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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_ 전통 喪禮의 현대적 계승, 회의적이지 않다
세평_ 전통 喪禮의 현대적 계승, 회의적이지 않다
  • 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장
  • 승인 2013.10.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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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장

추석 전후에는 으레 전통문화의 계승 방안이 화제로 떠오른다. 문화는 그 알기를 지속하기 위해 시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외형을 변화시키는 속성이 있다. 그런데 외형이 조금이라도 낯설어 보이면 완전히 바뀐 것처럼 호들갑이다. 길이 전승하고 간직해야 할 전통문화라면 더욱 그렇다. 인간의 죽음을 처리하는 의례를 喪禮라고 한다.

상례는 인간이 태어나서 치르는 여러 통과의례 중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의례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 개인이 일생동안 직접 경험하는 상례는 한두 사례가 고작이다. 원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상례는 늘 낯설게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것은 외형이 그만큼 낯설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이 그렇고, 화장은 더욱 그렇다.

전통적으로는 客死를 금기시했기 때문에 반드시 집에서 임종을 맞도록 했지만 요즘은 병원에서 맞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고, 굳이 집으로 가겠다고 하면 의아해 한다.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상례를 치렀던 것이 전통적 우리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장례식장에서 주어진 절차에 따라 수동적으로 치르니 낯설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과연 상례의 문화적 전통이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 계승을 걱정해야할 만큼 심각한가. 답은 ‘아니다!’이다. 우선 전통이 계승되는 것을 보자.

하나, 양복에 삼베 두건을 쓰더라도 상복은 반드시 입는다. 상복은 부모를 돌아가시게 한 죄인임을 표시하고, 상복에는 불효자의 죄와 슬픔의 상징이 붙어 있다. 가장 거친 옷을 입고서 죄를 받는다는 의미로 삼베 상복을 입는다.

둘, 장례식장에서라도 문상객 접대는 반드시 한다.

셋, 重傷이면 플라스틱 바가지라도 깬다. 중상이란 출상하는 날 안 좋은 일이 낀 것을 말한다. 바가지 깨지는 큰 소리에 잡귀가 도망간다고 믿었기에 플라스틱 바가지라도 깨야 안심이 된다.

넷, 운명하신 날에는 반드시 밤샘을 한다. 마당에 화톳불을 밤새 피우는 전통에서 나온 것이다.

다섯, 헌화를 하더라도 분향하고 절을 하는 문상 풍속이다. 헌화는 고인에게 꽃을 바치는 서양의 풍속이 유입된 것이다. 그러나 분향하고 절을 하는 예절로 길들어진 DNA는 헌화를 하는 상가에서도 절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여섯, 부고와 감사편지는 반드시 쓴다. 부고를 보내고, 문상객에게 감사편지를 보내는 전통은 신문, 전자우편 등 매체는 바뀌더라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일곱, 영결식을 하더라도 반드시 遣奠은 지낸다. 發靷을 해야 무사히 고인을 저 세상으로 보낸다는 전통 때문이다.

여덟, 염습은 반드시 한다. 火葬이 대세인 지금에도 斂襲을 중요시하는 것은 매장을 할 때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수의를 입히는 등의 전통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홉, 3일 탈상을 하더라도 삼우제는 지낸다. 전통적으로는 3년에 걸쳐 삼년상을 치르면서 고인을 조상신으로 승화시켰다. 요즘 상황에 맞춰 비록 기간이 단축됐더라도 과정을 중시하는 전통이 삼우제를 지내게 만들었다.

이렇게 보니 현재에도 지속되는 상례의 문화적 전통은 의외로 많다. 그 알기를 지속하기 위한 외형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알게 하는 불가피성이다. 그럼에도 외형이 다르니 낯설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전통이 계승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외형적 변화를 수용하면서 내면의 의미를 지속시키는 지혜가 전통의 계승과 적용방안의 답일 수 있다. 왜냐하면 전통을 지키자고 IT최강국이라는 한국에서‘호롱불 아래서 짚자리를 깔고 옛날 이바구나 하면서’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통이라도 현재의 상황에 적용할 수 없다면 단절된 것에 다름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장
안동대 민속학과에서 「안동지방 씨족집단의 정사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석사논문을 쓰면서 가족과 친족집단의 일생의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고려대에서 「한국유교식 상례의 연구」로 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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