백년 가야사(전3권)'(푸른역사 刊)이 지난해 8월에 나왔고, 올해에는 '일본 속의 가야문화'(김문길 지음, 가락국사적개발연구원 刊), '대가야 연구'(김세기 지음, 학연문화사 刊) 등이 잇따라 나왔다. 가야사 연구자들은 "삼국시대에 가야가 보태져서 사국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평생 가야연구에 매달려온 김태식 교수는 위의 책에서 임나일본부설이 역사에서 삭제한 가야사를 부족한 문헌을 망라하고, 토기 한 귀퉁이에 남은 흔적, 칼과 돌에 새겨진 금석문 등을 토대로 유추해낸다.

최근에 나온 '고구려 해양사 연구'(윤명철 지음, 사계절 刊)는 해양과 육지에서의 역사를 합친 해륙사관으로 고구려사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획기적인 발상을 담고 있다. 고대국가와 해양활동의 시작, 해양에서 나타난 동아시아 질서의 변동과 역학관계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저자는 고구려가 동아시아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엿보고 있다.

이들 고대사 연구는 고고학적 발견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하지만 학계는 속속 나오는 고고학적 유물과 이를 토대로 한 역사재해석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 동안 구축해놓은 통사의 질서와 많이 다르다는 부담감, 그리고 새로운 주장들이 사료해석에 있어서 엄밀성이 떨어지고 유추의 정도가 심하다는 점 때문이다. 고대사 연구의 국면이 어떻게 펼쳐질 지 주목된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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