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8:10 (토)
"정부주도 구조조정 '대학 자생력'해쳐"
"정부주도 구조조정 '대학 자생력'해쳐"
  • 김봉억기자
  • 승인 2003.09.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민족사관고 '교장'으로 부임한 이돈희 전 교육부장관

이제 갓 부임한 교장의 입장에서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변했을까. "민족사관고는 특별한 학교다. 우수한 아이들이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영재성을 꾸준히 개발해 줄 수 있는 대학이 얼마나 되느냐"고 되묻는다. "초·중등학교는 세계적으로도 상위수준이라고 보는데 대학이 가장 허술하다. 학교 시설 개선과 교수자질도 높아지고 있으나 교육의 '질'관리는 부실하다"라고 비판했다. "대학교육의 급격한 대중화가 '질'관리를 느슨하게 만들었다"며 다소의 경쟁을 통한 긴장도 필요하고 경쟁관계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마련이 중요하단다. 그러나 '대학구조조정법안'을 만들면서 까지 정부가 나서서 '질'관리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잘라 말한다. "점수를 매겨서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정부가 나서면 당장은 효율적이겠지만 대학사회의 자생적인 발전을 해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학교 현장의 책임자인 '교장'으로서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접점을 찾기도 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대학이 서열화 되다 보니 학생들도 좋은 대학에 갈려는 의지가 많아져 중등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져 왔다." 또 "대학교육은 투자적 동기가 강한데 중등교육은 교육복지차원으로 유지할려고 하다보니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학입시제도를 만드는데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제도적 대안으로 고교졸업후 '대학준비학교'와 같은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학제를 마련할 수도 있고, 고등학교 설립형태도 다양화하며 개별학교도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족사관고 교장으로 실천하고 싶은 목표와 계획은 뭐냐고 물었더니 "민족사관고가 7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지금과 같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교육학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연구해볼 계획"이라며 "교육방법을 창의적으로 개발해 '새로운 교육방법의 진원지'로 민족사관고를 키우고 싶다"라고 교육학자다운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 한국교육개발원 등에서 일하고 있는 교육학자, 과학교육자 등 7명으로 '자문교수단'을 구성해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긴급한 사안마다 자문을 구할 계획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