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6-30 11:49 (목)
국립교양대학·대학통합네트워크 실현 ‘로드맵’ 제안 … 정부책임형 사립대 방안도
국립교양대학·대학통합네트워크 실현 ‘로드맵’ 제안 … 정부책임형 사립대 방안도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1.26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상중계_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가 엮은『입시·사교육 없는 대학 체제』(한울, 2015)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상임의장 송주명)가『입시ㆍ사교육 없는 대학 체제: 대학 개혁의 방향과 쟁점 』(한울 刊, 2015.1)을 엮어냈다. 책의 저간에는 교육문제의 핵심이자 초중등교육의 근본적인 원인은 고질적인 대학의 서열 구도였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인식은 ‘대학 개혁’ 없이는 대학의 서열 구도에서 기인한 입시 교육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는 강내희 중앙대 교수, 박배균 서울대 교수, 임순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 위원장 외 8명의 교수가 대학 개혁문제를 마주했다. 이들은 사학비리, 대학평가, 비정규 교수 문제 등 다양한 대학 개혁의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대학 체제 개편의 총제적인 상을 보여주고, 제2부에서는 대학 개혁의 여러 가지 각론적 과제와 대안들을 서술한다. 그 중 교양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한 심광현 한예종 교수, 국립교양대학과 대학통합네트워크 실현 로드맵을 제시한 정경훈 아주대 교수, 정부책임형 사립대 방안을 다룬 임재홍 한국방송대 교수의 글을 발췌했다.

기초학문의 발전과 창의적 교양교육의 선순환 구조
(심광현 한예종 교수)
한 국의 대학 교육과 학문 연구는 기초학문과 교양교육의 붕괴, 편중된 응용학문으로의 집중, 인구수에 비해 과도하게 증폭된 대학의 수적 규모와 전체 대학의 80%가 넘는 사립대학들의 무차별한 이윤 추구 등으로 양적·질적인 면에서 모두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 기관으로 전락한 오늘날 대학은 전 세계적으로 긴급한 화두인 창의성 교육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대학 당국, 그리고 교육 운동 단체 모두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학 교육과 학문 연구의 발전에서 핵심 관건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에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것은 지식과 사회적 활동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통찰, 복잡한 현실을 분석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창의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경험을 체화해나가는 새로운 교육이다. 이런 교육을 위해서는 기초학문이 강화돼야 한다. 응용학문이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응용을 위해 필요한 인간과 자연의 다양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창의적 사고의 원천을 제공하지 않은 채 기술혁신을 요구하는 근시안적인 접근이 문제라는 것이다. 요동치는 세계 체계의 상황에서 미래 사회 발전을 준비하려면 기초학문+교양교육의 혁신에 기초해 기초학문+응용학문+직업학문 간의 균형 회복이란 전망을 다시 세워야 한다.

대학의 교양교육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1910~1920년대 철학적ㆍ문명사적 관점에서 교육의 대대적 혁신을 강조했던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를 참고할 수 있다. 화이트헤드는 대학의 기능을 “원리를 우선시키고 사소한 것을 버릴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라고 주장한다.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전체를 내다보는 사고력, 아름다움과 인도적 감정에 민감한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이며, 이를 통해 어떤 전공 지식을 쌓더라도 ‘철학의 깊이와 예술의 높이’를 지닐 수 있도록 해, 평생 스스로 ‘자기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토대다. 이런 의미의 교양교육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그가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로 하여금 ‘생기 있는 관념을 체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지식을 굳게 결합’시켜야 한다. 둘째, 상상력과 지식의 굳건한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는 ‘상상력으로 점화된 교수단을 확보하는’데 있다. 국립교양대학 통합네트워크단은 대학입시 폐지와 교양교육 강화를 통해 첫번째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현재 6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 교수들을 일정한 절차를 거쳐 국립교양대학에 소속시켜 교양교육을 연구하고 시행할 국가연구교수로 전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박사학위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박사학위제를 시행한다면, 두번째 과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 통합교과적 성격의 교양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아직 분과학문으로 잘게 쪼개져 있는 기초학문들 간의 적극적인 통섭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혁신적인 교양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은 초중등교육에서 새롭게 시행될 창의적 문화 교육을 위한 통합교과의 내용을 마련하는 데도 적극 기여할 것이다. 초중등교육과정을 지성-감성-인성-신체의 균형적 발달과 창의적 문화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재 분과학문의 갈래에 따라 편성된 입시 위주 지식 교육의 방대한 양을 줄이고 협력 교육적인 통합교과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기초학문적인 토대가 탄탄하게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위기 및 해체와 더불어 유비쿼터스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함에 따라 경쟁 사회에서 협력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지식의 생산과 수용 방식에서 많은 양의 지식 주입과 암기가 아닌 지식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중요해지고, 다중지능 간의 네트워킹과 협력을 통한 사회적 지능의 증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립교양대학과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실현을 위한 로드맵
(정경훈 아주대 교수)

