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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문학을 통해 도덕적 가치를 전파할 의무가 있다”
“우리에게는 문학을 통해 도덕적 가치를 전파할 의무가 있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4.03.31 14: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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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인문정신 말하는 요헨 골츠 국제괴테학회장

사랑을 잃은 젊은이들에게 자살의 당위 기제로 작용했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도 삶에 환멸을 느낀 박사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를 그린『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이름은 그렇게 독일을 넘어 세계문학사에 우뚝 서 있다.

괴테의 생애와 그의 작품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연구되고 있다. 가장 큰 괴테 연구 기관인 국제괴테학회(회장 요헨 골츠, 72세)는 괴테가 죽기까지 머물렀던 바이마르에 있다. 주요 활동은 국제학술대회 개최와 연감 발행이다. 1885년 설립된 국제괴테학회가 격년으로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는 세계38개국의 괴테학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2013년의 주제는 ‘괴테와 세계종교’였고, 2015년 상하이에서 열리는 학회의 주제는 ‘괴테와 유럽낭만주의’다.

東獨 출신의 괴테 연구 권위자

지난주 요헨 골츠 국제괴테학회장이 한국괴테학회(회장 임홍배, 서울대)의 초청으로 한국에 방문했다. 괴테 사망일인 3월 22일을 기념해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파우스트』를 이해하는 시대적 흐름을 수용사적인 입장에서 짚어본 이번 학술대회에서 그는 주강연자로 발표했다. 한국괴테학회의 주선으로 지난 25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김종대 단국대 명예교수(독문학), 임홍배 서울대 교수(독어독문학과), 최민숙 이화여대 교수(독어독문학과)가 함께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한국괴테학회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요헨 골츠 국제괴테학회장은 "주요한 정치적 사건 때마다 정치인들이 괴테를 언급했지만, 지금 메르켈이나 슈뢰더 같은 수상들이 괴테를 인용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인문학자의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골츠 회장은 바이마르 출신이다. 1999년 괴테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바이마르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회장으로 선출돼 현재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예나대에서 독문학과 인도네시아학을 전공한 그는 1960년대 수하르토가 장기집권하며 벌어진 유혈사태로 동독과 인도네시아의 교류가 끊어지며 자연스레 독문학으로 연구의 방향을 틀었다. 이후 괴테 일기 전집에 대한 비평본 공동편찬자로 일하며 바이마르에 소재한 아우프바우 출판사 편집장, 독일고전문학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고,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바이마르 고전문화재단 괴테·쉴러 아카이브 소장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세 번째 한국을 방문한 골츠 회장은 우선 한국의 빠른 발전 속도가가 놀랍다고 입을 연다. “지난 주말 자동차로 시골에 다녀왔는데, 여기 저기 건설현장이 많더라. 듣기로 한국 국토의 30%만 사람이 거줄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에서인지 사람이 살 수 있을법한 공간이면 뭐든가 짓고 있던데, 그 템포에 존경심도 생기면서 또 한편으로는 언제쯤 충분히 지어서 그만 지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한국 학자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좋게 점수를 매겼다. “한국 교수, 학생들을 만나보면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중국 학자들은 한국 학자들처럼 솔직히 말하지 않는 편이다.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 감옥에 간 중국 학자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한국은 전반적으로 민주화 됐다고 본다.”

한국에서의 괴테 연구 수준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에 올라서 있을까. 한국어로 출간된 많은 논문과 저작들을 직접 읽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하는 골츠 회장은 현재 독일에서 연구하고 있는 젊은 학자들을 예로 들었다. “한국 학자들이 독일에서 출간하는 저작들의 수준을 보면 놀랍다. 독일어라는 언어적 제약을 뛰어 넘어 고전뿐만 아니라 젊은 독일 작가들을 연구하는 등 연구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특히 괴테연감에 수록될 수준의 논문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주지하다시피 독일은 대학등록금이 없다. 그럼에도 훔볼트 장학금, 대학학술교류처 장학금 등 외국 유학생들을 위한 장학제도도 잘 갖춰져 있다. 독일괴테학회 역시 유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매년 12명의 학자들을 초청해 연구를 지원한다. 한국과의 교류는 매우 활성화됐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독일괴테학회의 이사를 역임한 김종대 단국대 명예교수는 한국 독문학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시들해진 인기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고대문명, 희랍신화를 모르고 독문학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독문학 작품들은 주석 없이는 읽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수준이기에 국내 수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인적 교양시민과 미적 교육의 유효성

