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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그늘’ 조명 … 그러나 좀 더 깊은 서평이 필요하다
‘디지털의 그늘’ 조명 … 그러나 좀 더 깊은 서평이 필요하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2.23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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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대학출판협회 서평집 <시선과 시각> 2015-2호 나왔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지식정보사회의 가장 큰 역설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은 ‘디지털화에 따른 격차 확대’를 꼽을 것이다. 무엇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지식정보화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부’나 권력’ 같은 자원 분배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답변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한국대학출판협회 서평집 <시선과 시각> 2015-2호가 이런 디지털화의 그늘을 응시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접근이다. 「편리한 디지털 기술은 그늘도 짙다」(구본권), 「기술문명이 잉태한 정신질환, 아이디스오더」(김원제), 「디지털 특명 “모든 걸 기억하라”」(정보라) 등의 글에 이어지는 기획 대학출판 시론 「플랫폼에서 미끄러지다」(김철), 「‘플랫폼 시대’의 사업 개발에서 보이는 것」(스즈키 데츠야)도 같은 주제 하에서 읽힐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특집이나 기획을 심도 있게 다룬다고 해서 ‘디지털화의 그늘’ 저편을 응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 나아가 전문적인 시선이 확보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그렇다면 <시선과 시각> 최근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 발전과 인간’을 왜 특집으로 엮었을까. 김용훈 편집인(경북대출판부 기획편집실장)의 권두언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초래한 여러 문제 중 하나는 비대면성의 확대입니다. 원래 나와 너, 즉 1인칭과 2인칭은 대면성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이는 비대면성을 전제로 하는 3인칭에만 ‘그’나 ‘그녀’라는 性 구분이 나타나는 것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SNS이니, 클라우드 컴퓨팅이니 하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와 너 사이의 비대면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습니다. 서로 만나지 않고도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손오공이 타던 근두운 같은 것을 하나씩 가지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까 책을 터전에 놓고 밥을 먹고 사는 김용훈 편집인과 이들 (사)한국대학출판협회가 펴내는 <시선과 시각>에는 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비대면성의 확대가 우려스럽게 비쳐진다는 것인데, 디지털의 비대면성과 책의 상관성을 일회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분석하고 조명하는 방향으로 조준점을 확대해보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김철 고려대출판문화원 편집장의 지적처럼 “깊이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표면으로만 흐르는 세계는 유리로 이뤄진 불모의 행성과도 같다. 결국 이 놀라운 디지털의 세계에서 깊이의 감각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한다면, 이에 대한 탐색을 <시선과 시각>이 좀 더 오래 붙잡고 가도 좋지 않을까.


또 하나. 2015-2호의 특집과 기획의 의도에 십분 공감하지만, 2015-1호가 시도했던 것처럼 대학출판부 성과물을 대상으로 집중 서평 방식의 기획을 유지하거나, 책과 책을 상호 비교 조명해보는 작업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온전하게 서평에 할애하는 ‘서평집’이 정체성 측면에서도 온당하고, 또 대학출판부의 성과를 좀 더 공유하는 데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대학출판부의 시도’란 부제를 단 교토대 학술출판회 스즈키 데츠야의 글이 지닌 시의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스즈키 데츠야의 글은 학술 커뮤니케이션이 급변하고 있는 국내 대학출판부에도 여전히 시사적인 메시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선과 시각> 2015-2호는 지난 호에 이어 대학출판부 신간도서목록(2015년 5월~11월)을 첨부했다. △총류 10종 △철학 31종 △종교 20종 △사회과학 145종 △자연과학 14종 △기술과학 35종 △예술 20종 △언어 61종 △문학 45종 △역사 39종 등을 출판했다. 대학출판부가 펴내는 책들이 사회과학과 인문학 쪽에 강세를 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분야별 서평은 『열하일기와의 만남 그리고 엇갈림, 수사록』(노이점 지음·김동석 옮김, 성균관대출판부) 등 인문 12권, 『모순적 리더십과 조직문화』(이동수 지음, 계명대출판부)등 사회 6권, 『언어』(E. 사피어 지음·김정우 옮김, 경남대언론출판원) 등 언어·예술·종교·자연 8권으로 좀처럼 편향성을 넘어서질 못했다.


일부 대학출판부가 국내 저자들을 발굴하는 대형 기획 출판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번역서와 국내 저서 종수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다. 31종을 출간한 철학 분야에서 번역서는 단 2종에 그쳤다. 145종을 내놓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번역서는 11종에 지나지 않았다. 14종의 신간을 낸 자연과학 분야는 번역서가 1종뿐이었다. 그만큼 대학출판부가 국내 저자들의 책을 많이 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대학교재’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는 사정도 일정 정도 반영돼 있을 것이다.
<시선과 시각>은 서평집으로서 좀 더 무거워지는 방향 선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간 목록도 단순 나열만 하기보다는 분석을 거쳐 데이터를 축적하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이 모든 자산이 결국은 한국 대학출판부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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