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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핑계로 국어국문학과 폐지하는 것은 천박한 발상”
“취업률 핑계로 국어국문학과 폐지하는 것은 천박한 발상”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07.17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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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탁 신임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에게 듣는다

 

국어국문학회는 지난 5월 24일 제38대 대표이사로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학·60세)를 선임했다. 남기탁 신임 대표이사는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부친인 난정 남광우 박사의 유지를 이어받아 한국어문연구에 힘써 왔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이사, 한국한자능력검정회 회장, 국어학회 이사로 있다. 국어심의회 한자분과위원회·어문규범분과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강원대 인문대학장을 지냈으며,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국어와 민족문화』(공저), 번역서로는 『촘스키의 최소주의 이론 및 최적성이론의 한국어에의 적용』(공역) 등이 있다.

 

1952년 9월 4일 신예 국어국문학자들이 과학적 방법에 의한 학문연구를 표방하며 창립된 국어국문학회는 같은 해 11월 1일 부산에서 <國語國文學> 창간호를 펴내면서 명실공히 ‘母 학회’로서 위상을 다져왔다. 매년 전국국어국문학연구 발표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그동안 『국어대사전』·『국어국문학연구총서』·『국어국문학』·『국어국문학연감』·『국어국문학회 30년사』 등을 간행하기도 했다. 또한 1953년 7월 ‘한글간소화’에 반대하고 1978년 7월 韓國語文敎育硏究會 등과 함께 ‘국어교육강화촉구건의서’를 내는 등 國語敎育 정상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회력이 60년을 넘어섰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인문학 위기에 따른 전통적인 문사철 학문의 변화와 함께, 대학 곳곳에서 ‘국어국문학과’를 폐과하는 사태까지 잇따르고 있다. 점점 세분화되는 학문 경향도 모학회로서 국어국문학회의 결속력을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국어국문학회는 ‘세계화’와 ‘융합’을 새로운 기치로 내세우면서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남기탁 신임 대표이사는 “학회원들의 중지를 받들어 국어국문학계의 현안을 풀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하면서 △회원간의 활발한 소통 △국문학계 다른 학회와의 관계·교류 확대 △국어정책 수립에 적극 참여 등을 강조했다.

남 대표이사는 최근 일부 대학들이 국어국문학과를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국어국문학과를 폐지한다는 것은 곧 정체성 없는 교육, 수단과 기능만을 익히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낮은 취업률을 핑계로 국어국문학과를 없앤다는 발상이야말로 전형적인 천박한 실용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면서, “전국의 국어국문학과와 국어국문학 관련 학회가 공동으로 입법청원을 통해 모든 대학의 국어국문학과 존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국어국문학이 소프트파워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계도사업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초동에서 남기탁 대표이사를 만났다.

글·사진 최익현 편집국장 bukhak64@kyosu.net

 

