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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우엘벡의 『복종』 다시읽기
미셸 우엘벡의 『복종』 다시읽기
  •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 승인 2018.01.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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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특별한 경력이 없는 교수에게 1천300만 원이 월급으로 지급되는 대학이 있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방 세 칸짜리 아파트도 무상으로 제공된다. 강의는 교양수업 정도만 맡으면 되고 원한다면 박사과정 학생 지도를 맡지 않아도 된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연구 활동에 쓰면 된다. 더욱 놀라운 일은 아내를 세 명까지 둘 수 있고 대학에서 중매쟁이를 통해 새로 맞을 아내를 소개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임용 조건이 있는데 이슬람교로 개종을 해야 한다. 파리 소르본 이슬람 대학 이야기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세계의 석학들이 이 대학에 몰려들 법도 한데 2022년 프랑스에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면 세워질 미래의 대학이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눈치 챘겠지만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이 지난 2015년에 발표해 프랑스는 물론 유럽 사회에 충격을 불러일으킨 『복종(Soumission)』(문학동네)의 내용이다.

최근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2050년에는 유럽 내 무슬림 인구가 7천500만 명에 달하고 그 비율이 스웨덴은 30.6%, 독일은 19.7%, 프랑스는 18.0%로 예측했다고 하니 우엘벡의 가상 소설이 완전한 허구라고만 말하기도 힘들어졌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의 연구 결과도 그렇고 우엘벡의 소설도 결국 서구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공포, 즉 이슬람 포비아와 관련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2014년에도 프랑스의 작가 에릭 제무르는 『프랑스의 자살』에서 프랑스의 정체성의 위기를 지적하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교도들을 그들 나라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우엘벡의 『복종』은 출간 당시 이슬람 정당이 프랑스에서 국민전선(FN)과의 결선투표를 통해 집권에 성공하고, 특히 교육과 사회, 문화, 종교 영역에서 이슬람화가 가속화된다는 미래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서 유럽 사회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이슬람 공포증이라는 시각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면 소설 곳곳에는 프랑스가 겪고 있는 가족의 붕괴라든지 종교적 위기가 그런 위기 의식의 내부적인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40대 대학교수 프랑수아는 위스망스 연구자로서 대학에서 나름대로 명성을 얻고 있었지만 이슬람이 집권당이 되면서 실직을 하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그는 총장이 제시한 임용조건을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들이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간다. 그는 독신이지만 평소에도 여러 여자들과 동거를 했으니 아내를 셋 둔다고 해서 삶이 별로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았고, 어차피 무신론자이니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40대 교수의 삶은 여느 프랑스인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택한다. 물론 동거 대상은 복수의 젊은 여자들이고 나이가 들어 노쇠하기 전까지는 비교적 쉽게 상대를 찾을 수 있다. 부모와 연락을 주고받은 지는 십년이 넘었고 아버지는 이혼하고 동거 생활을 시작했으며 어머니는 고립되어 프렌치 불도그와 인생의 마지막을 보낸다. 어머니의 죽음은 사체 인수 독촉장을 받고서야, 아버지의 경우는 재산 상속 서류를 받고서야 알게 된다.

프랑수아에게 가족의 부재는 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성은 고립감과 우울감에 대한 치유책처럼 보인다. 조부모 세대의 종교인 가톨릭은 더 이상 현 세대의 삶과 도덕, 가치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들은 스스로 무신론자들이라고 믿고 있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영혼 없는 육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좀비 가톨릭 세대’에 불과하다.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무신앙과 정교분리에 따른 종교적 위기는 가족의 붕괴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런 프랑스 사회가 “여자의 복종과 선조에 대한 존경 등 여전히 자연적인 위계질서에 의해 지배되는 전통문화를 고수하는 이민자의 대량 유입”을 두려워하고 나아가 그들의 종교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지도 모르겠다.

이와 같은 이슬람 공포증에 대해 인류학자 엠마뉴엘 토드는 『샤를리는 누구인가?』(희담)에서 그것이 테러리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이슬람 공포증을 선동하고 우엘벡과 제무르의 책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의 보수화된 기득권층이자 이른바 ‘좀비 카톨릭’의 후손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슬람이라는 소수 종교에 대한 낙인찍기와 이슬람을 프랑스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칭하는 것을 일삼는” 언론의 횡포가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만 난민들의 유입이 계속되고 테러가 끊이지 않으며 실업과 경제적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프랑스 사회에서 토드의 주장보다 우엘벡이 보여준 미래상에 공감할 대중들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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