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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화제 : 교수간 반목으로 위기 겪는 신시네티대 경제학과
해외화제 : 교수간 반목으로 위기 겪는 신시네티대 경제학과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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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7 23:15:06

‘연구’와 ‘교육’이라는 교수의 양대 과업은 과연 서로 ‘침범하는’ 관계인가.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영역이 후퇴해야 하고, 연구영역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영역이 한 발 뒤로 물러나야 하는 것일까.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 최근호는 이 둘간의 경계를 서로에게 유리하게 결정짓기 위해 싸우다 결국 학과의 존속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 교수들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대학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신시네티대 경제학과에는 12년 전만 해도 23명의 교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학과의 교수 수는 단 11명뿐. 이제 이 학과에는 지원금도 거의 주어지지 않고, 박사과정마저 문을 닫은 상태다. 37년 동안이나 이 대학에 재직해온 존 파워 교수가 지적하듯, 그야말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듯한’ 분위기다. 이 모든 것은 두 교수 집단, 즉 ‘논문, 출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교수 집단’과 ‘강의와 학생지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교수 집단’간의 싸움으로부터 시작됐다.
본래 신시네티대 경제학과 교수들이 최우선의 가치를 매겼던 것은 ‘교육’이었다. 찰스 베리 교수의 경우 미국 기술병 협회를 위한 연구과제(1964)를 수행했지만, 이를 ‘경제학 교수 저널’에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 연구는 국가 차원에서는 중요했지만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것과 밀접히 관련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베리 교수는 “내 목표는 언제나 ‘잘 가르치는’ 것이었고, ‘학생들을 고취시키는’ 것이었으며, ‘그리고 어느 정도의 연구를 하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새로운’ 교수들이 영입되면서 이 학과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이 새로운 교수 집단은 학과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그리고 전국 순위를 높이기 위해 논문 등의 업적을 늘리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우리 대학은 연구 대학이다. 그렇다면 교수의 학문 활동을 더 장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원로 교수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베리 교수는 “그들은 단지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추가하기 위해 논문내는 데 열중하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 그들은 연구실 안에 처박힌 채 정작 학생들은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상황은 신진 교수들의 주장을 따라가고 있다. 카네기 기금이 신시네티대를 ‘연구 대학’으로 분류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 5년간 이 학과에 지원한 연구비는 3만 달러에 불과하다. 속사정이야 어쨌든 연구비 액수가 줄어들고 있어 표면적으로 이 대학 경제학과는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1998년 대학 당국에서 경제학과 박사과정생 모집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도 교수연구업적이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에서는 이 학과 교수진이 ‘잘 가르치는 교수들’로 명성이 자자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들은 왕성한 출판 활동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가 없었다. 결국 국립연구위원회는 신시네티의 경제학 박사 프로그램 평가시 ‘교수의 학자적 자질’ 항목에 97위(107개 프로그램 中, 1993)를 매겼다.
니콜라스 윌리엄 교수는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에게 보다 ‘최신식’이 될 것을 요구한다”며 “대세는 바뀌고 있다. 이제 교육에만 치중하는 교수는 학생들로부터도 외면당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간의 골은 더욱 깊어져, 급기야는 교수들끼리 고함을 지르며 싸우고 추잡한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다반사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학장이 경제학과를 두 개의 서로 다른 덩어리로 분리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마침내 지난 9월, 대학 당국에서는 ‘수학과’ 교수를 임시 경제학과장으로 임명했다. 신시네티대 경제학과는 그야말로 ‘죽어가고’ 있다. 학교 당국에서도 경제학과에 돈을 지원하는 것을 꺼린다. “이왕이면 더 가능성 있는 곳에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 펄시지안 신시네티대 학장의 입장이다.
베사대로 옮겨간 레벨레인 전 신시네티대 교수는 강한 의구심을 보인다. “3년 전만 해도 신시네티대 경제학과에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교육하며 함께 성장해 간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반목과 반목을 거듭해 만신창이가 된 지금, ‘연구 중심의’ 경제학과로 재도약하려는 이 학과의 시도는 무리인 듯 보인다”
우리 대학들 또한 ‘연구중심대학’을 향해 가는 가운데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교육’이라는 요소가 ‘잃어서는 안되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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