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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인공지능’ 지구에서 인간 몰아낼 것 … 기계와 다른 인간적인 삶 찾아야
‘강한 인공지능’ 지구에서 인간 몰아낼 것 … 기계와 다른 인간적인 삶 찾아야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4.21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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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인지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인공지능 엿보기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환호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전기 및 전자과)가 최근  『김대식의 인간vs기계: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동아시아, 352쪽, 18,000원)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을 던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일단 김대식 교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관점에 섰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공지능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제 기계는 사람보다 물체를 더 잘 인식한다. 바둑에서조차 사람을 이기기 시작한 기계는 머지않아 자동차를 운전하고, 건강을 책임지고, 노후대책을 마련해줄 것이다. 학습하는 기계의 등장은 호모 사피엔스만의 영역이었던 대부분의 지적인 노동 역시 자동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동화되는 순간, 지적인 노동 역시 대량생산되기 시작할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진정한 대결은 바둑이 아니다. 알파고의 승리는 어쩌면 그동안 경쟁자 없이 지구를 지배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미래 인공지능 시대에서 역사적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디스포티파가 될지 유토피아가 될지,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기에 그런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식 교수는 인간의 뇌와 기계의 뇌 두 가지를 깊이 탐구한 과학자다. 그의 이야기가 조금 더 특별한 것은 이런 지적 배경에서 온다. 인간의 지능을 인간의 지능을 이해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능력과 인공지능의 발달을 예측하는 데 필수적이다. 김 교수의 이번 책이 흥미롭게 읽히는 것도 그의 ‘예측’이 쉽고 술술 읽히게 정리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두 가지 큰 질문을 던진다. 하나는 인지자동화 이후 산업의 변화이고, 두 번째는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함으로써 인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다. 알파고 이후 한국사회가 ‘산업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담론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첫 번째 질문과 관련된 문제다. 이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그 자체가 ‘강력한’ 강한 인공지능이란 존재와 인류의 관계다. 누군가는 강한 인공지능을 SF라고 말하겠지만, 김 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의 존재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가 던진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인지자동화 이후의 산업은 어떻게 될까. 김 교수는 이 ‘인지자동화’를 가리켜 ‘약한 인공지능’이라고 말한다. 약한 인공지능 즉 인지자동화는 이미 시작됐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인지자동화는 인간의 지적인 생산 활동이 가졌던 경쟁력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반도체 설계, 코딩, 심지어 드라마 대본의 영역까지 기계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이고, 대량의 결과물을 생산해낼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도 부의 양극화에 볼멘 소리가 이어지고, 마르크스처럼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사상가와 활동가들이 류적 인간으로서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왔다. 그런데 인지자동화에 의한 대량생산과 이러한 대량생산의 결과는 부의 불균형적 분배를 초래하는데, 김 교수는 이로 인해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빈부격차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빅데이터와 DQN 알고리즘을 가진 극소수의 기업은 각 분야의 DQN 기계를 만들 것이고, 그것을 보유하지 못한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직업군들은 직업이 사라지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단순한 예측 아니냐고? 구체적 사례가 있다. 구글이 앞장서 개발하고 있는 무인자동차다. 이무인자동차는 지금까지의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구글이 가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들의 소비성향을 분석해내고, 이 분석은 무인자동차가 해당 소비처로 데려다주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
뇌인지과학자 김대식이 던진 두 번째 질문은, 조금 과장한다면, 인류사적 질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강한 인공지능이 생겼을 때 인류에게 주는 영향을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로 시뮬레이션했어요. 구글이 만든 답, 정부가 만든 답, NGO가 정말 조심스럽게 만든 답. 모든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보니 결론이 항상 똑같습니다. 약간 시간적인 차이가 있지만 강한 인공지능의 모든 끝이 인류멸망입니다.” 일찍이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류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인류멸망으로 끝날까.

그의 대답을 들어보자. “만약에 제가 강한 인공지능이라면 ‘지구-인간’이 더 좋으냐, ‘지구+인간’이 더 좋으냐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거예요. 강한 인공지능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구-인간’이 더 좋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충분히 낼 수가 있다라는 거예요. 지구에 인간이 있음으로써 모든 에너지와 공간을 가지고, 동물식물을 다 죽이고, 인간의 역사는 아름답지도 않고 허구한 날 싸움질하고 전쟁만 하죠. 동시에 책은 또 그럴듯하게 씁니다. 각종 철학 책이나 종교 책들. 그렇게 전쟁을 할 거면 책이라도 그럴듯하게 안 쓰면 되는데, 이 그럴싸한 이야기들이 기계에 이미 입력됐기 때문에 기계 기준으로 인간 스스로가 만든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겠죠. 그러면 강한 인공지능은 공리적인 입장에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구를 전체로 볼 때 더 낫다고 결론 내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인간이 더 이상 지구의 알파 동물이 아니라 강한 인공지능이 알파가 된다면 그런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강한 인공지능이 ‘인류멸망’과 연결된다는 그의 지적은 이 시점에서 비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어떤 지혜와 인식의 전환을 요청하는 낙관적 전망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강한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이 제안되고 있지만,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면 어떤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의외의 제안을 내놓는다. “거의 유일하게 좋은 시나리오는 강한 인공지능이 그나마 ‘지구에 인간이 있는 것이 좋다’라는 결론을 내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 기계의 평가 수준에 맞도록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 행동은 ‘계몽의 완성’이다.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칸트가 말했던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미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계몽의 정신, 그 계몽주의를 완성함으로써 계몽을 끝내자는 주장이다. 기계와 같은 삶이 아니라, 기계와 다른 인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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