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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과교수들의 시선
대학 구조조정과교수들의 시선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승인 2014.03.17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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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몇 해 전부터 봄날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긴 겨울과 여름 사이에 봄은 이제 짧게 왔다가 그냥 가버리는 시간처럼 돼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봄은 어떤 희망의 변주곡이 울려 퍼지는 시기여야 합니다. 모든 탄생과 기원, 생장의 DNA가 이 계절에 약동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구조조정, 구조개혁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제의 성격상 그간의 논의들은 주로 정부와 대학 행정 인사들이 주도했습니다. 학과를 없애고 정원을 줄이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있어서 사실상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하는 교수들이 배제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교수단체들이 모처럼 뜻을 모아 ‘대학 구조조정 전국순회 교수토론회’를 꾸려 전국을 돌며 지역 교수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지역토론에서 그야말로 생생한 교수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들이 지적한 구조조정의 문제점들을 보면 이렇습니다. 대학당국이 학과 통폐합을 무리하게 추진한다, 비교육적인 악영향들이 만연하고 있다, 구성원 의사와 무관하게 통폐합이 가능하다, 해당 교수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대학만 살고 학생과 교수는 피해를 보고 있다, 급여를 삭감한다, 학문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교수들의 이같은 지적에는 공통 요소가 있습니다. 한 줄로 요약한다면 아마도 ‘대학만 살고 학생과 교수가 피해를 본다’는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대학가에 불고 있는 개혁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은, 구성원인 교수들이 당위성을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행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대학만’ 살고, 나머지 구성원이 피해를 보는 구조조정 정책이라면 과연 어느 누가 개혁의 최전선에 나설 수 있을까요?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걸까요? 교수단체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이 계속될 경우 전체 교수의 3분의 1인 2만여 명의 교수들이 강단을 떠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학문공동체가 와해되고, 나라의 연구경쟁력도 훼손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과연 우리 대학들은 발전 방향을 제대로 겨누고 있는 것일까요? 많은 고심의 흔적이 보이지만, 그것이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면, 완급을 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굽은 소나무 가지가 끝내 굽은 채로 커가는 자연의 이치를 본다면, 이 봄,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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