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과학분야별 구성에 변경사항이 생기더라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결정한 기초과학, 생명과학, 디지털과학이라는 세 분야의 정체성은 확고히 해야 한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는 지난 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17년도 학술비전구축사업 2차 워크숍’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7월에 열린 1차 워크숍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며 학술비전구축사업의 중간점검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학술비전구축사업은 과학기술 분야의 중장기 학문 발전방향을 예측함으로써 학문 분야별 미래 예측과 비전 제시, 산·학·연 협력 및 인재 육성 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과총이 올해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범 사업이다.
진행을 맡은 서판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생명과학부)는 “학술비전구축사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쟁력 있는 연구와 교육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사업인데, 국내 과학기술계에서 학술비전을 구축한 전례가 없는 만큼 사업 수행에 어려움이 많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전문위원들의 고견을 통해 보완사항 및 향후 추진 계획을 논의해 보자”는 모두발언으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김명자 과총 회장을 비롯해 학술비전로드맵 TF 위원, 시범과제 소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고, 나도선 울산대 명예교수(의학과), 박성현 서울대 명예교수(통계학과), 이혜숙 이화여대 명예교수(철학과), 정선주 단국대 교수(생명융합학과), 최영주 포스텍 교수(수학과) 등 과학기술계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토론에 참가했다.
학문의 분야별 학술비전 로드맵을 제시하는 ‘시범과제’ 중간발표는 기초과학, 생명과학, 디지털사이언스 분야로 각각 나누어 진행했으며, 각 분야 과제책임자들은 분야별 선도 연구 분야 및 선도 기술과 관련된 국내외 트렌드 변화, R&D 현황, 시장 전망 등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미래 학술비전 구축 목표 및 전략을 발표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자문위원과 TF 위원, 시범과제 참여자들은 발표내용을 토대로 두 가지 안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먼저 시범과제의 분야별 구성에 대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각 분야는 여러 분과의 학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기준이 모호하거나 분야별로 중복되는 학문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서판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시범과제로서 참여를 희망하는 학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시범과제의 분야별 주요현황 및 환경변화 분석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세 분야의 분석방법이 각기 다른데, 보다 합리적인 분석방법을 찾아 동일한 방식으로 통일하자는 의견이었다. 특히 이날 디지털과학 분야 발표에서 홍봉희 부산대 교수가 제시한 ‘디지털사이언스의 현황 및 환경변화’ SWOT 분석과 매트릭스 분석이 큰 호응을 얻어, 이번 사업의 분석 모델로 삼자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대해 김재근 서울대 교수(생물교육과)는 “한 가지 분석방법이 모든 소위원회에 적용이 가능한지, 또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모두 타당한 지적이지만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서판길 교수는 “여러 자문위원들의 고견을 종합해 실제 사업내용을 보완하고, 공청회를 비롯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성공적인 학술비전 로드맵이 완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