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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대학 이기주의의 城壁을 허물려면
원로칼럼_ 대학 이기주의의 城壁을 허물려면
  •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사회복지학과
  • 승인 2014.03.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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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사회복지학과
사람도 사회도 다 고민하게 돼 있다. 변하기 때문이요,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때인들 달라지는 세계가 아닌 때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사람과 그들이 꾸리는 사회가 무력감을 갖게 할 만큼 빠르고 미리 알 수 없이 달라지는 때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변화의 폭과 속도는 점점 더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 때 우리는 변화하는 것을 따라갈 것인가, 그 변화를 이끌 것인가에 대한 결정 자체도 어렵게 한다. 너무 빠르고 엉뚱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이 없다. 그래서 고민이요, 막막하다. 사람들은 온전한 위기상황이라고 말한다.

잘 됐다. 차라리 잘 됐다. 어설픈 해답을 기대할 만큼 희미하게나마 앞이 보인다면 더 애매하고 어정쩡한 걸음걸이로 휘청거리며 계속 헤매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런데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함이 오히려 다행인지 모른다. 약간만 고쳐서 쓰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다 새로 하자는 기회로 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혁명이라면 지금은 혁명을 아주 깊고 면밀하게 필요로 하는 때다. 좁혀서 말하면 교육혁명과 대학혁명을 생각하고 이룰 때다.

아주 방만하게 키워진 대학. 대학이란 이름이 사라질 만큼 연구도 학문도 창의성도 사라진 대학. 자율성을 상실하고 교육정책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대학. 좋은 학문을 머금은 사람을 기르기보다는 젊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모인 그들이 어디에 일자리를 찾아가게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직업알선소처럼 돼 가는 대학. 학생도 교수도 직원도 학부모도 모두 깊은 자괴감과 무력감에 빠지게 하는 대학과 사회 상황. 그래서 학과의 이름도 바꾸고 과목도 바꿔보지만 나갈 길이 막연하다고만 느끼는 대학. 겉모양과 시설은 첨단을 달리면서 내용은 전혀 그것에 버금도 못 가게 방황하는 대학. 철학과 정신은 사라지고 돈의 포로가 된 대학. 그렇다고 스스로 문을 닫고 다른 길을 선택할 용기도 지혜도 없는 대학. 이것이 오늘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대학의 현실이다. 숨이 막히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 할 일이 무엇일까? 혁명이다.

아무리 요동치는 상황이 와도 묵직하게 본질을 잡는 배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요지부동하는 대학의 핵심 기준,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대학이라는 겉만 핥다가 나가게 하는 것은 벗어나야 한다. 종합을 말하고 융합을 말하지만 자기 전공, 자기 학과, 자기 대학만을 지키려는 아주 견고한 이기주의의 성벽을 허물지 않으려는 옹졸함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래서 일단 각 대학 총장들의 모임에서 대학들의 독립선언, 즉 교육정책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할 것을 선언하는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 자기 대학에 더 많은 지원금이나 프로젝트를 얻기 위한 개별 다툼이 아니라, 전체 대학들이 함께할 수 있는 교육독립선언을 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스스로 지역과 성격이 같은 대학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게 논의되면 좋겠다.

그와 동시에 대학의 교수들은 대학의 학문과 교육과 사회와 시대를 통찰하는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대학개혁을 일자리 지킴이나 전공 변조 또는 자극하는 용어로 내용까지 애매하게 만드는 학과의 명칭 변경이나 조합 정도가 아니라, 대학교육의 근본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 그러려면 지금 갖고 있는 기득권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버린 그 기득권은 도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들 중에 전공과 교육과 연구와 교수에 대해 무력감과 자괴감 없이 지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언제까지 그런 상황으로 대학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니 때는 지금이다. 큰 자기 것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나가면 자연히 길은 열릴 것이다. 이것이 자기혁명이요, 대학혁명의 길이다. 아무리 빠르게 달라지고 바뀌어도 요지부동의 변하지 않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찾는 데 온 정력을 다 쏟는다면, 대학혁명의 길은 열릴 것이다. 잠시 동안 학생 수, 등록률, 취업률로부터 벗어나서 본연의 길 찾기에 오로지 한다면 길은 열릴 것이다.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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