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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하고 기적 같은 受賞 … 쉽지 않지만 예술의 길 계속 갈 것”
“과분하고 기적 같은 受賞 … 쉽지 않지만 예술의 길 계속 갈 것”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12.18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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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PEN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하는 서용좌 전남대 명예교수

2017 PEN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의 영예는 서용좌 전 전남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교수신문>에 인기 연재칼럼 ‘서용좌의 그때 그 시절’을 집필했던 서 명예교수는 이화여대 독문학과 1회 졸업생으로, ‘글쓰기’에 좀더 매진하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강단을 훌쩍 떠난 전력을 갖고 있다. 발표한 작품으로는 『열하나 조각그림』, 『흐릿한 하늘의 해』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이 생소하다면, 번역서 『카프카처럼 글쓰기』,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카프카의 편지 1900~1924』(카프카 전집 등을 기억하면 충분할 것 같다.

독문학자인 그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평생을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의 소설들에 파묻혀 살다보면 하이에나로 변해가는 환상에 두려울 때가 있다.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의 소설들을 파먹느라 자판 위를 달리는 손가락들이 하이에나의 발가락처럼 넷씩으로 변하고, 꼬리에 수북이 털이 돋는 느낌에 소스라친다. 그런 순간이면 ‘새글’을 열어서 내 글을 쓴다, 갑자기 아주 서툴게.”( 『흐릿한 하늘 아래』 ‘작가의 말’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서 명예교수가 비록 중학 시절에 교지에 ‘시’를 발표한 ‘문학소녀’인 것은 틀림없지만, 소설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소설쓰기가 무엇인지 배워 본 적도 없이. 무엇보다 외국어에 매달려 살면서 그 반작용으로 우리말로 살고 싶었던” 마음에서 소설쓰기에 도달했다.

그의 소설쓰기는 자력에 의한 ‘퇴임’ 이후에 더 깊어졌다.  『흐릿한 하늘의 해』를 발표한 뒤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곧 다가올 정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명퇴’를 한 것은 충동이자 절실한 선택이었다. 강의하던 것을 정리해서 『도이칠란트 도이치 문학』으로 내놓고는 회의가 깊어졌었다. 평생 공부한 것이 이 부끄러운 수준이구나, 해도 해도 잘 안 되는 것 그만 하자, 교수라면 객관적으로 책임이 막중하지만 글 쓰는 일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겠지……. 그래서 교단을 떠났다. 소설로 등단은 했었지만 여전히 무명이었고, 그건 지금도 그렇고, 그래도 무작정 한 가지 일에 몰입하련다는 심정이었다.”(<교수신문> 887호, 2017.7.10.) 그리고 이런 ‘막다른 선택’이 제33회 PEN문학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그는 이번 수상을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지방에 살고 있는 ‘무명’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서 명예교수는 미리 작성한 ‘수상 소감’(「삶은 파편들의 우연한 조우」)에서 이렇게 밝혔다.

“저에게 PEN문학상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이 기적을 행여 손끝으로 느끼는 날을 설마 꿈꾸었겠습니까. 글을 쓰면서 늘 열에 들 떠 있었습니다. 쓰지 않을 수 없는 유혹은 안에서 밀려나왔으니, 굳이 비교하자면 인상주의가 아닌 표현주의 그림입니다. 하필 다른 나라 사람들의 다른 말로 된 소설들을 파먹는 하루하루가 하이에나 같은 삶이라고 깨닫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저도 모르게 ‘내 말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한글로, 아주 서툴게. 그래서 제가 쓰는 이야기는 겨우 파편들입니다. 저의 서술자는 순전한 우연으로 조우하는 인물들에 대한 ‘시선’을 기록할 뿐입니다. 인물들은 우연히 가까이 또는 멀리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입니다. 마음과 마음의 거리는 지척이 없고 항성의 간격입니다. 삶은 늘 외롭고 불발입니다. 꿈을 꾸기 때문에, 또는 꿈도 꾸지 않기에 불발입니다. 인생에는 개연성의 법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글은 아무렇게나 흐트러집니다. 소설의 기본이라고 하는 플롯은 제 관심사가 아닌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입니다. 인생에는 플롯이 없으니까요. 순간의 채색은 순간으로 남아 영원으로 향합니다. 다음 순간은 명도도 순도도 우연히 바뀌어 옵니다. 어떻게 담아낼까. 열심히만 쓴다고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정년도 못 채우고 캠퍼스를 떠나는 초랭이짓을 하고도 소용없었습니다. 이제 이 과분한 PEN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겁이 덜컥 납니다. 그러나 이제는 소설가의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더 잘 쓰지는 못해도 소설가로 살겠습니다. PEN International 헌장처럼 ‘인간의 보편성에 바탕을 두고 길이 전승되는’ 예술작품을 향하여, 쉽지 않은 이 길을 가겠습니다. 거듭난다는 말을 종교 밖에서도 써도 된다면, 저는 이 상으로 거듭납니다.”

한편 2017년 제33회 PEN문학상 수상자에는 시 부문에 김광자(시인), 정재영(시인), 소설 부문에 서용좌(소설가), 수필 부문에 이정원(수필가), 아동문학 부문에 박상재(아동문학가), 제48회 번역문학상 부문에 정정호(평론가), PEN해외문학상에 정재옥(수필가), 권천학(시인), PEN 우수지역위원회상에 이갑창(강원지역위원회), PEN 공로상 부문에 이유식(평론가), 김영중(수필가), 윤석빈(수필가) 등이 선정됐다.

(사)국제PEN한국본부는 1954년 설립 한 국제적인 문학단체로 2012년 9월 경주에서 월레소잉카, 르 끌레지오 노벨문학상 수상자들과 세계 100여 개국 PEN회원국 작가들과 함께 제78차 국제PEN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시상식은 오는 22일(금) 오후 4시,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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