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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교수 제자 논문으로 연구비 타내
국립대 교수 제자 논문으로 연구비 타내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2.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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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9 15:16:02
국립대 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도용해 학술지에 싣고 연구비도 독식한 것으로 밝혀져, 해당 연구과제에 연구비를 지원한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 주자문, 이하 학진)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지난 달 28일 경상대 대학원 졸업생 여 아무개 교사는 “지도교수인 강 아무개 교수(교육학과)가 내 석사학위논문을 표절해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했다”라며 “그 논문은 학진의 연구과제로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을 받았는데 연구보조자에게 지급되는 연구비를 강 교수가 모두 챙겼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논문은 1998년 경남개발연구원 기관지 ‘지방 연구 2호’에 실린 논문 ‘지방사립계 교육의 인적자원 관리방안’. 지난 97년 학진의 ‘지방대학 육성 과제 연구비 지원’ 사업의 연구과제로 선정돼, 연구결과물로 발표된 이 논문은 여씨의 석사학위논문인 ‘교육사회화 과정의 문화기술적 연구’를 거의 그대로 발췌·요약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강교수는 연구보조자에게 지급된 연구비를 자신의 통장으로 재입금하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 학진이 지원한 6백50여만원을 혼자 착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진은 진상조사팀을 꾸려 사실확인 작업에 들어간 상태. 학진 관계자는 “연구과제를 선정할 때 평가위원들이 현실적으로 모든 학술논문들을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긴 일인 것 같다”라며 “재단은 표절에 관해 단호한 입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밝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강교수의 논문이 표절로 드러날 경우, 학진은 학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연구비를 전액 회수하거나 향후 5년동안 재단 연구비의 신청을 제한하는 등의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경상대측은 “지난 2일 진상위원회를 구성해 확인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한 조치는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 교수는 이 모든 의혹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인터뷰를 거절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여씨는 지난 6일 총장, 학장, 교육학과 교수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강 교수님의 징계나 처벌을 원치 않는다. 누가 누구를 징계한단 말인가”라며 제자들의 논문을 이용한 연구실적 쌓기, 표절 등 교수사회의 그릇된 관행들을 꼬집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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