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9:30 (일)
심도있는 분석과 방향 모색을
심도있는 분석과 방향 모색을
  • 박오복 순천대
  • 승인 2003.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쭦독자연속기고 : 교수신문에 바란다

순천대·영문학

내가 언제부터 교수신문의 애독자가 되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처음 신문이 내 연구실로 배달됐을 때 투덜거렸던  기억은 생생하다.

구독 신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몇 달씩이나 신문을 줄곧 넣어 주다가 종국에는 신문대를 내라며 억지로 떠맡기는 일과 실갱이를 여러번 해본 경험 때문에, 교수신문을 처음 받았을 때도 짜증부터 났다.

또 무슨 신문이람. 더욱이 일방적으로 배달되는 우편물들의 대부분의 이데올로기는 너무 뻔하다는 생각 때문에, 그저 책상 구석으로 밀쳐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마 점심 후 나른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차를 마시면서 그저 심심풀이로 교수신문을 집어들었었고, 의외로 흥미롭게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다. 그 후 교수신문이 올 때마다 거의 빼지 않고 읽게 되었고, 구독료를 기쁜 마음으로 냈으며, 어느 사이 나도 모르게 신문을 기다리는 독자가 된 셈이다.

나에게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되었다. 우선 다른 교수들의 생각과 생활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그로 인해 갖게된 공감과 유대감이었다. 학교생활에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고민과 생각들이 다른 교수님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고 위안이 됐으며, 또한 학문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다른 교수님들의 모습은 게으르게 일상에 함몰돼 가는 나를 자극하고 되돌아보게 했다. 그런 면에서 해직과 재임용 탈락교수들에 대한 교수신문의 따뜻한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둘째, 대학과 교육에 관련된 법, 정책 등 그 때 그 때의 쟁점과 대학이 제도적으로 부닥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기사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분석과 논쟁은 그저 막연하게만 느끼거나 알고 있었던 제도적, 구조적 모순과 그에 대한 개혁에 대해 좀더 종합적인 시각을 갖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학문적인 여러 논쟁과 굵직굵직한 여러 학술 기획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우리 이론의 재검토와 같은) 잘 모르고 있었거나 산발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론들을 나름대로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대학과 관련된 제도나 법, 그리고 그것의 실천에 관해서는 단순히 소개나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그쳐버리는 점이었다. 교육개방이 눈 앞에 다가와  있는 현 시점에서 특히 그런 면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방향의 모색을 교수신문에게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