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8:20 (토)
다시 불붙은 동국대 사태 … 이사진 ‘총사퇴’ 두고 몸싸움
다시 불붙은 동국대 사태 … 이사진 ‘총사퇴’ 두고 몸싸움
  • 이재 기자
  • 승인 2016.02.05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부 “모두 사퇴해도 임시이사 파견대상 아냐 … 행정공백은 우려”
3일 동국대 부속 고등학교 소속 교사 10여명은 동국대 본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와 비정규직 노조활동을 그린 드라마 <송곳>을 활용해 사회 수업을 한 이유로 강제전보 당했다고 주장하며 동국대 이사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아래 사진) 사진= 이재 기자.

교육부가 ‘이사회 총사퇴’ 결의를 미루고 있는 학교법인 동국학원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동국학원은 지난해 12월 1년 넘게 끌어온 동국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재적이사 전원이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적이사가 모두 사퇴하면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견대상이 된다며 ‘순차적 사퇴’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교수신문>이 교육부에 확인한 결과 재적이사 9명이 전원 사퇴하는 것만으로는 임시이사 파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관계자는 5일 <교수신문>과의 통화에서 “재적이사가 전원사퇴해도 다양한 판례를 통해 긴급처리권으로 후임이사를 선임하는 사례가 인정돼 왔다. 또 후임이사를 선임한 뒤 전원사퇴해도 임시이사 파견대상이 아니다. 장기간 행정공백이 발생하거나 긴급처리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는 있지만 재적이사 전원의 사퇴만으로 임시이사 파견대상에 속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국대의 사례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대답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따져보면 임시이사 파견대상이 될 수 없으나 향후 발생할 일에 대해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행정공백도 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상지대 등 긴급처리권을 둘러싸고 대학 내부가 극심한 내홍에 빠져든 상황을 방지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임시이사 파견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이 같은 해석은 동국대 이사회가 그간 내세운 입장과는 달랐다. 동국대 한 이사는 지난해 “한꺼번에 이사들이 사퇴하면 임시이사가 파견되기 때문에 학교운영에 지장이 있다. 이 때문에 순차적으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9명의 이사 전원이 교체되면 총사퇴의 개념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긴급처리권 행사를 둘러싸고 내홍에 빠진 학교들이 상당히 많지 않느냐. 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학경영진이 그 같은 어려움을 무릅쓰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 따라 동국대 이사회는 3일 오후 3시 동국대 본관에서 이사회회의를 열고 4명의 신임 이사를 선임했다. 지원(조계종 호계원장), 정념(월정사 주지), 법산(동국대 명예교수), 세영(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장) 등 4명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이 과정에서 2일 저녁과 3일 낮에 걸쳐 두 차례나 이사회 참관을 요구한 학생들과 물리적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학생들은 3일 오후 봉쇄된 건물에 진입하기 위해 사다리를 옮기다가 이를 저지한 교직원들과 뒤엉켜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동국대 측은 이사회회의를 앞두고 2일 오후부터 쉘터를 내리고 대학본관 전체를 폐쇄했다. 이사회회의에 참여하려는 이사들도 정문 측면에 마련된 쪽문을 통해 겨우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광경도 연출됐다.

학생들은 “이사회회의를 개최하는 데 무엇이 부끄러워서 학생들의 참관을 거부하고 건물을 봉쇄하기까지 하느냐. 동국대 학생이 동국대 건물을 들어가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 동국대가 2일 오후부터 이사회회의가 열리는 동국대 본관 전체를 폐쇄하면서 유일한 출입구를 대학 보안직원들이 지키고 선 모습. 지난해 50여일간 당식농성을 벌인 김건중 씨가 '이번 이사회는 지난 1년간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자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계단에 주저앉아 있다. 사진= 이재 기자.

지난해 이사회가 총사퇴를 결의하면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던 동국대에서 잇달아 학생과 교직원간 몸싸움이 발생하자 동국대 사태의 재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3일 오전 성명을 통해 “우리 대학은 초장과 이사장의 도덕성 문제로 심각한 내홍에 시달렸지만 이사 총사퇴라는 결단에 힘입어 일단 봉합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재단은 시한도 못 박지 않은 순차적 사퇴로 말을 바꾸어 꼼수라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동국대 사태는 지난 2014년 12월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동국대 총장 선출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며 시작됐다. 이후 조계종의 후원에 힘입어 총장에 선출된 보광스님이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학내 갈등이 커졌다. 교수와 직원, 학생들은 4월부터 대학 내 중앙광장 팔정도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 대학 학생대표들이 단식으로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지고 투신을 예고하는 등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자 지난해 12월 동국대 이사회가 이사진 총사퇴를 결의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동국대 부속 고등학교 소속 교사 10여명도 부당전보를 취소하라며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다룬 드라마 <송곳>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강제전보 됐다. 교사들이 동국대 본관 앞에서 항의하는 과정에서 이 대학 총무처 직원 일부와 또 다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