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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의 눈으로 문화를 읽다
법의학자의 눈으로 문화를 읽다
  • 전미영 객원기자
  • 승인 2003.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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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

“예수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고, 차이코프스키의 死因은 콜레라가 아니라 동성애였다. 클레오파트라는 뱀독이 아니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진위 여부를 떠나서,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깨는 독특한 이야기들이다.

법의학계의 원로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의학)는 이렇듯 법의학자의 눈으로 예술과 문화의 살피는 독특한 작업을 퇴임 이후 13년째 해오고 있다.
작년에 출간한 ‘명화와 의학의 만남’은 법의학자로서의 경험과 사실주의에 입각한 그림들을 접목시킨 작업이다. 얼핏 보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법의학과 예술은 어떻게 만나는 것일까. 그에 대해 문 교수는 법의학과 인간의 권리, 그리고 문화사의 배경을 들어 설명한다.

인간의 권리는 문화사와 밀접히 연결돼 있고, 문화사의 중심은 예술이라는 믿음이 문 교수와 예술을 이어준 인연인 셈이다. 그의 작업은 처음에 음악에서 시작했다. 위대한 음악가들의 죽음에 얽힌 숨은 진실에 관심을 가지면서 ‘바흐의 두개골을 열다’, ‘모차르트의 귀’를 펴냈다. 세간에 잘못 알려진 음악가들의 사인을 바로잡고, 음악가들의 ‘창조병’이 그들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그리고 그 창조병을 어떻게 예술로 극복했는지를 다뤘다.

‘명화와 의학의 만남’ 또한 하루 이틀에 이루어진 작업은 아니다. 국제 학회 때문에 외국에 나갈 일이 있을 때면 바쁜 일과를 쪼개 꼭 박물관과 미술관에 들러 그림들을 살폈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둔 자료들을 퇴임 후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 문 교수의 관심은 온통 화가 고흐에게 쏠려있다. 반 고흐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의 격정적인 생애만큼이나 극적이지만, 아직까지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확실치 않다. 그는 고흐가 남긴 8백여 편의 그림과 편지들을 분석해 고흐의 생애와 심리, 아울러 죽음의 진실까지 밝혀낼 생각이다.
“법의학자들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인간과 문화에 대해 더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문 교수는 인간 전체를 아울러 바라볼 수 있는 폭넓은 법의학의 눈을 키울 것을 후배들에게 당부한다. 요즘 틈틈이 요가로 마음을 다스리고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리면서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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