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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 100여명 참여 … “자유주의 문제점 파악해 대안 제시”
학자들 100여명 참여 … “자유주의 문제점 파악해 대안 제시”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4.03.17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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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틀리지 시리즈 ‘동아시아 맥락에서 정치이론’ 책임편집자 곽준혁 교수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 실증주의 역사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실재여부만을 따진다는 것이다. 10개 중에 하나 있었다는 걸 따지고 있다. 원칙이 틀렸다. 원칙은 非지배다. 그 조건이 있었냐는 것이다.”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 윤리연구소장과 '동아시아 맥락에서의 정치이론' 시리즈 1권『과거사 화해와 상속적 책임』
국내 마키아벨리 연구의 권위자인 곽준혁 숭실대 교수(서양정치사상·가치와 윤리연구소장)은 12일 <교수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미학계의 대표 민족주의 이론가 데이빗 밀러 옥스퍼드대 교수의 “전쟁세대가 저지른 행위가 전쟁이후 세대에게도 상속된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우선 곽 교수는 흑인문제, 남아프리카 식민지문제의 권위자 멜리사 노블 MIT 석좌교수와 함께 서양적 경험이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어떻게 체감되는가를 2009년 국제학술회의에서 분석한 바 있다. 논의들을 모아 영국 출판사 루틀리지에 출간 신청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맥락에서의 정치이론’ 시리즈(이하 ‘동아시아맥락’) 책임편집자로 2010년 선정됐다. 시리즈는 모두 12권으로 기획됐다. 노블 교수를 비롯해 다니엘 고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고이치로 마츠다 릿쿄대 교수 등 100명이 넘는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다.

곽 교수에 따르면 ‘동아시아맥락’ 시리즈의 취지는 세 가지다. 첫째, 서구의 정치이론이 동양에서 어떻게 변화됐는지, 둘째, 그것이 한·중·일 안으로 들어와 어떤 내부적 갈등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은 이 이론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다. 과거의 일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일한 일이 미래에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로 곽 교수는 노블 교수와 함께 시리즈를 기획했다.

지난달 1권『과거사 화해와 상속적 책임』이 출간됐다.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던 이 책은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켜 와세다대 아세아연구소 주최로 지난달 학술대회가 열리기까지 했다. 학술대회에서 곽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스스로를 관리할 수 없었던 한국인들을 보며 약했으니 당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가. 홉스적 사고방식으로, 계속 정글의 법칙으로 살 것인가?”라며 무라야마 담화를 언급했고, 노블 교수 역시 정치가의 사과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역설했다. 오는 6월 발간되는 2권『애국심』에서는 동아시아에서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구분하는 시도를 했다.

‘동아시아맥락’ 시리즈의 목표 역시 세 가지다. 동양의 특수성과 인간성이 담고 있는 보편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비교정치이론적 틀을 찾는 것, 다시 득세하는 자유주의의 문제점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 궁극적으로 연구를 통한 지식인들의 연대를 통해 동아시아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들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국내 여러 연구소와 연구자들이 각자의 연구 성과를 국제무대에 올리고 있다. 루틀리지의 많은 시리즈 중에서도 곽 교수의 ‘동아시아맥락’ 시리즈는 ‘서양정치이론’으로 구체적 이슈를 파고든 첫 번째 시리즈라는 점, 전체 시리즈를 온전히 꾸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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