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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판본은 ‘동시’에 간행된 異本으로 간주해야”
“두 판본은 ‘동시’에 간행된 異本으로 간주해야”
  • 글·사진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4.05.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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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진달내꽃』 『진달내꼿』 서지연구』 펴낸 웨인 드 프레메리 서강대 교수

 

▲ 웨인 드 프레메리 교수

“김소월은 대단한 시인으로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민요의 율조와 토속적이고 깊은 언어의 맛으로 시를 만들었다. 소월이 그런 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너무 궁금하고 그래서 지금도 연구 중이다.”

 


외국인으로 소월과 소월 시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로 명망이 나있는 서강대 웨인 드 프레메리(Wayne de Fremery) 교수(국제한국어과)가 소월 시와 시집 연구에 한 획을 긋는 일을 마무리했다. 서지학자인 엄동섭 씨와 공동으로 소월 시와 시집을 서지학적인 차원에서 고찰한 『원본 『진달내꽃』『진달내』 서지연구』(소명출판 刊)을 펴낸 것이다.
김소월(1902~1934)이 생전에 펴낸 시집은 단 한 권이다. 1925년에 발간한 『진달래꽃』이 유일한 것이다. 소월 사후 그의 스승인 김억이 1939년에 펴낸 『소월시초』도 있다. 하지만 그 것은 첫 시집에 수록되지 못한 소월의 시들의 많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시 선집에 해당한다.


시집 『진달래꽃』은 2011년 근대문학작품 가운데 최초로 문화재로 등록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특이한 일이 생겨난다. 시집 『진달래꽃』의 두 가지 형태의 판본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엄동섭 씨가 <시인>誌에 지금까지 알려진 소월의 『진달래꽃』과는 다른 판본인 ‘진달내-’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된 이래 그 판본이 공개됐고, 확인을 거쳐 학계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학계의 건의를 토대로 여러 차례의 정밀조사와 자문회의를 거쳐 두 판본을 모두 등록문화재로 삼았다. 웨인 교수와 엄동섭 씨는 이 두 판본이 학계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비교연구에 들어갔고 이 책으로 결실을 거둔 것이다.


두 저자의 공동연구이고 공동저작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웨인 교수의 경우 1920년대 한국 근대시와 시집들을 서지학적으로 고찰한 그의 하버드대 박사학위 논문(「How poetry mattered in 1920s Korea」)에서 두 판본의 시집을 정밀하게 대조하고 있고, 이번에 나온 책은 그것을 바탕으로 해 엄동섭 씨와 연구를 심화시킨 것이라는 점이다.


시집 『진달래꽃』의 두 가지 판본 중 하나는 賣文社 발행, 한성도서주식회사 총판의 『진달래꽃』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매문사‘ 발행, 중앙서림 총판의 『진달내』이다. 이 두 판본은 모두 1925년 12월 25일 ‘매문사’에서 발간된 것인데, 그 판형, 인쇄. 발행일자, 조판방식, 수록작품, 편집방식, 가격 등이 동일하다. 다만 표제와 서체 등 몇 가지 부분만 다를 뿐이다. 말하자면 쌍생아적인 이본인 것이다. 그러나 웨인 교수는 논문을 통해 목차와 본문 등에서 몇 군데 특기할만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을 밝혀냈고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 이 책을 통해 더 심화되고 구체화된 비교분석으로 차이점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웨인 교수는 책에서 두 판본의 목차와 본문에서 22곳의 표기상 차이점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두 판본이 앞표지, 책등, 속표지의 양식과 판권지의 기록 일부가 다르다는 것도 확인했다. 두 판본의 비교분석을 통해 목차와 본문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은 주로 오자와 오식, 탈자, 행배열 등이다. 오자로는 『진달내꽃』의 목차 6쪽의 시 제목 「오시의눈」이 『진달내』에서는 「오시는눈」으로 돼 있다는 것이고, 誤植의 경우 『진달내꽃』 본의 본문 84쪽 「半달」 3연 4행 ‘지듯한다’가 『진달내』에서는 ‘’이 거꾸로 뒤집혀 인쇄돼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행배열의 차이도 나타난다. 『진달내???』에서는 행배열이 맞춰지고 있는데, 『진달내꽃』에서는 다른 행에 비해 행배열이 내려가고 있다.


