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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그들은 생각과 문화를 나눴을까?
서로 다른 그들은 생각과 문화를 나눴을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9.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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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71.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공존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와 네안데르탈인(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Homo neanderthalensis)이 상호작용을 했을까. 지난달 21일 <가디언>은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와 공존했다(Neanderthals walked among us)」를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유럽에서 5천년 이상 공존했고, 두 종이 만나거나 혼합될 충분한 시간이 제공됐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스페인과 러시아 등 40개 지역에서 발견한 무스티에 도구 문화에 대한 정밀한 연대 측정을 수행하기 위해 약 200개의 샘플 처리와 새로운 탄소연대측정기술, 그리고 수학적 모델을 사용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문화가 4만1천30년 전부터 3만9천260년 전까지 존재했음이 밝혀졌다. 이것은 몇몇 과학자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른 네안데르탈인의 소멸이지만, 네안데르탈인이 약 4만5천년 전부터 4만3천년 전 사이 유럽에 도착한 인류와 함께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두 종류의 인간 화석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7만년 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라는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친척이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기 3년 전 독일의 네안더 계곡에서 발견됐다(「인류 20만 년의 여정 5부작」, BBC, 2010, 이하 관련 내용 참조). 라이프치히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고인류학자 카테리나 하르바(Caterina Harba)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의 키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작았고, 팔다리도 짧았다”며 “흉곽이 좁고 곧은 호모 사피엔스와 달리 넓고 (네안데르탈인은) 볼록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것은 추웠던 기후에 적응한 것으로 본다”라고 주장했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은 큰 눈두덩이 돌기를 가졌고, 이마가 낮았다. 춥고 건조한 공기를 코 속에서 데울 수 있도록 큰 코를 가졌고, 턱도 강했다. 반면 현생 인류는 비교적 연약했다. 『인류진화의 발자취』(박선주, 충북대출판부, 2012)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12만5천년 전부터 우랄산맥 서쪽 지역인 유럽과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살며 진화한 유렵의 고인류들이다.


1967년 남에티오피아의 오모강 지역에서 고인류학자 리처드 리키(Richard Leakey)가 인간의 두개골을 발견했다(「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 리차드 포츠·크리스토퍼 슬론 공저, 주류성, 2013. 이하 관련 내용 참조). 그러나 표본이 적어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할 수 없었다. 이후 1999년과 2003년에 다른 팀에 의해 더 많은 화석 자료가 발견됐다. 2005년 새로운 연대 측정법 수행을 한 결과 그 화석은 약 19만5천년 전의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로 밝혀졌다. 이는 동아프리카에서 최초의 인류가 나왔다는 증거이다.

4만년전 유럽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기후 모델링을 보면, 12만5천년 전에는 현재의 사하라 사막 쪽은 초목이었고 지금보다 훨씬 습했다. 빙하기 중에 따뜻한 기후가 도래하던 12만5천년 전부터 9만년 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이동이 시작됐다. 학자들은 처음 아프리카를 떠난 집단이 오늘날의 이스라엘에 도착했지만 기후 변화로 전멸했을 것으로 본다.


오랜 시간이 흘러 약 7만년 전 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집단은 빙하기로 해수면이 낮아진 홍해를 건너 아리비아 해안과 페르시아만을 지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집단 중 어떤 부족은 오늘날의 인도를 지나 동남아로 가서 약 6만5천년 전 바다를 건너 호주 대륙으로 진출했다. 다른 부족은 4만년 전 야생 동물을 따라 시베리아로 이동한 후 아시아 최북단까지 이동해 아시아 대륙으로 진출했다. 또한 아라비아 반도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에 초원이 생겨 터키를 통해 유럽 대륙으로 진출한 부족도 있었다. 그리고 약 1만4천500년 전 아메리카 해안을 따라 인류는 가장 늦게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한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만남은 약 4만년 전 유럽에서 이뤄졌다. 현생 인류가 유럽으로 진출했을 때 그곳은 이미 네안데르탈인이 점령하고 있었다.


