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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 저작권
가짜뉴스와 저작권
  • 계승균 부산대·법학전문대학원
  • 승인 2018.10.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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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정치적·사회적 변혁을 겪으면서 언론이나 대중 사이에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용어 중 하나가 ‘가짜뉴스(fake news)’이다. 가짜뉴스의 번성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거의 유행어처럼 됐고, 특히 선거를 겪으면서 두드러진 인상을 줬다고 생각한다. 

21세기가 되며 인터넷의 발달과 1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가짜뉴스가 생산될 수 있는 기술적 환경과 문화적 배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 정보 통신망인 소셜 미디어는 가짜뉴스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주요한 영양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가짜뉴스를 법학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대부분 선거·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정치적 영역과 관련된 법(들), 즉 헌법, 형법, 선거법, 언론법 등에서 또는 민사적으로 주로 명예훼손이나 자신에 대한 부당한 평가로 인한 손해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불법행위법에서 가짜뉴스는 주요하게 다뤄졌다. 

그렇지만 창작법의 영역에서 보면 가짜뉴스는 고민과 창작이 섞인 저작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작물의 성립요건으로 우리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요건을 부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대법원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면 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설사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즉 저작물 성립에 어떠한 정치적, 교육적, 종교적, 도덕적 요소가 필요하지 않다.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등에서는 공공의 질서나 선량한 풍속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권리 자체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데 반해, 저작권법에서는 가치 판단을 유보하거나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발생하는 창작주의를 취하고 있다. 즉 국가로부터 어떠한 간섭이나 관리를 받지 않는다. 

확실히 저작권법은 가짜뉴스와 규범 친화적이다. 적어도 창작법의 영역, 저작권법만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가짜뉴스의 제작과 배포 자체에 법률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오히려 저작권법의 여러 규정을 살펴보면 장려한다는 느낌, 또는 장려할 수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물론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적 질서에 해당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인의 ‘법 감정’에 비춰 보면 가짜뉴스는 사회적 유해성을 가지고 있고, 법규범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국가의 공공질서 위반, 또는 선량한 풍속 위반에 해당하는, 즉 반사회적 질서행위이다. 그런데도 왜 저작권법에서는 이렇게 정당하다고 평가하고 권리까지 부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규범의 세계에서 바라보면 ‘저작권의 역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짜뉴스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규범의 세계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이념적 도구와 함께 창작을 보호하는 저작권이라는 규범의 도움도 받고 있어서 가짜뉴스는 규범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출구를 확보하고 있다. 즉 모든 규범이 나서서 가짜뉴스에 대항하려고 하지만, 저작권법은 오히려 이를 보호하고 어떤 면에서는 장려 내지 확장 가능성을 가지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규범의 상호저촉’ 또는 ‘모순적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1인 매체뿐만 아니라 가짜뉴스를 제작하는 기술 역시 정교해졌고, 1인 매체를 통해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것 역시 더욱 빨라지고, 더 많아질 수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이 시기에,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짜뉴스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규범적 대응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의 영역에서도 가짜뉴스를 새로운 주제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계승균 부산대·법학전문대학원
부산대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일본 훗카이도대 법과대학원 외국인객원연구원, 독일 뮌헨 막스프랑크 지적재산연구소 객원연구원을 했다. 현재 부산대 법학전문원에서 지적재산권법과 정부계약법 등을 가르치며 부산대 법학연구소 문화와법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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