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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체육계 적폐, 그 필연적 유산
[學而思] 체육계 적폐, 그 필연적 유산
  • 이대택 국민대·스포츠건강재활학과 
  • 승인 2018.04.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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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택 국민대·스포츠건강재활학과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한 선수가 뒤쳐진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에 들어온 그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댓글들은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 막다른 길 끝에는 빙상계의 오래된 권력구조와 부패가 얼굴을 내비쳤다. 굳이 따지자면 새삼스럽지 않을 얘기지만, 빙상계가 한 특정 지도자에 의해 지난 십수 년간 좌지우지됐다는 내용이 그 이야기의 종말이었다. 그런데 고작 올림픽이 폐막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이 이야기들은 벌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체육계에 존재하는 권력구조와 그 횡포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조직의 사유화뿐만 아니라 승부조작이 그러하고 입시부정이 그러하며, 인권유린 또한 익히 잘 알려진 체육계의 적폐이자 비리다. 갑갑한 것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참 오래도록,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조금 나아졌을 것이라 위안하고 기대하며 평가한다지만, 그 내용과 방식들만큼은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더욱 조직적으로 내면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알려져 있지 않을 뿐 그들만의 행동양식이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듯하다. 따지고 든다면 부당하고 부정한 일들이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이란 뜻이다. 적폐의 존재는 문제로 보이지 않는 사소한 것들에서 크게 발전하거나, 문제로 보이지만 이를 고치고자 하는 이유와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에서부터 발전한다. 적폐의 속성은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여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들이 짧은 시간 내에 간단히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적폐는 고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며, 그것들은 나름의 필요성과 합리화라는 이유로 지속되고 있다. 그러니 적폐는 고치려 해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체육계에서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 묵은 가치와 합리는 우리가 그리도 열광해마지 않는 승리와 메달이다. 

권력횡포와 승부조작, 입시비리와 인권유린은 윤리와 양심에 위배되는 것이며 따라서 그러한 것들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기대하지만, 마주하는 현실은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체육계도 사람 사는 공간이고 여기에서도 그 흔한 생존투쟁이 존재한다. 나만 그러한 것도 아니고, 내가 버틴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설령 나 혼자 안간힘 쓰며 버틴다한들, 돌아오는 것은 지지나 응원이 아니라 손가락질과 ‘영원한 퇴출’뿐이다. 다 같이 살자는 그 흔한 레퍼토리는 함께 땀 흘렸던 끈끈한 동기애와 선·후배관계로 무장되고 강화된다. 집단적 관행은 최소한의 피해로 치부되며 자신들의 의식과 감성을 지배하도록 방치됐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린 선수들은 이런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체육계의 집단성과 관행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적폐들이 공공연히 허용된 가장 큰 배경에는 국가주도의 체육진흥정책이 있을 것이다. 언론을 비롯해 오피니언 리더들의 관심은 승리와 국위선양이라는 기치에 있었고, 우리가 체육과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용과 과정보다는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으며, 그 결과들은 부정한 과정을 덮기에 충분했다. 승자만 살아남았으며 승자의 위치는 달콤했다. 누가 뭐래도 국가를 위한 일이었으며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어린 후배들에게 그 승자들은 귀감이 되기도 했다. 체육계의 목표와 목적은 명확했고 그것만으로 충분했으며 그것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됐다. 하지만, 사회가 변했다.

체육이 사회와 격리된 것이 아니라면, 체육이 사회적 가치나 관심과 동행하며 지금까지 왔다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사회와 같이 가야 한다. 이제 사람들은 체육이나 스포츠가 더 이상 국가의 이득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한 때 위용을 과시했던 국가의 체육진흥책은 이제 그 생명력을 다했다. 새롭게 확장된 개념의 스포츠를 사회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스포츠기본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체육계의 적폐는 오래된 미래였으며, 법과 정책의 보호 아래 필연적으로 잉태된 유산에 ‘불과’하다. 체육계 적폐는 청산의 대상이지만, 근본적으로 적폐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가치와 비전을 담은 법과 제도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체육계의 적폐를 사라지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이대택 국민대·스포츠건강재활학과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운동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연구위원회 리서치 펠로우로 미연방육군환경의학연구소에서 연구했다. 주요 저서로는 『인간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가』, 『비만히스테릭』, 『영양시대의 종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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