학자들은 두 종이 처음에는 서로를 피했지만, 자원 문제로 갈등을 빚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종이 만나게 된 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논쟁에만 150년이 걸렸다. 유전자 증거를 통한 해석으로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완전히 대체했을 것이라는 주장과 어느 정도의 새로운 현생 인류가 이전에 존재하던 사람들과 유전자 교류가 있었을 거라는 주장이다.


옥스퍼드대의 고고학자 토마스 하이엄(Thomas Higham)은 “우리는 지금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간 상호작용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연대표를 갖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후기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로부터 문화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기타 지역에서는 짧은 시간이나마 네안데르탈인의 무스테리앙 문화와 현생 인류의 문화가 겹쳐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이엄은 네안데르탈인의 거주지에서 현생 인류로부터 소개된 가공물을 포함한 샘플들을 얻었다. 서부 독일 계곡의 샘플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로부터 인간의 특정 습관과 기술을 채택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오늘날 인간들 DNA 속에 저장되어 있다는 증거로, 적어도 몇몇 이종 교배가 이뤄졌음을 제시 했다

이종 교배 가능성
하이엄과 그의 동료들은 두 종이 서로 함께 존재하던 2천600년에서 5천400년까지의 좁은 시간 간격을 제외하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각각은 대부분 자신의 종들과 있었다고 믿는다. 또한 하이엄은 “두 종이 정착한 곳 중, 우리가 보지 못한 중복된 공간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과학자들은 두 종이 교류를 했을 가능성은 확실 하다 해도 두 종 사이의 접촉 정도와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네덜란드 레이든大의 고고학자 윌 로브로크(Wil Roebroeks)는 이번 연구에서 뼈보다 돌로 된 도구에 테스트 정도를 더 크게 보는 것에 대해 충고했다. 결정적으로 이것들은 특정 종이나 호미닌(Hominin, 현재 존재하고 있거나 과거에 사라진 모든 인류 즉, 인간이 침팬지와 공동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이후의 화석 인류들을 포함한 모든 인류)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봤다. 로브로크는 “이 인상적인 데이터 연구 결과는 명확하다”면서 “그러나 호미닌 유형들이 돌 인공물들로 유대를 가졌다는 가정에 대해서는 가까운 미래에 더욱 엄격하게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유보적 주장을 펼친다.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오늘날의 인류만큼 크다. 그들은 부싯돌로 도구를 만들고 사냥기술도 뛰어났다. 유럽의 최남단 지브롤터에 있는 동굴에는 약 10만년 동안 네안데르탈인이 살면서 홍합, 갑각류, 몽크물범 등의 식량을 구한 흔적도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도구와 식량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적 유대와 의사소통 능력
튀빙겐大의 니콜라스 코나드(Nicholas Conrad) 교수팀은 유럽에 있는 현생 인류의 서식지에서 플루트 악기, 상아로 된 매머드, 조각상 등 여러 예술품을 발견했다. 비슷한 조각상은 20~40㎞ 떨어진 지역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 걸쳐 발견됐다. 이는 현생 인류가 다른 무리와 접촉했다는 증거다. 현생 인류의 상호작용 능력과 상징적 의사소통체계는 네안데르탈인보다 넓었다. 넓은 사회망은 현생 인류가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으로부터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한 힘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이후 수 천 년 동안 현생 인류는 유럽 전역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더불어 네안데르탈인의 수는 감소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유럽의 가장자리로 쫓겨났다. 학자들은 남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유 중 하나를 기후 변화로 꼽고 있다. 개체수가 적었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쉽게 멸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 끝에 세상을 장악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현생 인류를 인류의 뿌리로 보고 있으며, 이는 인간 진화 3% 미만의 시간적 길이를 차지한다. 인류가 진화하기 위한 최종 원동력 중 하나는 강력한 사회적 유대였다. 인류는 서로의 의견을 종합해 문명을 더욱 발달시키고, 위험에 처한 부족을 도우며 오래도록 생존을 이어갈 수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을 뒤로하고 현생 인류가 지구상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그들끼리의 소통만은 아니라고 본다. 건강한 소통은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진화의 선택이 미래에 나타날 인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되려면 자연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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