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4:15 (토)
함석헌의 역사철학에 대한 학계평가
함석헌의 역사철학에 대한 학계평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1.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가 함석헌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평가가 미진하다. 지금까지 시도된 몇편의 평가는 함석헌의 삶의 전모 속에 투영시켜 그의 역사관을 이해, 긍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엔 함석헌에 대한 역사학계의 전통적인 무관심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사학)는 ‘현대 한국사학사’에서 “통사 가운데서 종교적 성격이 과도한 저술은 검토를 보류”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함석헌의 ‘조선역사’를 두고 한 말인데, 그의 역사서술은 역사보다는 종교적 입장에 선 특수사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혹자는 이를 마르크스주의 유물사관에 의한 성서사관의 의도적 배제로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객관성이 요구되지 않는 자리에선 이만열 숙명여대 교수(사학)의 경우처럼 “개성적인 역사관에 의해 한국의 通史를 서술한 역사책으론 거의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노명식 전 한림대 교수(사학)는 함석헌의 역사관은 “1920년대 이후 역사를 정신·이념 등 관념적인 것에 귀착시키는 크로체류의 신관념학파와의 관계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며, 연대기들을 정리하고 추려내고 이리저리 다시 결합하는 문헌학적인 죽은 역사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과거를 역사가의 직관과 사상, 이념과 정신에 의해 현재에 소생시키고자 하는 정념으로서의 역사”로 함석헌 사관을 인식하라고 요구한다.
지명관 한림대 석좌교수(사학) 또한 함석헌의 ‘조선역사’가 당시 일본사를 ‘産痛의 역사’로 파악한 후이지 다케시나 H.G.웰즈의 ‘세계사개관’의 영향 속에서 파악하며 “기독교 신앙과 조선의 전통과 과학을 함께 만족시키고자 한 철저히 현재주의적인 역사관”이라며 그 當代性을 강조한다.
김진 크리스찬아카데미 선임연구원(신학)은 함석헌의 역사철학은 “1930년대의 민족 수난과 민족정신의 절망, 더 내려 갈 수 없는 민중들의 고난 및 계급사관에 기초한 급진주의자들의 혁명사관, 타계주의로만 치닫는 종교의 현실도피” 등의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뜻으로 보는 역사’에 대해서는 “한국사의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의 의미를 판단하고 해석하는 가치판단의 준거를 그 외양적 업적물에 두지 않고 진실과 公義라고 하는 척도로서 판단”한 점을 평가한다. 또한 “역사를 단순히 경제적, 정신적, 계급적 법칙대로 굴러가는 레일 위의 행진이 아니라, 씨알-역사-하나님(초월적 힘)이 서로 맞물리는 자유의 광장 속에서 창조적 실재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본 점에서 혁명적 역사관”이라고 말한다.
 
철학자 김상봉은 함석헌의 ‘고난으로서의 역사’를 주목하며 “역사의 아픔과 슬픔은 주체의 슬픔으로 연결, 그리고 이 슬픔의 동일성, 슬픔의 관련을 통해, 낯설음과 무관심 속에서 단절돼 있었던 지금과 역사가 자기동일성의 지평 속으로 통일된다. 그리하여 회상하는 오늘의 나와 회상되는 역사적 내가 자기분열을 극복하고 참된 의미에서 하나의 주체로서 자기를 정립하게 하는” 고난의 보편적 성격을 읽어내고 평가하고 있다.
‘함석전평전’의 저자 김성수는 함석헌의 나선적 진보사관에 대해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로 갈수록 정신화되듯, 자민족만 중히 여기는 적자생존의 하등논리에서 국가를 넘어 이타적 민족주의를 구현하는 호혜의 고등논리로 인류가 발전해야한다는 신념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