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섭 예일신학대·조직신학
정신분석의 대명사인 자크 라캉은 그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인물이다. 그 동안 라캉과 정신분석은 우리에게 넘어야 할 산으로 생각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은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돌토의 정신분석 세계를 그의 저서 15권을 인용하며 소개한다. 돌토는 병원, 분석실, 세미나실에서뿐 아니라 방송, 강연, 인터뷰 등을 통해 아동치유에 참여한 아이들의 친근한 할머니였다. 우리 귀에 몬테소리, 삐아제, 클라인이 익숙하듯이 프랑스 사람들에게 돌토는 그런 존재였다. 국내에 잘 알려진 나지오 등의 동료들과 함께 1980년에 세운 '초록집'은 그녀의 정신분석 일생을 집약하고 있다.
라캉과 오랜 여정을 함께 한 돌토는 아이-엄마-아빠간에 숨겨지거나 오해된 가족사를 아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방법을 섬세하게 구축하고 열정적으로 실행한 분석가였다. 라캉이 상상계-상징계-실재계의 고리로 인간정신을 형식화했다면 돌토는 그 삼위체 중 말로서 직조되는 상징적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위상기하학 그림을 이용해 정신분석을 학문화하려 한 라캉과 가족주의 보금자리로부터 아동의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한 돌토는 서로 상충돼 보이기도 하지만 상호 보충하는 삶을 살았다.
"라캉은 여러분에게 이론화 작업을 통해 상징적 질서와 정당한 것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은유 작업이고, 그가 개념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화 작업입니다. 나의 역할은 그의 작업을 밝혀주는 일종의 은유적이고 환유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376쪽).
완역된 돌토 저서가 한 권도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은 돌토의 정신분석을 수박겉핥기로 간과해 버릴 여지가 있다. 라캉과 클라인에다 돌토를 비교해 놓은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전체적으로 볼 때 돌토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설명해 놓고 있다. 만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 정신분석가로 통하는 돌토의 정신분석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부담없이 소개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