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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시절, 세계와 사회를 읽는 학술교양지의 세 가지 시선
혼탁한 시절, 세계와 사회를 읽는 학술교양지의 세 가지 시선
  • 교수신문
  • 승인 2016.01.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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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서지>, <녹색평론>, <베스텐트 2015> 최근호 읽기

근대서지학회(회장 전경수)가 펴내는 반년간지 <근대서지> 제12호(2015 하반기)가 나왔다. 편집위원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쓴 발간사는 이 잡지의 의미와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 교수는 발간사 「자료 발굴과 보존과 해석의 중요성을 실천하는 장」을 통해 발간 6년째에 접어든 <근대서지>의 지속 가능성을 자리매김했다. “우리 <근대서지>는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중요하게 돌봐야 할 일차 자료 제시와 해석과 평가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란 그의 천명은 <근대서지>의 기본 정신의 재확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관웅 길림화교외국어대 교수의 「만주의 항일 영웅 조상지의 ‘수급’과 유치환의 시 「수」는, 유치환의 만주 체류와 후기 시편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유효한 ‘논거’가 되는 흥미로운 글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재용 원광대 교수의 글 「찢겨진 시집과 친일 흔적 지우기: 두 가지의 노천명 시집 『창변』」도 근대문학 연구의 실증적 뒷받침이 되는 중요한 자료 확보라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해방이 되자 갖고 있던 시집과 회수 가능한 시집들에서 친일협력의 흔적을 지우고 당당하게 다시 배포하는 뻔뻔함을 발휘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노천명이 미처 회수하지 못한 원래의 시집이 세월 속에서 가라앉아 있다가 얼굴을 내밀었고 필자의 눈에까지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2개월 합본으로 나오는 <녹색평론> 146호(2016년 1-2월)는 중심 기획으로 ‘기후변화, 옳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마련했다. 좌담에는 ‘핵발전소, 주민투표, 민주주의’를 실었다 피트 돌랙 사회운동가는 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 된다」에서 ‘녹색자본주의’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는 “화석연료 의존 에너지시스템에 재생가능에너지를 혼합하는 식의 변화를 통해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대로 계속할 수 있다는 믿음, 즉 ‘녹색자본주의’가 세계를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자유주의자들과 사회민주주의자들은 각기의 방식으로 보수주의자들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라고 지적한다.
프랑스 녹색당 당원인 정운례의 글 「파리 기후변화 회의를 보고」는 생생한 ‘파리회의’ 분석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파리협약이 탁상공론으로 끝날지 철저하게 지켜질지 우리 시민 모두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어떤 법적 제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협약에 적혀진 바가 전혀 없다.” 그래서 그는 “지구 온도 상승을 1℃ 이하로 묶어놓기 위해서,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국가나 지역단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실천하게는 게 필요하다. 변화를 기다리지 말고 나 자신이 변화가 돼야 한다”라고 주문한다.

‘사회 비판과 대안 모색을 위한 잡지’를 표방한 <베스텐트 2015>는 월가 점령운동에서 ‘헬조선’ 비판까지 ‘저항과 시위’를 쟁점으로 내걸었다. 한국판 특집에는 ‘정당정치를 향한 시민들의 도전’에 자리를 만들어줬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각종 ‘저항과 시위’가 발생하고 있는 터라, 이들이 ‘저항과 시위’를 쟁점으로 다룬 것은 시의적절하다. 저자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오늘날의 시위와 저항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충분히 민주적인가’를 묻는 정치적 행동이자, ‘지켜지지 않는 사회정의’에 대한 도덕적 반란임을 역설한다. 기존의 정당정치와 이익정치의 틀로는 포착할 수 없는 사회적 존중의 물음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판 특집도 흥미롭다. ‘응답하지 않는’ 정당정치에 대한 시민정치의 도전을 주의 깊게 살펴보기 때문이다. 영국의 코빈 열풍과 미국의 샌더스 열풍, 스페인의 시민정당 아호라 마드리드의 사례들이 보여주듯 이제 시민들은 자발적인 정치실험을 통해 정당정치를 혁신하고 있다. 시민정치는 그저 포퓰리즘에 불과할까? 온라인 기반 직접민주주의는 환상일 뿐일까? 저자들은 오늘의 시민정치를 기존 정당정치와 대립시키는 정당중심 민주주의론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정치적 참여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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