두 책의 목차와 본문에서 확인되는 22곳의 표기상의 차이와 관련해 웨인 교수는 “두 책의 단순한 物性을 넘어서서 김소월 생전에 이루어진 同時的 텍스트의 변화성을 고찰하는 중요한 근거”라며 그 의미를 강조한다. 서로 보완되는 相補의 의미도 보탠다. 언뜻 보기에 편집상의 실수로 볼 수 있는 것을 소월 시의 관점에서 텍스트의 의도된 변화로 조심스럽게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웨인 교수는 이와 관련해 “「半달」이라는 시의 전체적인 느낌은 반달은 뜨는데 그것을 보는 시인의 마음은 내려앉는 서정적 감정을 전하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행배열을 다른 행에 비춰 낮게 함으로써 그런 감정의 폭을 좀 더 강하게 나타내려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꼿지못한다’에서 ‘꼿’이 거꾸로 뒤집혀져 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관점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견해는 어디까지나 그의 유추일 뿐이다.


“텍스트는 물질적인 것이지만, 그 물성을 넘어 텍스트가 변하면 내용도 변한다. 소월의 시에서 행이나 연, 띄어쓰기 등이 조금씩 변하면 시 내용적 의미도 달라진다. 서지학적인 관점에서 연, 행, 띄어쓰기의 변화가 콘텐츠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그는 부연한다.


웨인 교수는 책 발행기록을 담은 판권지에서도 두 판본의 차이를 확인하고 있다. 두 판본의 판권지기록은 모두 다섯곳에서 차이점이 확인된다. 도서명(진달내꽃/진달내), 도서명의 활자체, 발행소(매문사)의 활자체 차이, 총판매소(중앙서림/한성도서주식회사)의 표기 차이, 그리고 총판매소의 배열 방식 차이 등이 그 것이다. 그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발행소인 ‘매문사’ 부분이다.


두 판본의 저작 겸 발행자는 김소월의 본명인 김정식으로 돼 있고 그의 주소는 ‘경성부 연건동 121번지’로 돼 있다. 그런데 발행소인 ‘매문사’의 주소가 소월의 주소와 같다. 시집을 발행한 ‘매문사’는 소월의 스승인 김억이 직접 운영한 것으로 그의 거주지와 같은 주소지로 나오기도 하는데, 김억이 1925년 9월에 펴낸 그의 세 번째 시집인 ‘봄의 노래’에 역시 같은 주소로 처음 등장하는 출판사다. 하지만 이 때 김억의 주소는 ‘경성부 익선동 45번지’로 돼 있다. 김억이 1925년에 창간한 문예잡지 <假面>의 발행소도 역시 같은 주소의 ‘매문당’이다. 소월이 자신의 거주지로 ‘매문사’와 같은 주소지로 돼 있다는 것은 소월이 스승인 김억과 함께 있었다는 말이 된다. 때문에 ‘매문사’는 소월과 김억이 함께 거주하며 시집 『진달내꽃』을 함께 구상하며 펴낸 산실이 되는데, 막상 ‘매문사’가 어떤 출판사인지에 관해 그 실체가 드러난 게 없다는 게 웨인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어떤 곳에서는 매문사 주소가 다르게 나온 것도 확인했는데, 이것은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그는 이 내용도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 썼다.


웨인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두 판본이 다양한 차이점을 가지고 출판된 경위나, 두 책의 간행 상 선후관계를 밝힐만한 어떠한 근거도 확인된 것은 없다”라고 말한다. 두 책의 인쇄 및 발행기록과 수록 시만 동일하다는 점만 유효한 것일 뿐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두 판본은 일단 ‘동시에’ 간행된 이본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두 책이 동시에 함께 출간된 배경이나 이유와 관련해 깊이 있는 서지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게 웨인 교수의 말이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매문사’ 부분도 마찬가지다. 웨인 교수는 이를 위해 소월 시와 시집에 관해 더욱 심층적으로 연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글·사진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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