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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사생활보호와 통계의 질
[學而思]사생활보호와 통계의 질
  • 이재창 고려대
  • 승인 2001.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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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고려대·통계학)
요즈음 들어 소위 DM이라고 불리는 광고우편 한 장 안 받아 본 사람은 없다. 우리가 의아해 하는 것은 도대체 내 이름과 주소를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것이다.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가구를 묶어 군집화하고 이들 중에서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요구될만한 소위 가망 고객을 분류하여 전화나 우편을 통해 마켓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절실히 필요한 것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해 주어 어떻게 알고 보내 줬을까하고 놀랄 때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프라이버시의 침해로 생각되어 그리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한때 전자주민카드 도입 여부로 사생활 침해 우려에 대한 큰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개인비밀보호에 관해서는 다시 사회적 무관심 속에 묻혀 버렸다. 좀 더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을 도입하면 사생활 보호와 시장 정보 전달의 기능을 모두 만족시킬 수가 있다. 통계는 국가와 사회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 정보는 이를 제공하는 국민들이 사생활 침해나 개인 정보의 노출로부터 자유로워야 수집 가능하다.
프라이버시의 침해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의 유형으로 본다. 즉 침입, 공개, 오인, 그리고 도용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금융거래나 전자상거래에서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재산적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무심코 건네는 주민등록번호와 직접 관련된다. 주민등록제도는 1942년 일제하에 기류제도로 출발하여 1962년 주민등록법에 의해 시행되어왔다. 초기에는 간첩의 색출이나 범인의 체포 등에서 신원확인용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모든 행정업무에서 쓰이고 있다. 그러니 13자리 주민등록번호에는 생년월일, 성별, 지역 등의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치안유지용 식별번호가 일상 상거래에 사용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외국에서는 사회보장용 개인번호는 개인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난수(Random)를 쓰고있다. 그러나 금용, 조세, 보험, 연금이나 재산의 등기 등에 사용되고 있는 우리의 주민등록번호는 누구든지 원하면 얻을 수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그 흔한 인터넷의 회원 가입이나 마일리지 카드에도 이를 요구한다. 선거 때마다 출마한 사람은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성명 등이 있는 선거인명부를 건네 받는다. 이러다 보니 우리의 주민등록번호는 원하는 자는 모두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이의 불법적 암거래 도 성행하고 있다.
정보생산을 위해 통계조사를 하게되며 조사자는 질문서를 통해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응답을 합해 개별응답자가 식별되지 않는 통계를 만들게 된다. 모든 행정업무나, 앞에서 언급한 마켓팅 전략에서도 개인단위 또는 소집단 단위의 통계를 선호한다. 기업에서는 이렇게 공적인 통계와 고객 의 거래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정보결합하여 데이터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정보결합에 가장 쉽게 쓰이는 것이 바로 주민등록번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한 사회보장번호의 오용을 막기 위한 법이 있어 심지어는 국가기관에서도 이 번호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개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아무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실제로 주민등록번호만 가지고도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하며 개인의 예금정보 등도 손쉽게 입수한다. 그럼에도 전자상거래나 TV 홈쇼핑에서도 이를 요구하고 있으니 신용카드번호와 결합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정보결합은 소지역 단위로 발표하는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활용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개인의 식별보다는 생활양상이 유사한 통계적군집으로 결합하면 된다. DM은 무명으로 주소 내에 사는 사람에게 전달하면 된다. 같은 주거에 새로 이사온 사람도 이전의 가구주와 생활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공식통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도 주민등록번호의 요구를 법으로 금지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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