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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같은 효험 있어 神草로 불리기도
귀신같은 효험 있어 神草로 불리기도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5.01.12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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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21.인삼


▲ 인삼. 사진출처=한국인삼공사
이번 가을에 아들이 금산에서 水蔘을 사면서 인삼 씨(人蔘子)를 좀 구해다 주어, 山田 귀퉁이 응달진 곳에다 인삼밭을 일궈서, 세팔 길이 쯤 되는 이랑 여섯에 잔뜩 뿌려 놨다. 경동시장에서 어린 苗蔘(幼蔘)을 사다 심어본 적은 있으나 씨를 뿌려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심신을 정갈하게 하느라 못자리하기 전에는 房事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 또한 온 정성을 쏟아 골골이, 촘촘히 묻어 줬다.
씨앗은 씨를 받자마자 바로 심으면 싹이 트지 않으며, 일단 얼마간 休眠期(dormancy)를 거친 다음에라야 발아를 한다. 그래서 일찌감치 서둘러 심어서 내 밭의 놈들도 지금 한창 꽝꽝 얼면서 겨울잠에 들었다. 아마도 6년 뒤에는 시중의 인삼 값이 폭락하지 않을지?


인삼은 음지식물이라 직사광선은 피하고 散亂光으로 옥외광선의 1/10 정도가 알맞기에 인삼밭을 가림 막으로 가린다. 흙은 칼륨분이 풍부하고, 表土는 砂壤土, 深土는 粘土여야 하고, pH는 약산성인 5.5∼6.0이며, 오염되지 않은 熟田(해마다 농사를 지어 잘 길들인 밭)이 좋다한다. 북쪽 또는 동북쪽으로 8°∼15°정도 경사진 곳에다 가능한 야생인삼의 자연환경과 유사하고, 활엽수의 부식질이 많은 곳이 좋다. 참고로 내 텃밭은 어느 하나도 걸맞지 않은 곳이라 하겠지만, 혹독한 환경에 사는 놈은 그 모짐을 극복하기 위해 특수물질을 만들기에 건강에 좋다한다. 못난 과일이나 벌레 먹은 채소가 몸에 더 이롭다는 말씀.


人蔘(Panax ginseng)이란 뿌리 모양이 사람과 유사해 붙여진 이름이며, 귀신같은 효험이 있다고 해서 神草로도 불린다. 학명의 속명 Panax는 그리스어로 만병통치약(panacea, all-heal)라는 뜻이고, ginseng은 중국어로 r´ensh-en인데, r´en은 사람(人), sh-en은 식물뿌리로 사람 닮은 식물(人蔘)을 뜻한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靈草로 여겨온 우리‘고려인삼’을 일본에서는‘조선인삼’, 서양에서는‘Korean ginseng’이라 부르는데, 이는 우리 인삼을 알아준다는 뜻이고, 우리나라 인삼은 한자로‘蔘’자를 쓰지만 일본이나 중국은‘參’으로 쓴다.
그리고 인삼 屬(Panax)식물은 세계적으로 11종이 있는데, 주로 동아시아(한국, 중국북부, 부탄, 시베리아 등)와 북미(캐나다나 미국) 및 베트남 등지에 난다. 그 중에서 한국에 나는 고려인삼과 캐나다, 미국북부의 미국인삼(P.quinquefolius)이 주목을 끄는 종이고, 일본인삼은 P. japonicum, 중국 것은 P. notoginseng로 같은 인삼 屬이지만 우리 인삼과는 종이 틀려 약효 또한 다르다. 그러나 생김새가 아주 비슷해 미국, 중국 것이 국산 삼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인삼은 두릅나무·오갈피나무·엄나무·황칠나무들이 속하는 두릅나뭇과(ginseng family)에 드는 다년생초본식물로 원래는 깊은 산중에서 자라는 것으로 키는 60㎝에 달하고, 뿌리는 방추형으로 곧추서며, 사람의 다리에 해당하는 2~5개의 곁뿌리(側根)를 낸다. 뿌리 두부에는 도라지, 더덕 따위처럼 싹이 나오는 대가리 蘆頭가 있는데, 흔히 이를 뇌두라고도 하는데 노두가 맞다.
한 개의 원줄기가 곧게 나오고, 끝에서 서너 개의 잎이 돌려나기(輪生)하며, 길쭉한 잎자루(葉柄) 끝에는 다섯 개의 잔잎(小葉,leaflet)이 모인 손바닥 모양의 겹잎(掌狀複葉)이 달린다. 소엽은 달걀모양(鷄卵形)이고, 끝이 뾰족하며, 잎맥 위에 잔털이 조금 있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鋸齒)가 난다. 꽃은 연한 녹색으로 4월에 피며, 열매는 둥글고 반드러운 것이 적색으로 익는다.


인삼이란 본디 산삼을 뜻한다. 심마니들이 산삼의 싹을 찾았을 때 “심메 봤다”하고, 산삼을 캐는 것을 “소망보다”라 한다. 암튼 흙에서 캔 삼을 그대로 말린 생것이 白蔘(fresh ginseng), 그것을 가마에 넣고 쪄서 붉은 빛이 도는 것이 紅蔘(red ginseng), 가는 뿌리를 약재나 식료품 또는 기호 식품 따위의 재료로 이르는 말이 尾蔘(fine root)이다. 또 자연적으로 깊은 산에 나는 야생삼인 산삼(天種山蔘)과 야생산삼의 씨를 받아 깊은 산속에 뿌려 야생상태로 재배한 長腦蔘, 인삼의 씨를 받아 밭에 심어 키운 栽培蔘이 있다.
그런데 2010년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한해에 거의 21억불 치에 해당하는 8만톤의 인삼이 한국, 중국, 캐나다, 미국 네 나라에서 생산돼 35개국으로 수출되는데, 그 중 태반이 한국산으로 우리나라가 최대생산국이고, 중국이 최대소비국이라 한다. 인삼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


인삼은 “특이한 냄새가 있으며, 맛은 달고, 좀 쓰며, 성질은 약간 따듯하다(甘苦微溫)”고 한다. 사포닌(saponin),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등의 성분을 가진 인삼은 정력제로는 물론이고 DNA염기손상수선, 신진대사촉진, 진정작용, 혈당강하, 혈압강하, 면역력향상, 암세포억제, 당뇨치료, 노화방지, 남성성기능장애치유 등등에 다양한 효능을 보이는 것은 현대의학으로도 두루 입증되고 있다. 가히 만병통치약이란 말이 썩 어울린다! 어디 그뿐인가. 인삼 술, 드링크제, 차, 커피, 비누, 고급화장품으로 빠짐없이 쓰인다.
그러나 체질에 따라 인삼이 불면증, 욕지기(메스꺼움), 설사, 두통, 흉통 등 여러 뒤탈을 일으킨다. 이런 사람은 보통 인삼을 소화시키는 가수분해효소가 없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인삼을 즐기는 편이라 없어 못 먹지만 세상 떠난 형님께서는 인삼을 드시지 못하셨으니 同氣間에도 몸바탕이 이렇게 다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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