국립교양대학안은 복잡하지 않다. 박사급 교양교육 담당교수진이 양질의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는 국립교양대학 프로그램을 대학통합네트워크(국립공동학위대학, 정부책임(지원)형 사립대)와 원하는 독립 사립대에 동시에 설립·운영해, 고등학교 졸업자는 졸업장과 대학입학자격시험만으로 자신이 사는(또는 원하는) 권역 내 대학의 교양대학에 진학하고 1년 반 동안의 교양대학 과정 이수 후 교양대학 성적을 중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교육혁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성공적인 실현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단계 개혁 로드맵을 제안한다. 제1단계에서 ⓛ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ㆍ운영한다. ②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반값등록금제를 국공립대, 사립대에 실시한다. ③ 거점대학 중심의 국립공동학위대학을 설립ㆍ운영한다. ④ 정부책임(지원)형 사립대를 설립ㆍ운영한다. ⑤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설립ㆍ운영한다. ⑥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에 국립교양대학설립위원회를 설치한다. ⑦ 대학별로 정부의 지원하에 체계적인 1년 과정의 교양교육 프로그램을 설립한다. ⑧ 정부가 박사급 비정규 교수들 중 교양교육 국가 교수로 채용해 교양교육을 담당하게 한다. ⑨ 약학, 의학, 교육학 분야의 학부를 폐지하고 경영학 전공 모집인원은 현재의 절반 이하로 대폭 줄인다. 약학, 의학, 교육학, 경영학 전문대학원을 육성하고 학비는 대출을 지원해 대출금 상환은 졸업 후에도 가능하게 한다.

제2단계에서는 현재의 대학입시제를 폐지하고 국립 교양대학을 전면적으로 실시한다. ⓛ국립공동학위대학이 공동학위제의 실시를 지속한다. ② 대학통합네트워크 간의 학점, 학생, 교수의 교류를 활성화한다. ③ 인터넷으로 강의를 수강할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소속 캠퍼스의 과목을 수강한 것으로 인정한다. ④ 1년 반 과정의 국립교양대학을 전면적으로 설립ㆍ운영한다. ⑤ 고등학교 내신과 대학입시자격고사 결과만으로 국립교양 대학 신입생을 뽑아 해당 권역의 대학에 배치한다. ⑥권역별 우수한 박사 졸업자를 대학네트워크 전임교수로 적극 채용해 학문 후속 세대의 국내 재생산, 양질의 지식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⑦ 전공 진학 시 전공과 캠퍼스 배정은 학생의 희망과 출신 지역을 기초로 하되 경쟁이 있는 곳에는 일정한 기준을 적용한다. ⑧ 전공진학 시 대학통합네트워크와 독립 사립대 간 교차 지원을 30%까지 가능하게 한다. ⑨ 국립교양대학의 강의는 교양교육 국가교수가 중심이 되고 각 대학에 자원한 전임교수가 참여한다. ⑩ 국립교양대학의 신입생 선발과 일상적 학사 관리는 권역별 네트워크 단위와 해당 권역의 개별 대학을 단위로, 사립대는 각 사립대를 단위로 이뤄진다.

고등교육의 공공화 정책으로서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방안
(임재홍 한국방송대 교수)

국공립대의 대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사립대다. 그러나 한국 사립대의 수준이 공교육을 수행할 수있는 재정적 능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2009년 기준으로 4년제 사립대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63%에 이른다. 심지어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도 거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학교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해야 할 책무는 최종적으로 국가에 있다.

고등교육비에 대한 개인의 부담이 너무 과도하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2009년)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49위(2008년)이다. 그런데 국공립과 사립을 포함한 대학 등록금 수준은 세계 2위다. 교육비의 공적 부담은 필연적이다. 고등교육 부분에서 한국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9천972달러(미국달러)로 OECD 평균인 1만3천528달러에 매우 뒤떨어져 있다. 이런 투자로는 당연히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육성할 수 없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는 경우 초중등교육은 고등교육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초중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공공성이 전제돼야 한다. 국공립대 위주로 고등교육을 제공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고등교육체계를 국공립대 위주로 변경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1)국공립대의 신설 혹은 확대 정책: 먼저 지역적 여건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국공립대를 신설하고, 부실 사립 대 퇴출로 인구에 비해 국공립대의 규모가 적은 시ㆍ도지역 역시 국공립대를 신설해야 한다.

(2)정부책임형 사립대로의 전환 방안:
ⓛ사립대의 자율적 구조 개선에 의한 국공립화=정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의결을 통해 국공립대로 전환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설립자를 사립학교법인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변경하면 학교는 국공립으로 법적 지위가 변하는 것이다.

②정부책임형 사립대(준국공립화) 방안=대학의 재정 능력을 기준으로 정부독립형 사립대와 정부책임형 사립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발전 가능성, 지역의 고등교육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③비리사학의 처리 방안으로서 준국공립화=이사들이 직무와 관련해 범죄를 저질러 과반수 이상이 이사 지위를 박탈당한 학교법인에 대해서는 임시이사의 파견보다는 원칙적으로 법인에 대한 해산명령을 발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교수, 직원, 학생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존립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대만의 사립학교법처럼 관선이사를 파견하고 정상화하는 방식, 학교법인의 재정이 취약하나 존립 필요성이 있는 경우 정부책임형 사립대로 전환해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할 필요가 있다.

정리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