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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와 소설작법상의 특징 볼 때 ‘이인직’ 작품 맞다
문체와 소설작법상의 특징 볼 때 ‘이인직’ 작품 맞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11.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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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_ 김영민 연세대 교수, 「『제국신문』 소재 「血」의 淚下篇」 연구」(<상허학회>39호) 발표

이인직의 신소설 『血의 淚』와 관련 <제국신문>(1898.8.10~1910.8.2)에 실린 「血의 淚 下篇」은 매우 흥미로운 문제로 국문학계에서 인식돼 왔다. 이 작품이 이인직의 창작이 아니라 ‘필명을 양도한 작품일 수 있다’는 작가 진위 논란과, 연재중단 문제에 대한 논란이 특히 그렇다. 김영민 연세대 교수(국어국문학과)가 이 문제를 놓고 좀 더 꼼꼼한 텍스트 판본 고증에 나섰다.

김 교수는 이 소설이 거의 독립된 단편소설에 가까운 구성상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것이 이인직의 소설작법상의 특질인 에피소드 중심의 구성 방식과 관련된 산물이라고 지적하면서 진위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연구 토대를 마련하는 가장 기초적인 연구인 작가 및 판본 확정 연구는 국문학계에서 저평가돼 온 측면이 있다. 이 점에서 김 교수의 작업은 새로운 분위기를 진작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제국신문』 소재 「血의淚 下篇」 연구―작가의 진위 논란 및 판본의 위상 문제를 중심으로」를 상허학회(대표이사 강진호, 성신여대·국문학)가 연 3회 발간해오고 있는 <상허학회> 39호에 발표했다. 김 교수의 논문 초록을 싣는다.

학계에서 이뤄진 「혈의루」 판본 관련 논의 중에서 가장 진전을 이루지 못한 부분이 <제국신문> 소재 「血의淚 下篇」 에 관한 것이다. <제국신문> 소재 「血의淚 下篇」 에 대해서는 작가의 진위 문제부터 그 위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문들이 제기된 바 있다. 본 논문은 그러한 의문들이 나오게 되는 배경에서부터 출발해,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 「血의淚 下篇」 이 지니는 위상에 대해 살펴본 것이다.


<제국신문> 연재본 「血의淚 下篇」 에는 작가가 菊初로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제 이인직의 창작이 아니라 필명을 양도한 작품일 수 있다는 의문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그러한 의문이 지속된 가장 큰 이유는 「血의淚 下篇」 의 문체가 이인직의 문체와 차이가 난다는 점과, 그가 11회 만에 갑자기 연재를 중단한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 등에 있다. 본 논문에서는 「血의淚 下篇」 의 문체와 작법의 특질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어 검증했다.

기존의 논의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대화문의 특질과 관련해서는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血의淚 下篇」 의 서두가 「血의淚 下篇」 및 「鬼의聲」의 서두와 여러 가지로 유사하다는 점과, 특히 「血의淚 下篇」에 사용된 장면 전환의 기법이 이 시기 이인직이 즐겨 사용하던 기법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아울러, 「血의淚 下篇」이 <제국신문>에 연재된 배경과 이인직이 연재를 갑자기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를 찾아내 논증했다.


<제국신문>에 실린 이인직 ‘유고’ 관련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은 「鬼의 聲」의 갑작스러운 연재 중단과 <만세보> 논설의 필자 대체 문제 등을 통해 검증할 수 있었다. 이인직이 <제국신문>에 사원으로 근무했다는 기존의 주장은 과장된 해석이며, 이인직과 <제국신문>의 관계는 공적이라기보다는 <제국신문> 사장 이종일과의 사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인직이 「血의淚 下篇」의 연재 지면으로 <제국신문>을 선택한 것은,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만세보>의 불안한 미래를 <제국신문>이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마침 이 시기 지면의 확장을 앞둔 <제국신문>으로서는 대중적 인기 확산을 위한 새로운 소설 작가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이인직과 <제국신문>의 만남은 상호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血의淚 下篇」의 연재 시작 직후에 일어난 이완용 친일 내각의 등장이라는 정치적 사건은 <제국신문>과 이인직의 미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세보>의 미래를 대체할 활동의 장이 <제국신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한 이인직은 「血의淚 下篇」의 연재를 중단한 채 필자로 복귀하지 않는다.


「血의淚 下篇」은 구성 형식을 보면 거의 독립된 단편소설에 가깝다. 「血의淚 下篇」은 옥련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최주사의 ‘미국 방문기’이다. 「血의淚 下篇」의 서사의 중심축을 이루는 ‘미국 방문기’는, 출발 장면에서 시작해 귀환 장면까지 이르는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血의淚 下篇」을 통해 거듭 확인할 수 있는 이인직의 소설 작법상 특질 가운데 하나는 에피소드 중심의 구성 방식이다. 이인직의 소설들은 짧고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되는데, 이 에피소드들은 서로 연관되면서도 독립성을 지닌다는 특징이 있다. 이인직이 「血의淚」의 속편으로 「血의淚 下篇」과 「모란봉」을 각기 집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에피소드 중심 구성 방식과 관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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