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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호 새로나온 책
77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3.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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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복지 국가는 시민권 사상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 국가가 시민들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이 애초에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국가 권력의 출현에 동의했다는 사회계약적 국가관이 시민권의 출발이다. 이런 논리 구도 하에서 시민과 국가는 상호 간 권리와 의무관계를 계약으로 설정한다. 이런 관계 속에서 모든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욕구를 국가가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고, 시민은 그것을 ‘고마운 은혜’가 아니라 당당한‘권리’로서 요구할 자격이 있다.”
—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조효제 교수의 인권 오디세이』(교양인, 2015.2) 중에서

 

■만해, 그날들: 한용운 평전, 박재현 지음, 푸른역사, 372쪽, 15,000원

이 책은 만해의 저작물 및 만해 관련 연구성과물, 그리고 한국 근대사 분야의 학술적 성과까지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국가기록원, 독립기념관 등에 소장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공판기록 등 관련 자료들도 압축적으로 녹여냈다. 저자는 역사를 밖에서 관전하지 않는다. 저자는 만해의 내면으로 들어가 있다. 연대기적 서술방식을 버린 저자는, 깊은 지층을 헤집다가 마침내 그 지층 속에 파묻혀 버린 사람처럼 보인다. 만해의 생애를 철학자의 시각에서 살펴본 저작물은 기존에 없었다. 평전형식으로 몇 종의 도서가 출간됐지만, 대개 관련 자료를 소개하고 평가한 역사적인 서술물들이었다. 적어도 만해의 눈으로 함께 그의 날들을 보고자 한다면, 이 책이 유일하다.

■멜랑꼴리의 검은 마술: 애도와 멜랑꼴리의 정신분석, 맹정현 지음, 책담, 280쪽, 15,000원

현재 한국 출판 시장의 정신분석 관련 서적들은 대개 번역서로서 프로이트, 융, 라깡, 또는 대상관계이론학파 분석가들의 역서들이다. 이런 가운데, 정신분석가인 저자의 두 번째 저작인 이 책은,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들 역시 정신분석에 학문적·체계적으로 다가가기에 좋은 본격적인 정신분석 입문서가 될 것이다. 저자가 라깡‘세미나’시리즈의 편집자이자 라깡의 사위이며 라깡 저작물의 모든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자끄-알랭 밀레(파리 8대학 정신분석학과 학장)의 제자인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수수께끼, 존 던 지음, 강철웅·문지영 옮김, 후마니타스, 354쪽, 18,000원

이 책은 오늘날 세계에서 목격되는 민주주의의 기이한 현존을 해명하려는 하나의 시도다. 이를 통해 저자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2천5백 년 전 희랍의 지역 특수적인 난국에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치유 책으로 시작돼, 잠깐이긴 했지만 열화와도 같이 번성했다가, 다시 근 2천 년 동안 거의 모든 곳에서 사라져 버렸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민주주의가 어떻게 되살아나서 근대 정치의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는지를 들려준다. 나아가, 평등파의 프로그램으로서의 민주주의와 이기주의 질서에 포획된 민주주의 사이의 길항 관계에 대한 세심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 준다.

■부정한 미녀들, 조르주 무냉 지음, 선영아 옮김, 아카넷, 236쪽, 17,000원

언어학자 조르주 무냉은 프랑스 번역학의 토대를 구축한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현대 번역학이“조르주 무냉에서부터 출발한다”는 표현이 말해주듯 무냉이 현대 번역학의 시원에 서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냉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번역을 주제로 한 많은 이론서들을 남겼지만, 그중『부정한 미녀들』(1955)은 그 내용 면에서 가장 밀도 높고 풍요로운 성찰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연구서로 손꼽힌다. 번역학이 아직 자생적 학문의 주체성을 갖추지 못했던 시절, 무냉은 번역 불가능성을 주장하는 뭇 학자들에 맞서 이들의 反번역론을 논쟁적, 역사적, 이론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비판하고, 이를 위해 번역학의 주요 쟁점들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이를 해명하고자 한다. 그는 질의응답의 방식을 통해 번역에 반대하는 이론들을 비판하며 번역의 가능성을 옹호한다.

■ 사회학의 핵심 개념들, 앤서니 기든스·필립 W. 서튼 지음, 김봉석 옮김, 동녘, 480족, 20,000원

사회학은 그 태생부터 변동의 산물이며, 따라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현대사회를 다루는 사회학이라는 학문 분야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저자들은 지난 150여 년간 사회학의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했던 사회학의 핵심 개념 70개를 선별했다. 그리고 이것을 총 10개의 주요 주제 속에 배치해 현대사회학의 전반적 지형 속에 이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학에서 개념은 이론과 경험적 연구의 발전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으며, 사회에서 시작되기도, 여타 분야의 개념이 스며들기도, 특정 연구 주제를 위해 고안됐다가 일상생활로 내려가기도 한다. 때문에 이 개념들의 기원과 현재의 용법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학의 주제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인류, 로베르 앙텔므 지음, 고재정 옮김, 그린비, 466쪽, 19,500원

『인류』는 저자 로베르 앙텔므(Robert Antelme, 1917~1990)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후 겪은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이후 강제수용소 증언문학의 고전으로서 뿐만 아니라, 전후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꼽히게 됐다. 특히 1960년대 모리스 블랑쇼와 페렉(Georges Perec)의 앙텔므에 관한 논의들은 앙텔므 연구에 중요한 단초로 남아 있다. 앙텔므가 말하는‘단지 고통 속에 함께 있음으로서의 저항’,‘ 타자에 대한 무한한 인정으로서의 우정’이라는 그의 생각은 모리스 블랑쇼, 자크 데리다, 장-뤽 낭시의 정치와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통해 현대 프랑스 철학에 영감을 제공했다. 특히‘호모 사케르’연작으로 유명한 조르조 아감벤도『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에서 프리모 레비와 함께 가장 중요한‘증언자’로 앙텔므를 들며『인류』를 읽어 낸 바 있다.

■ 조선인 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제도, 윤명숙 지음, 최민순 옮김, 이학사, 606쪽, 32,000원

이 책은 군위안부와 위안소제도 문제의 권위자인 저자가 일본 히토쓰바시대에서 9년 동안 연구해 얻은 성과를 담은 책으로, 일본 아카시서점에서 2003년에 출간한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군 위안소제도에 관한 문헌 자료 대부분이 일본에 소장돼 있기에 국내에서는 그동안 위안소제도에 관한 연구가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다. 그나마 한국에서 출간된 많지 않은 책의 대부분이 일본인 연구자의 번역서인 데다가 위안소제도를 규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조선인 군위안부가 왜 생겨났는지, 그 배경이나 메커니즘을 밝히는 책은 거의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연구자가 군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문헌 자료를 기반으로 철저히 실증주의에 입각해 써내려간 이 묵직한 책이 갖는 의미는 중차대하다. 일본에서 출간된 지 10여 년이 지난 책이지만, 책의 논지는 변함없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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