그의 지적대로 국내 대학에서 독문학과의 현실은 팍팍하다. 대학가의 구조개혁이 화두가 된 21세기 한국에서, 구조조정 대상 1순위는 철학과, 독문학과를 위시한 인문대학 학과들이기 때문이다. 이 위기에 대해 골츠 회장은 독일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고 말한다. “1871년 독일이 통일됐을 때 카이저(황제)는‘우린 강력한 나라가 됐고, 이제야 우리는 괴테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1919년에 독일 최초의 민주국가인 바이마르 공화국의 대통령 애버트 역시 ‘괴테의 정신으로 이 국가가 건설됐다’라고 말했다. 주요한 정치적 사건 때마다 정치인들이 괴테를 언급했지만, 지금 메르켈이나 슈뢰더 같은 수상들이 괴테를 인용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문사철 중심의 헤게모니가 산업화를 거치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골츠 회장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인문학자로서의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른 체계와 소통을 가진 시대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도덕적인 가치를 문학을 통해 전파해야할 의무를 갖고 있다. 이건 한국이든 독일이든 마찬가지다. 독일괴테학회의 학술행사들에는 지식인층도 오지만 비전문가들도 많이 참석한다. 우리는 가능하면 많은 독자층, 교양시민 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산업화가 가져다 준 경제 부흥도 있지만, 삶에는 다른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 독문학자의 과제라는 그의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최민숙 이화여대 교수가 말을 보탰다. “괴테의 시대에 프랑스는 파리, 영국은 런던이 있는 부강한 국가들이었다. 하지만 독일은 나라가 가난할 때 대학 제도를 수출했고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로 문화의 꽃을 피우며 나라가 부강해졌다. 오늘날의 문화파편화 현상에서 독일학자들이 내세우는 것이‘빌둥’즉, 전인적인 교양시민의 이념이다. 괴테와 쉴러가 강조한 것이 바로 인간의 미적 교육인데, 오늘날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임홍배 한국괴테학회장 역시 대학평가에 대해 독일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대학들은 등록금이 없으니, 대학 고등교육 예산 지표가 학생 일인당 정부 지원금 얼마냐로 평가한다. 2012년에 두 배로 올렸다. 지금 한국은 청년실업으로 힘든 실정인데, 이럴 때일수록 양질의 고등교육으로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한국의 대학 지원금은 국공립대를 다 합친 것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지식기반 사회라고 하면서도 전체 국가 운영 모델은 산업화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무혈 통일을 이룩한 독일. 서독이 아니라 동독 출신인 골츠 회장이 생각하는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통일은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의외였고, 신선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동독과 서독의 학자들이 통일을 논의해왔다고 답한다. 1968년 학생운동을 기점으로 보수적인 구세대에 속하는 학파와 마르크스주의적인 학파로 나뉘어 생산적인 논의가 불가능했지만, 이데올로기나 옛 독트린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학자들이 늘어났고, 이는 통일에 대한 논의의 시금석이 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동독 학자인 나의 연구에 대해 서독의 어느 학자도 근거 없는 비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통일 후에는 환영해주기까지 했다. 예전 이데올로기를 고수했던 이들은 통일 후 설 자리를 잃었다. 한국의 현명한 학자들이 순수한 연구를 하고 북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끼치면, 새로운 세대에서 분명 그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국제괴테학회는 앞으로도 괴테연감을 만들고, 계속해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외국 학자들로부터 그 나라에 괴테가 수용되고 연구됐던 과정들을 엮어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괴테가 말하던 ‘인문성 이상(Humanitatsideal)’이 국내에서 꽃피울 때가 기다려진다.


글·사진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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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흥선 2014-10-11 00:02:16
만약 저주라면 살아서 모든 것을 다 이루고 행복하게 죽을까만 고민하다가 '어떻게 죽어서 악마의 노예가 되지 않을까, 과연 악마가 그 때도 그렇게 친절할까? 자신이 박사인 걸 긍정해야 하나, 못 배운 친절한 악마가 더 똑똑하다니? 어떻게 '야곱'이 하느님과 싸워 이긴 것처럼 살란 말인가, 악마조차 이렇게 힘이 센 데?' 그런 의문의 연속이 진정 비극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