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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과 『쥐라기 공원』
마이클 크라이튼과 『쥐라기 공원』
  • 교수신문
  • 승인 2013.07.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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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소설이자 영화로 제작된 『쥐라기 공원』은 살아있는 공룡이 존재하는 가상의 테마 공원을 배경으로 한다. 이 소설에서 과학자는 화석에 보존된 곤충의 소화관에서 추출한 공룡 피로부터 DNA를 분리한 다음 이 DNA를 조작하여 벨로시랩터 같이 오래전에 멸종된 공룡을 복원시켰다. 『쥐라기 공원』의 저자인 마이클 크라이튼(Michael Crichton)은 1942년 시카고에서 태어나 하버드와 캠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했고 1969년에 하버드 메디컬 스쿨을 졸업했다. 1969년부터 1970년까지 샌디에이고에 있는 솔크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실제 의사로서 근무한 적은 없고 어렸을 적부터 책과 영화가 그의 인생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소설 『쥐라기 공원』은 카오스 이론 문제와 관련해 과학의 힘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부여한 소설이다. 크라이튼은 과학적 사실을 잘라 허구와 혼합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쥐라기 공원』은 카오스 이론의 개념 및 그것의 철학적 의미를 소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소설 속에서 유전공학의 산물로 현대에 복원된 공룡은 그들의 창조주인 인간에게 혼돈과 공포를 안겨 준다. 고생물학자인 그랜트 박사와 그의 조수 엘리에는 사업가인 해몬드 회장에 의해 어느 섬으로 초대받는다. 해몬드 회장과 그의 회사는 사우리아(Sauria, 도마뱀아목)의 피를 빤 모기가 갇혀 있는 고대의 琥珀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한 다음 추출한 DNA를 양서류의 것과 결합해 유전적으로 암컷 공룡만을 선택적으로 복원해 배치한 테마공원을 조성한다. 그랜트와 엘리에는 실제 공룡을 목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해몬드는 투자 그룹의 변호사뿐만 아니라 수학자이자 카오스 이론의 대가인 이안 맬콤도 초청했다. 카오스 이론 법칙에 따르면 그 테마 공원은 매우 큰 재난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맬콤은 직감한다. 그러나 해몬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문제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충분한 사전조처(우리, 전기 펜스, 컴퓨터로 조절되는 동물원, 암컷 공룡만 만든다는 것 등)를 취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결국 전기 펜스로 공룡의 탈출을 막는 소프트웨어는 공룡의 유전자를 팔아 돈을 벌려는 직원에 의해 운용이 중단되고 그로 인해 공룡들이 우리를 탈출해 섬을 활보하게 된다. 자연의 카오스는 이 책의 진정한 주연이다. 상호교배를 막기 위해 선택적으로 만든 암컷 공룡의 주위에는 그들의 성을 바꾸고 새끼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양의 개구리 DNA가 존재했다. 또한 컴퓨터 모니터링 상의 잘못된 결정은 문제의 발견과 공원의 재복원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유전공학과 카오스 이론의 혼합은 더 강력한 혼합체를 창조했고 결국 크라이튼은 서스펜스를 창조하는 거장이라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리고 왜 일어났는지 과학을 통해 쉽게 설명해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복잡한 시스템은 완전하게 예측할 수 없거나 또는 조절할 수 없어 엄청난 재난이 뒤따른다고 크라이튼은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카오스 이론은 우리가 경험하는 거대 수준에서 실제적인 카오스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라이튼은 과학이 얼마나 빨리 진보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쥐라기 공원』에서 진행되는 연구의 목적은 개인 또는 사회의 건강에 있지 않고 회사, 대학 그리고 각 연구자의 부를 증가시키는 데 있다. 의회나 사법 체계는 과학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므로 개인의 권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크라이튼은 진정한 과학적 연구에 대한 강한 신념을 드러내 보인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간 주제에 대한 연구가 왜 엄격하게 규제돼야 하는지를 『쥐라기 공원』 속의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쥐라기 공원』 에서 보여준 과학이 매우 정교하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예를 들어 공룡 DNA의 갭(gaps)을 개구리의 염기 서열로 대체한 것은 매우 큰 오류이며 소설에 나타낸 실제 DNA 서열은 척추동물에서 발견되는 유전자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 세균의 발현 벡터였다. 저자의 의학적 배경이 『쥐라기 공원』에서 중요하게 작용했음은 당연하다. 크라이튼은 말한다. “인생은 너무나 짧고 DNA는 너무나 길다.” 그의 소설은 과학자들이 규제 없이 연구를 행할 때 그리고 과학이 정신착란에 빠질 때의 위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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