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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2001년 ‘지역문화의 해’ - 지역문화연대의 필요성
[특집기획] 2001년 ‘지역문화의 해’ - 지역문화연대의 필요성
  • 교수신문
  • 승인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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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20 14:46:20
중앙과 지방의 이분법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지역’은 낯선 개념이다. 이 또한 당연한 것이 은연중에 또는 노골적으로 차별과 소외를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관습처럼 당연 또는 필연으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지역’이란 말은 지나치게 평등과 자율을 함유한 개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지역문화에 대해 말한다면, 서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방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 고향이나 시골, 또는 황토색 가득한 논밭과 송사리 잡던 개울이거나 푸른 바다부터 연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향토음식, ○○문화재, ○○아가씨, 종갓집, 고적, 사투리 등이 생각나고 이와 더불어 촌스러움과 고아함, 정겨움과 역겨움, 아늑함과 답답함 등이 뒤섞여 느껴질지도 모른다.

‘지역’과 ‘연대’는 수평적 개념

중앙과 지방을 구별하는 것은 동과 서, 흑과 백, 선진과 후진, 중원과 변방을 구별하는 것과 동일한 코드이다. 특히 문화는 이런 구별의 흐름을 타고 확산된다. 확산되기에 앞서 이미 구별의 필연성과 타당성이 교육이나 언설을 통해 이론과 실례로 조작되어 파급된다. 따라서 문화의 수용자는 꼼짝없이 주어지는 문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찌 그렇게만 여겨졌을 것인가? 이미 오래 전부터 중앙과 지방의 구분이란 자의적인 것에 불과하며, 힘을 쥔 자의 발상일 따름이라는 인식이 존재했다. 제주도를 예로 들자면 변방의 삶에 대한 고민이 온갖 민란이나 기의로 구체화되고, 아기 장수의 설화에서 볼 수 있다시피 지역의 독립 의지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근본적으로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는 내가 내 지역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바램이 중앙문화의 무차별 공세와 재생산 요구에 저항하면서 끝내 지역문화의 한 기둥으로 남게 되었다.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지역문화의 뿌리는 바로 이것이다. 물론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탈 중심의 사조가 유행하면서 이러한 논의가 증폭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근간에는 ‘내가 왜 소외당하고 차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자신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역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역이란 개념이 그런 것처럼 연대라는 개념도 수평적이다. 지금까지 公私를 막론하고 중앙과 지방은 본부와 지부, 상부와 하부의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민예총’도 서울에 본부가 있고, 지방에는 지부가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연대는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우리가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힘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힘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다. 만약에 우리들의 연대가 새로운 중앙을 꿈꾸기 위한 세력간의 연합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새로운 패권주의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지역문화 연대는 왜,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 것일까? 지역문화의 연대는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내적으로 해당 지역의 구성원들과 밀접한 연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문화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다른 곳에 비해 탁월하게 많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근원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대로 이미 지역문화는 오랜 세월동안 중앙문화에 의해 침식되어 왔으며, 그 상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문화의 정점에 있다는 축제가 전국에서 8백여 개가 넘는 데도 불구하고 지역문화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나 연예인 초청을 주무기로 관객을 유도한다거나 전체적으로 대동소이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은 지역문화의 빈사 상태를 실감하기에 충분할뿐더러 지역문화의 홀로 서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지역문화를 창달한다는 것은 자칫 명분만 남고 극복해야될 중앙문화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지역문화를 고민하는 이들은 일반 대중들의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대중들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지역문화 운동이 시민운동, 대중운동과 긴밀한 연대를 맺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문화 홀로서기의 어려움

다음 외적으로 지역간의 문화 연대가 필요하다. 단순히 친선교류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지역문화의 질적 향상은 물론이고 지역간의 상호 이해와 동질감 획득, 그리고 상호 비평과 감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지역간의 문화 연대는 중앙의 문화적 패권주의를 타파한다는 명분과 더불어 문화적 소외를 없애야 한다는 공동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간의 문화 연대를 통해 바로 이 점을 감시하고 비평하며 협조해야만 한다.
물론 지역간의 문화 연대는 단순히 문화운동가나 생산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내부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파급되어야 하며, 그 속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지역간의 문화 연대는 연대와 동시에 파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화운동의 성격을 띄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사는 땅에서 우리의 시각과 생각으로 우리의 소리와 몸짓, 우리의 고민과 갈망, 우리의 슬픔과 절망을 그대로 품안에 안을 것을 선언해야할 것이다. 그것은 삶의 욕망이자 충족을 위한 몸부림이며, 지역문화의 연대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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