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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 정부가 나선 이유는?
대학 구조조정, 정부가 나선 이유는?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4.06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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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협 ‘박근혜정부 2년 평가 토론회’

‘박근혜 정부 2년을 말한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상임의장 송주명 한신대, 이하 민교협)가 지난 4일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교협은 해마다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나 백서 발간 등을 해오고 있지만 올해는 조금 더 의미가 각별하다. 세월호 참사나 ‘장그래’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문제 등은 ‘지금 우리’를 되돌아보게 했다.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를 지탱해오던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이른바 ‘4·16체제’의 구상은 민교협이 요즘 고민하는 핵심 과제다.

민교협은 “박근혜 정부 2년은 한국 정치의 완전한 실패와 신자유주의 국가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더욱이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교육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은 학문을 연구하고 사회의 가치를 생산해야 하는 대학마저 시장주의 경쟁으로 몰아넣어 사회의 골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송주명 민교협 상임의장(한신대)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지난해 ‘세월호’라는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한국사회의 모순들이 곪아터지고 있는데도 정부의 모습, 정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정부는 다시 노동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고, 세월호 특별법 문제 해결도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어떻게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지 하는 논의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유석 호원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성희 고려대 교수(노동대학원)가 ‘노동과 복지’,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과)가 ‘대학과 학문’, 이호중 서강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위험과 안전’, 배병인 국민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정치와 국정’분야를 진단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과)와 서용표 제주대 교수(사회학과), 정재원 국민대 교수(국제학부)가 토론자로 나왔다. 박근혜정부 2년간의 교육정책을 진단한 노중기 한신대 교수의 발표 가운데 ‘대학 구조조정의 정치적 전략적 동인’을 분석한 부분을 발췌했다.

민교협은 지난 4일 ‘박근혜 정부 2년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호중(서강대), 배병인(국민대), 서유석(호원대·사회), 노중기(한신대), 김성희(고려대) 교수가 발제를 했다(사진 왼쪽부터).

‘대학 구조조정의 정치적, 전략적 동인은 무엇일까?’ 박근혜정부 대학정책 2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다. 즉 대학 구조조정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학령인구 감소로 시장에 의해 진행될 일이다. 왜 정부가 나서며 왜 이런 형태로 진행할까?

대학 구조조정의 세 가지 동력은 자본과 국가, 그리고 사학의 이해관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먼저 재벌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자본은 대학교육에 직접적 이해당사자다. 기업은 노동력을 공급받는 수혜자이므로 대학교육의 내용에 개입할 객관적 동인을 가진다. 또 재벌은 재정 투입 없는 대학 구조조정을 원하는 핵심주체인 바 그것은 구조조정의 비용이 발생할 경우 그 일차적 부담자는 대기업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재벌 헤게모니의 한국 자본은 비판적 지식인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대학을 기업에 순응하는 대학으로 재편하기를 원한다.

둘째, 국가가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기지 않는 데에는 관료들의 직접적 이해관계와 박근혜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한다. 관료들의 직접적 이해관계는 권력의 행사(‘갑질’) 외에도 퇴직 후 직장 마련, 업무 실적의 확보, 반대급부의 수수 등이 있을 수 있다. 교육부 하급관료가 좌지우지하는 평가지표 수치나 재정지원사업 양식을 채우기 위해 수만 명의 대학교수가 밤을 새는 희극이 일상화됐다. 교육부 관료가 교수의 학점 부여 방식(상대평가와 절대평가)까지 간섭하는 것도 코미디다.

다음으로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로는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이용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대학 구조조정은 정부가 여론의 지지를 동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정치적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대학 구조조정’관련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구조조정 정책의 주요한 배경이 된다. ‘대학이 너무 많다’, ‘대학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대학교수는 철 밥그릇이다’, ‘대학 경쟁력이 없다’ 등. 또 박근혜정부가 2014년 하반기부터 주장하는 4대 개혁의제(공공부문, 노동, 금융, 대학개혁) 중 대학개혁은 가장 우호적인 여론 환경에 있다.

셋째, 사학의 이해관계는 내적으로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교수 및 대학주체들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대학을 재단이 전일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특히 성균관대, 울산대, 중앙대, 인하대 등에서 재벌들은 직접 사학재단을 운영하므로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다. 지방의 중소규모 사학들은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교육부와 결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대학 구조조정의 정치과정에서 헤게모니는 국가와 자본, 그리고 사학재단이 쥐고 있다. 이 3자는 ‘신자유주의적-관료적 대학 구조조정’에 관한 정치적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에 저항하는 대학주체들은 분열돼 있고 그 역량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그 결과는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의 일사천리 진행이다.

대학 내 주체들(‘을’)은 엄청난 폐해를 겪고 있음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헤게모니 상실과 함께 취약한 주체 역량 때문이다. 대학주체들의 이해관계는 심각하게 균열돼 있다. 대학들은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방, 일반대학과 전문대, 대규모와 중소규모 대학으로 균열돼 있다.

주체별로는 교수와 직원, 학생이 연대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갈등,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교수들은 정규교수와 비정규교수로 분리돼 있고 대학별 특성에 따라 의식의 편차가 매우 크다. 많은 교수들은 개별대학 정체성을 갖고 있어 다른 대학, 대학교수들을 경쟁자로 인식한다. 교수들의 노동기본권이 부정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직력이 취약하게 된 것도 중요한 한계다.

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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