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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폐허에서 가장 먼저 새싹 틔운 식물
원폭 폐허에서 가장 먼저 새싹 틔운 식물
  • 윤상민
  • 승인 2017.12.18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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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90. 쇠뜨기
쇠뜨기 사진출처=국립중앙과학관
쇠뜨기 사진출처=국립중앙과학관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됐던 일본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새싹을 틔운 식물이 쇠뜨기였다고 한다. 방사능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땅속 깊숙이 뿌리를 뻗는 탓으로 그만큼 억세고 검질긴 식물이어서 없애버리기 매우 어려운 잡초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때 우리나라 쇠뜨기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소문이 돌아 말짱 꺾이고, 뽑혀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이없게도 누구하나 눈길을 주는 사람 없이 온 논 밭가에 미어터지듯 아예 쇠뜨기천지가 됐으며 밉상스런 애물단지, 눈치꾼신세가 되고 말았다.

]쇠뜨기는 속새과의 양치식물로 양지에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흑갈색의 땅속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는다. 쇠뜨기 같은 양치식물은 민꽃식물(隱花植物)로 종자대신 홀씨(胞子)로 번식한다. 그리고 羊齒植物이란 말은 잎사귀가장자리가 꼭 까칠까칠한 ‘양의 이빨(羊齒)’을 닮았다해 붙은 이름이다. 그리고 양치식물은 뿌리·줄기·잎의 분화가 뚜렷하고, 물관부와 체관부가 발달한 관다발식물(維管束植物)이다.

쇠뜨기(Equisetum arvense)는 전 세계에 25종이 있고,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북반구 온대에도 분포하는 아주 공격적인 식물(invasive herb)로 우리나라에는 쇠뜨기·개쇠뜨기·물쇠뜨기·능수쇠뜨기 등 8종이 있다 한다. 이들은 생존력에 세어서 우리나라전역의 산야·시냇가·논두렁·밭둑 등에 자생한다.

앞의 학명(속명)인 Equisetum은 식물체모양이 말(Equus)의 억센 털(seta)을 닮았다는 뜻으로 잎이 달린 영양줄기를 잡아채 한 다발 움켜쥐어보면 마치 말꼬리처럼 보이기에 서양에서는 쇠뜨기를 보통 ‘field horsetail’라 부른다. 참고로 현대자동차 ‘에쿠스(Equus)’는 ‘말(馬)’이란 뜻이다.

쇠뜨기는 유별나게 생식줄기와 영양줄기가 따로 있다. 광합성을 하지 않는, 포자를 만드는 생식줄기(生殖莖, fertile stem)는 퍽이나 이른 초봄에 먼저 솟아나고, 광합성을 하는 녹색 영양줄기(營養莖, sterile stem)는 생식줄기가 시든 다음에 촘촘히 나서 여름을 지나 늦가을까지 내내 싱싱하게 자란다.

3~4월 즈음에 땅속줄기로부터 일찌감치 생식줄기가 나오는데 생식줄기(포자체) 끝이 뱀 대가리를 닮았다해 ‘뱀 밥’, 또 생식줄기가 몽실몽실한 것이 붓의 끝을 닮아서 ‘筆頭葉’이라 한다. 생식줄기는 다육질로 황백색이고, 10~20cm 키에 직경 3~5mm이며, 꼭대기에 10~40mm의 갈색 포자낭이삭(胞子囊穗, spore cone)이 있다. 생식줄기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포자가 떨어지면 곧 말라죽는다.

포자에는 홀씨를 튀어나오게 하는 실 모양의 彈絲 4가 있어서 건조하면 포자를 탁 튀겨 멀리 날려 보낸다. 포자는 발아조건이 맞으면 싹을 틔워 前葉體로 자라나고, 전엽체에는 장난기와 장정기라는 암수의 생식기가 생겨 난자정자가 수정을 거친 후 영양줄기가 될 싹이 자라게 된다. 

흔히 쇠뜨기란 영양줄기를 말한다. 영양줄기는 진녹색으로 곧추서고, 높이 20~40cm, 줄기지름 3~4mm이며, 속이 비었고, 길이 5mm 정도의 잔잎은 돌려난다. 또 줄기는 마디가 많으니 마디사이의 길이는 2~5mm이고, 어떤 줄기는 20마디가 있으며, 마디에는 껄끄러운 모(稜線)가 나고, 비늘 닮은 돌기가 돌려난다.

여느 식물과 달리(드물게) 땅에서 규소(Si, Silicon)성분을 많이 흡수해 세포막에 규소가 10%나 들었다. 그래서 쇠뜨기로 쇠의 녹을 닦았고, 쇠그릇이나 가구를 문질러 반들반들 광을 냈으며, 손톱을 문질렀다.

그리고 어린 싹인 생식줄기를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나물로 해먹고, 이뇨·혈압강하·심장수축력 증가·지혈 등에 썼다한다. 쇠뜨기(영양줄기)는 칼슘·칼륨·망간·마그네슘·인·식이섬유소·식물성스테롤·타닌·알칼로이드·사포닌·플라보노이드·비타민A,C,E 등이 들었다. 그래서 보통사람들(民間)이 약재로도 사용했으니 추위에 몸이 얼어서 생기는 피부의 손상(凍瘡)에 썼고, 또 차로 달여 먹었으며, 콩팥이나 요도이상·류머티즘·통풍·토혈·월경과다·지혈약으로 써왔고, 여드름치료성분인 규산이 풍부하게 들어서 지성피부·피부습진 등에도 사용했다한다.

아무튼 공치사가 아니었나보다. 名不虛傳이라고 하더니만 쇠뜨기는 누가 뭐래도 쓰임새 많은 신통방통한 약이라 해도 될 성싶다. 그러나 명약식물들도 유행을 타는지라 한창 유난 떨던 쇠뜨기도 이내 한 물 가고 말았다. 무릇 달도 차면 기운다 하듯이 약용식물도 인기가 성쇠를 거듭한다.

그리고 쇠뜨기는 토양의 산성을 가늠하는 식물이다. 행여 어느 논두렁·밭두렁·강둑에 이 식물이 많다면 어쩌면 그곳에 농약이나 비료를 잔뜩 뿌렸다는 것을 뜻한다. 또 쇠뜨기는 세포 속에 규소성분뿐만 아니라 금(Au)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옛날에 금광의 채산성을 헤아리는 指標種(indicator species)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아울러 태초에 쇠뜨기조상식물로 여겨지는 속새(Equisetum hyemale)는 까마득히 약 3억 년 전 고생대 석탄기에 크게 번성했다하고, 1억5천만 년 전 중생대백악기에 초식공룡들의 먹이식물이었다. 그 때는 키가 수십 미터였지만 지금은 겨우 십 수 센티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쇠뜨기나 속새는 일종의 ‘化石植物(fossil plant)’에 가깝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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