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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비평 : 미술계의 주례사비평에 대하여
미술비평 : 미술계의 주례사비평에 대하여
  • 강성원/한예종
  • 승인 200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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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없는 비평...거대한 허위의식의 세계

 

강성원 / 한예종·미학

현재 미술비평은 비평의 내용으로 작동되지 않고 비평이라는 제도로 효과를 낸다. 작품에 관한 비평의 내용적 접근이란 비평가의 눈으로 본 특정 작품에 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에 관해 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작품에 가치를 매겨 좋고 나쁜 작품을 가려낸다거나 의미있는 문화활동을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간략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가치평가에서 비평이 객관적이어야 취지도 살고 비평이라는 일의 공공성이 담보된다. 하여튼 이런 이유 등으로 비평은 문화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활동장을 이룰 수 있었고, 비평과 비평가는 필요하고 중요한 임무를 띤 것으로 간주됐다. 비평은 제도가 된 것이다. 비평의 구체적 내용이 아니라 비평이라는 활동 그 자체만으로 비평내용의 공공성이 보장된다.

유럽의 경우, 비평에 관련된 다양한 양과 질, 성격의 매체가 있어 이해관계와 입장간의 경쟁, 이에 따른 비평적 기준의 차이 등이 생겨나고, 이들이 서로간에 일종의 비평의 공공성을 견인할 수 있는 비평 내적 견제 장치, 제도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미술계에선 이런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형성되기 힘들다. 주로 미술시장 의 열악하고 천박한 자본과 안목, 미술계 관련 공공기관의 올바른 정책 부재 혹은 역량 부족 때문이다. 비평을 견제하는 외적 제도도 없지만, 비평 내적 견제장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우리 미술계다. 결과적으로 비평가가 행하는 모든 활동은 같은 질적 등급의 비평적 활동으로 기능한다.

 
비평내용의 객관성과 공공성을 의문시할 때, 내 입장과 취향에서 볼 때 그렇게 보인다고 하면, 우리는 그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비평가가 활동하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생활을 유지해야한다고 할 때, 극소수의 미술매체에 싼 원고료로 작가론이나 리뷰를 쓰거나 아니면 전시서문을 쓰는 것이 고작이면서, 제대로 된 양과 질의 글을 쓸 수 있는 지면도 거의 없을 때, 비평가는 글품팔이 일일노동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비평가도 일일노동자로 남으려고 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들은 비평제도를 활용해 날품팔이 인생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비평의 객관성과 공공성은 발붙일 틈이 없어진다. 비평가들에게만 유독 군자로 살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우리 미술계에서 이러한 조건들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여지는 없다. 미술저널이 질과 양면에서 다양해지고 보다 공공적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고, 미술교육의 구조와 이념이 전면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현실에서 미술시장과 미술활동의 구조가 변화될 일도 없기 때문이다.

미술비평가란 타이틀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 작가론이나 리뷰 등 미술 비평적 글은 미술비평가의 이름으로가 아니라, 어느 대학교수나 강사, 혹은 다른 작가 등 개인의 이름과 직함만으로 행해져야한다. 이런 이름으로 행해지면, 행해진 비평은 그 개인이거나 그의 사회적 직업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본격적인 비평적 실천은 메타이론적 차원으로 이행돼야 한다.

허위의식이란 말이 있다. 허위의식이란 의식의 허위를 비판하는 개념이다. 비록 허위의 의식일망정 허위의식이 보다 나은 개인적 생존조건을 가능케 했던 경험이 많았다면, 허위의식은 자신을 변명할 수 있다. 만일 삶의 어느 한 부분만이 허위의식으로 진행된다면, 일정 부분의 허위의식은 비판, 타도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허위의식은 서로 공생하며 전체적으로 움직인다.

모든 세상살이는 굳은살처럼 단단해진 관행이라는 이름의 허위의식으로 단단히 하나가 돼 엉켜 있다. 전면적 허위의식을 비판하는 일은 보다 총체적이고, 정교해야 효과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교하고 총체적인 비평상의 면모를 갖추는 일은 필요하다. 비평은 이제 좀더 구체적으로, 특수한 현실국면들의 양가적 의미들을 정교하게 살펴 나아가는 총체적 이념이론으로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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