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3:25 (금)
“국내 박사 임용 느는 건 좋은데…”
강의·산학협력전담 ‘비정년트랙’ 급증이 원인
“국내 박사 임용 느는 건 좋은데…”
강의·산학협력전담 ‘비정년트랙’ 급증이 원인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4.21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년 1학기 신임교수 임용조사] 국내 박사 72.9% … 1년새 10%p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2014년 1학기 전국 대학의 신임교수 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147개 4년제 대학과 7개 대학원대학 등 총 154개 대학에서 신임교수 2천362명을 임용했다. 154개 대학 가운데 23개 대학은 신임교수 임용이 없었다.
<교수신문>은 지난 2월24일 전국 대학에 협조공문을 보내 3월28일까지 154개 대학의 신임교수 임용 현황을 파악했다. 2014년 1학기 신임교수 임용 현황을 파악한 154개 대학 중 100개 대학으로부터 신임교수 1천386명의 프로필을 받아 임용 동향을 분석했다.

올해 1학기 신임교수 가운데 국내 박사가 72.9%를 차지했다. <교수신문> 신임교수 임용조사에서 국내 박사 비율이 7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상반기 63.1%와 비교해 1년 만에 10% 포인트 가량 급격하게 늘었다.

<교수신문>은 100개 4년제 대학의 2014년 1학기 신임교수 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신임교수를 한 명도 뽑지 않은 23개 대학을 제외한 77개 대학에서 1천386명의 신임교수를 임용했다.

신임교수 1천386명 중 학부~박사까지 학력이 확인된 1천313명 가운데 박사학위자는 1천24명(78%). 국내 박사는 72.9%, 외국 박사는 27.1%였다. 임용 규모가 많고, 국내 박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약학 분야 신임교수를 뺀 현황에서도 국내 박사가 67.2%를 차지했다.

<교수신문>이 학기마다 파악하고 있는 ‘신임교수 임용조사’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임교수 가운데 국내 박사가 처음 60%를 넘어선 것이 지난 2005년 상반기다. 2006년 상반기에는 국내 박사가 61.6%를 차지했다. 이후 국내 박사 비율이 50%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외국 박사 보다는 많았다. 2009년 하반기에는 국내 박사가 44%를 차지한 적도 있다. 영어강의 확대, 교육부 WCU(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사업의 영향으로 해외 석학 초빙 붐이 일면서 미국 박사를 대거 임용한 탓이다. 2006년 상반기에 다시 국내 박사는 60.7%를 차지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국내 박사가 63.1%였다.

학문분야별 신임교수 국내 박사 현황을 살펴보면, 의약학 분야 신임교수 중 국내 박사는 94.9%를 차지했고, 자연 분야가 78.4%, 예체능 73.6%, 공학 분야 71%가 국내 박사다. 사회 분야는 68.2%, 인문 분야도 62%가 국내 박사였다. 외국어 분야의 신임교수가 많은 어문 분야만 국내 박사(45.6%)보다 외국 박사(54.4%)가 더 많다.

지난해 상반기에 63.1%를 차지했던 국내 박사가 올해 상반기에 72.9%까지 10% 포인트 가량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는 4월말까지 사업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대학 특성화 사업과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 등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평가를 대비한 ‘평가지표 관리’를 위해 대학들은 전임교수 충원에 나섰다. 2014학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지표 중 ‘전임교원 확보율’은 7.5%에서 10%로 2.5% 포인트 비중이 늘었고, 대학 특성화 사업단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80% 이상이 돼야 한다.

지난 2009년부터 6년째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등록금 동결ㆍ인하가 이어지고 있고, 향후 10년 동안 16만 명의 입학정원을 줄여 나가는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추진되고 있다.

입학정원은 줄어들고 등록금 인상도 어려운 현실에서 전임교수 충원에 나서야 하는 대학들은 대학예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게 됐고, 결국 새로 충원하는 신임교수는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70~80%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비정년트랙’으로 뽑는 경우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년트랙, 국내 박사 77.8% · 외국 박사 22.2%

국내 박사가 1년 만에 10% 포인트 가까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도 바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급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학기 비정년트랙으로 임용된 신임교수 중 국내 박사는 77.8%, 외국 박사는 22.2%였다.

