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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연금 대납 환수조치 부당” 판결 잇달아
“사학연금 대납 환수조치 부당” 판결 잇달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1.03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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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한신대 이어 총신대도 … 싸움 부추긴 교육부는 불구경

단체협약을 근거로 대학이 대신 납부해온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일방적으로 환수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가 감사를 통해 대학이 부담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환수 조치하라고 대학에 요구한 데서 비롯된 만큼 교육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31일 전국대학노동조합에 따르면, 숭실대와 한신대에 이어 총신대 직원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법원은 교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단체협약을 근거로 대학이 지원해온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대학이 일방적으로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한신대 노조가 같은 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신대는 단체협약을 통해 2009년부터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전액 대학이 부담해왔다. 지난 3월 이미 지급한 사학연금 부담금을 대학이 일방적으로 환수하자 한신대 노조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수원지법의 판결 요지는 명확하다. “단체협약에 따라 대학 측이 지원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은 임금에 해당하고, 이미 지급한 개인부담금을 근로자의 동의 없이 환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수원지법은 또 단체협약에 따라 대학이 대납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이 “사립학교법상 교비회계에서의 세출이 허용되는 인건비에 해당한다”며 “단체협약이 사학법을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신대 측에서 일방적으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지원을 중단하자 관할 지방노동청은 ‘임금 체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학연금 대납을 둘러싼 소송은 교육부에서 시작됐다. 교육부는 2012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특정감사를 실시했다가 뒤늦게 지난해 7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39개 대학이 1천860억원에 달하는 교직원의 사학연금을 교비로 대납했다는 것이 요지였다. 발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환수를 지시하자 교육부는 환수 계획 마련을 대학에 요구했다.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대납한 대학은 교육역량강화사업비를 삭감하기도 했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2012년 대선과 지난해는 반값등록금 실현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책임 강화 요구가 거셌던 시기”라며 “정부가 큰 틀의 재정지원 확대를 고민하기보다 여론의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상황을 모면하려 했고, 그 중 하나가 사학연금 대납과 관련한 교육부의 ‘기획감사 발표’”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교육부는 감사 착수 전 법률 자문을 통해 대학이 대신 지급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기획감사를 밀어붙이고 재정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정작 논란을 부추긴 교육부는 뒤로 빠져 있다.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환수한 주체가 대학이다 보니 소송은 직원노조와 학교법인이 치른다. 이번 소송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대학이 많아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 다른 대학 교직원들의 집단 소송 제기와 2심, 3심까지의 소송 장기화로 자칫 대학 운영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 국장은 “숭실대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배경에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환수를 종용했던 교육부의 압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교육부는 또 다시 항소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대학과 구성원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감사 결과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폐기해 환수 조치를 철회할 수 있는 근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 간에 싸움만 붙여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게 아니라 대학에 대한 지도, 감독권을 행사해 조속히 혼란스러운 상황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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