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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아웃제와 논문 연좌제
일진 아웃제와 논문 연좌제
  • 서범석 대진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15.04.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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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서범석 대진대 명예교수·국문학

"기업인, 고위공무원을 입학시키고 적당히 논문 지도해 졸업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인사청문회마다 표절시비가 나오나."

교수들의 학자적 위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논문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책무가 교수의 第一義的사명이기 때문이다. 논문발표와 논문지도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문발표에 있어 문제의 핵심은 표절이다. 새롭게 발견한 진리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논문일진대 표절은 도둑질인 것이며, 학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단번에 날려 버리는 자살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이 표절로 밝혀졌을 때 중징계로 학자로서의 죽음을 선고해야 마땅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이 고위 공무원이나 선출직에 나설 때 논문 표절시비에 휩싸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상한 일은 많은 경우 이들이 국회의원이나 장관 같은 자리에 그대로 앉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이상한 점은 그들이 그 임기를 끝내고 대학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은 진작 진리탐구가 아닌 권력추구의 길을 걸었어야 할 사람들이 아닐까. 학자가 할 일은 고위 공직이 아니라 그들에게 자문을 해주는 선에서 끝나야 한다. 상아탑 속에서 학문연구에 몰두할 체질이 아닌, 그래서 논문답지 못한 논문을 발표한 교수들 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학자로서의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들을 고위 공직에 앉히는 일도, 그들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는 일도 이제는 막아야 한다.

철새 학자들인 폴리페서들을 억제할 제도가 절실해진다.‘ 일진아웃제’다. 표절논문이 한 편만 있어도 퇴출당하고, 고위 공직에 나갔으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논문지도라는 측면에서 봐도 문제는 심각하다. 교수들의 대학원 석·박사 논문의 지도 및 심사 행태도 허점이 많다. 요즘 학위논문들을 보면‘논문다운 논문’의 수가 적고, ‘논문답지 못한 논문’의 양과 질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대학원 수업 자료를 챙기면서 새삼 깨닫는다. 논문들을‘논문도 아닌 것’,‘ 논문 비슷한 것’,‘ 논문 훔쳐 온 것’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논문도 아닌 것’은 기본적인 문장 서술 능력이 없고 논문의 기본 체계도 갖추지 못한 것, 새로운 진리 찾기를 포기하고 기존의 연구 내용을 요약한 것 등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논문들을 볼 때 지도교수가 지도는 했는가, 아니, 한 번이라도 읽어 보기는 했을까 또한 심사를 하기는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매우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논문 비슷한 것’은 얼른 보면 논문 같지만 독창성이 전혀 없고 기존의 연구성과들을 적당히 짜깁기한 논문이다. 역시 교수의 지도, 심사의 소홀함을 탓할 수밖에 없는 표본이다.‘ 논문 훔쳐 온 것’은 말 그대로 표절한 논문이다.

교수들의 관심만 있다면 이러한 것들을 사전에 상당수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교수들은 무엇에 신경쓰며 시간을 뺏기고 있기에 기본적 책무를 등한시하고 있는 걸까. 혹시 진리탐구가 아닌 자신의 명성이나 권력추구만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인, 기업인, 고위 공무원 등을 입학시키고 적당히 논문을 지도하고 헐렁하게 심사해서 졸업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국회 인사청문회마다 논문표절시비가 계속 되겠는가.

이러한 불쾌하고 불행한 현상은‘논문연좌제’라도 시행해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청문회 등에서 논문표절이 밝혀지면 본인은 당연히 낙마하도록 하고, 지도교수나 심사위원들도 함께 처벌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책 실명제처럼 논문을 지도하고 심사한 교수들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논문에 대한 무책임성이 다른 불명예들도 불러왔다면 과장일까.

서범석 대진대 명예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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