국내 박사가 처음 60%를 넘어선 것이 지난 2005년 상반기.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구조개혁 선도대학’ 사업을 추진할 때였고, 전임교원 확보율을 가장 중시했다. 2005년 상반기에 176개 4년제 대학에서 신임교수 2천419명을 뽑아 임용 규모가 컸다.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시한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을 맞춰야 했고, 대학들은 신임교수 임용에 적극 나섰다. 2002년 연세대에서 처음 도입했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전국 대학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국내 박사가 처음으로 70%를 넘어선 2014년 1학기에도 대학가의 화두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이다. 이번에는 ‘정원감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수권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회장(부산외대)은 “국내 박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대학 특성화 정책과 연동해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때문으로 보인다”며 “대학 특성화 사업도 불과 몇 달 전에 발표가 났기 때문에 급하게 교수를 충원한 곳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전업강사나 비전임 교수로 있던 분들이 정부 정책으로 인해 다수 충원이 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한철희 전국대학교무행정관리자협의회 회장(숭실대)도 “국내 박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비정년트랙’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외국 박사의 경우 비정년트랙에 지원하는 비율이 낮은 편이고, 국내 박사들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자리에 지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대학재정이 악화하는 현실에서 대학 특성화 사업과 산학협력선도대학 사업을 준비하면서 비정년트랙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인이 국내 박사 임용 확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관계자들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값 등록금 정책에다 입학정원까지 줄여야 하는데 정부 재정지원 확대 등 대학재정 여건이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선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뽑아 인건비 절감과 인사관리의 용이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교수신문> 신임교수 임용조사에서 올해 1학기 신임교수 중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차지한 비율은 38.2%. 각 대학에서 신임교수 프로필을 제출할 때 비정년트랙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비정년트랙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10~2013년 비정년트랙 교원 현황’을 보면, 지난 2010년 36%를 차지했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비율이 2013년에는 50.8%로 늘었다. 2013년 비정년트랙 신임교수 중 외국인 교수는 39.1%, 강의(교육)전담교수는 37.8%, 산학협력전담교수는 12.4%를 차지했다. 2010년에는 비정년트랙 교수에서 외국인 교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강의전담교수와 산학협력전담교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조교수 직급으로 대부분 임용되는데, 같은 직급의 정년트랙 전임교원 급여의 60~80%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대학이 44.3%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올해 1학기 비정년트랙 신임교수 임용 현황을 보면, 119명의 신임교수를 뽑은 단국대가 64명(53.8%)을 비정년트랙으로 뽑았다. 상명대 천안캠퍼스는 32명 전원을 비정년트랙으로 뽑았고, 상명대 서울캠퍼스도 신임교수 27명 중 25명(92.6%)이 비정년트랙이다.

중부대는 11명 중 10명(90.9%)을, 남서울대는 30명 중 27명(90%), 경성대는 39명 중 34명(87.2%), 한성대는 14명 중 12명(85.7%), 홍익대 는31명 중 25명(80.6%)이 비정년트랙이다. 관동대는 128명 중 54명(42.2%)을, 동아대는 73명 중 43명(58.9%)을 비정년트랙으로 신임교수를 충원했다.

자연·공학 분야는 국내 박사 경쟁력 높아져 

국내 박사 임용 확대를 ‘비정년트랙’ 급증의 결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학문후속세대 양성과 학문 발전을 위해서도 국내 박사가 인정을 받고, 교수 임용이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은 있어 왔다. 국내 박사 임용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 중에는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과 전공이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학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이 발전해 왔고, 실제로 국제 비교를 통해서도 한국 대학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학문 자생력’과 주체성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학계의 주장도 늘고 있다. 국내 박사 임용 확대가 국내 대학원 과정의 내실화와 국내 박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용의 질도 뒷받침돼야 한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