"문화의 수준은 인문학적 소양, 상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 학회 차원에서 할 일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국어국문학이 소프트파워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라는 점을 국민들이 납득하게 하는 사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제38대 학회장(대표이사)에 취임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1952년 전쟁의 참화 속에서 국어국문학 연구의 기틀을 세우기 위해 설립된 국어국문학회는 60여년 넘게 국어국문학 분야의 ‘모학회’로서 역할을 다해왔습니다. 이 분야 최고 학회의 대표이사로 선출된 것이 저로서는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그동안 선학들께서 이룩한 업적에 누가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회원들의 중지를 받들어 국어국문학계의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급변하는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국어국문학 연구 환경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국력의 신장과 더불어 국어국문학의 위상도 높아졌지만 체계적인 연구와 연구 성과의 확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37대 집행부가 역점을 뒀던 회원 간의 활발한 소통에도 관심을 두고 힘쓰겠습니다. 국어국문학 관련 다른 학회와도 관계를 확대하고 활발하게 교류하겠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어국문학회가 국어국문학 연구자 모두의 학회, 명실상부한 ‘모학회’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들의 건전하고 올바른 국어생활을 위한 정부차원의 각종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 관여하여 제언은 물론 정책 수립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하겠습니다.
회원들의 조언과 도움을 바탕으로 국어국문학회가 더 높은 단계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근래 우리나라 학회들의 뚜렷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전공 세분화에 따른 학회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학회로 불리는 큰 학회들에 연구자들의 참여가 저조한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어국문학회 전국대회는 그야말로 ‘국어국문학’ 연구자들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의 자리, 학문 연찬의 자리 아닌가요? 지난해 6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도 언급됐지만, 참여 규모뿐만 아니라 명실공히 ‘모학회’로서 국어국문학회의 새로운 위상 설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가요?
“속내를 내보이는 일이 결코 유쾌할 수는 없지만 지적하신대로 제가 근무하는 대학의 경우도 어렵게 학술대회를 유치하고 나면 제일 걱정해야 하는 일이 발표자 및 토론자를 선정하는 일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학연 지연을 바탕으로 국어국문학 관련 학회 창립이 많아지면서 학술대회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연구자를 섭외하는 일마저 녹록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학회나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어국문학 관련 학회의 학술대회가 해당학회 구성원들만의 행사가 된다면, 이것은 문학지 평단에서 한 때 유행했던 주례사비평의 만연 문제만큼이나 불행한 일입니다. 학문의 동종교배는 결과적으로는 문제의식의 퇴보와 토론 문화의 실종을 초래함으로써 학회로서의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 전국의 국어국문학 관련 학회 관계자들이 국어국문학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국어국문학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함께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이나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여 지난해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회를 출범시켰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며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회의 출범이 학계에서 국어국문학에 관한 통합적 연구와 논의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됨으로써 국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는 ‘모학회’로서 국어국문학회의 새로운 위상 정립을 위해 한국어문학학술단체연합회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원활한 소통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다음으로 권역별 활동을 활성화하여 모학회의 동력을 키우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노력할 것입니다. 품이 들더라도 찾아가서 본회 회원들은 물론 그 지역의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회 소속 학회 관련자들과도 만나 국어국문학의 발전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아직 결정 된 것은 아니지만 한 해 한 번 개최해온 학술대회도 연 2회로 늘려 한 번은 국어국문학회가 독자적으로 주관하고 한 번은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대체적으로 문사철 분야는 ‘변화’가 느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어국문학회는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세계화 시대의 국어국문학’, ‘국어국문학과 융합학문’을 기획주제로 문건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에서도 ‘세계화’, ‘융합’이란 열쇳말이 유효한지 궁금합니다. 그것이 유효하다면, ‘세계화·융합과 국어국문학’의 어떤 측면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일까요?
“80년대 중반부터 우리 사회에는 포스트모더니즘 논의가 일기 시작했었습니다. 당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은 분야를 막론하고 남용이라고 할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 결과 포스트모더니즘이 현대사회로 이행해가는 과정에서 근대가 배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난한 모색의 산물이라는 의미는 퇴색되고 글을 때깔내기 위한 단순한 유행어 정도로 치부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세계화’와 ‘융합’도 그런 혐의가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통과 정보 통신의 발달로 물리적 국경의 의미가 없어진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인터넷의 보급과 매체 환경의 변화는 국어국문학 연구 활동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출판 자본에 포획된 일부 평론가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의미를 왜곡하는 데 앞장섰던 것과 같은 우를 되풀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국어국문학의 세계화나 다른 분야와의 융합 연구는 시대적 요구이지만 이윤 추구를 최대의 덕목으로 삼고 있는 상업자본의 유혹에 이끌려서, 또는 소위 새 판짜기를 통해 입지를 세우고 이해를 도모하려는 관변학자들의 정책놀음에 현혹되어 추진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자칫 밥그릇 내주고 밥 빌어먹는 형국의 세계화나 융합 연구로 전락할 위험을 경계해야 합니다.
국어국문학의 세계화는 국력의 신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리말과 문학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우월감이나 상업적 조급함에 떠밀려 세계화를 추진하기보다는 문화교류 차원에서 양방향적 소통을 전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판사가 중심이 돼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여 해외에 소개함으로써 우리문학의 세계화를 추진했던 사업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어국문학의 융복합적 연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어국문학이 속한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조종(祖宗)으로서 원래 통합학문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인문학 위기 담론의 근본적인 요인은 먼 데 있지 않습니다. 인문학이 분과학문 체계에 편입되면서 도구학문으로 전락한데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국어국문학의 융복합 연구 역시 문·사·철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학문 영역과 접점을 찾는 데서, 다시 말해서 인문학(국어국문학)의 통합학문으로서의 성격을 되찾는 데서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 학회는 저마다 학술지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기존 등재(후보)학술지 제도를 개선, 우수학술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전공 영역에 따라, 혹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학술지가 간행되는 데는 의미 있는 측면도 있지만, 학술지 중복 난립이란 문제점과 여기에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하고 있는 학술지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란 효율성을 ‘학술지’ 문화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학회는 저마다 학술지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기존 등재(후보)학술지 제도를 개선, 우수학술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전공 영역에 따라, 혹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학술지가 간행되는 데는 의미 있는 측면도 있지만, 학술지 중복 난립이란 문제점과 여기에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하고 있는 학술지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란 효율성을 ‘학술지’ 문화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학회는 저마다 학술지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기존 등재(후보)학술지 제도를 개선, 우수학술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전공 영역에 따라, 혹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학술지가 간행되는 데는 의미 있는 측면도 있지만, 학술지 중복 난립이란 문제점과 여기에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하고 있는 학술지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란 효율성을 ‘학술지’ 문화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학회는 저마다 학술지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기존 등재(후보)학술지 제도를 개선, 우수학술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전공 영역에 따라, 혹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학술지가 간행되는 데는 의미 있는 측면도 있지만, 학술지 중복 난립이란 문제점과 여기에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하고 있는 학술지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란 효율성을 ‘학술지’ 문화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학회는 저마다 학술지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기존 등재(후보)학술지 제도를 개선, 우수학술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전공 영역에 따라, 혹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학술지가 간행되는 데는 의미 있는 측면도 있지만, 학술지 중복 난립이란 문제점과 여기에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하고 있는 학술지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란 효율성을 ‘학술지’ 문화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학회는 저마다 학술지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기존 등재(후보)학술지 제도를 개선, 우수학술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전공 영역에 따라, 혹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학술지가 간행되는 데는 의미 있는 측면도 있지만, 학술지 중복 난립이란 문제점과 여기에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하고 있는 학술지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란 효율성을 ‘학술지’ 문화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한국연구재단이 기존의 등재(후보)학술지 제도를 개선하여 우수학술지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전공 영역 또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학술지가 간행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실제로 학술지의 중복 난립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판단에도 공감합니다. 학술지의 중복 난립 문제는 교육당국 및 대학의 획일적인 평가 방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신규 채용 및 승진을 위한 연구실적 평가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서 연구업적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술지를 만든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해결 방식이 학문적 특수성과 지역적 특성의 필요에 의해 간행된 다수의 우수한 학술지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입니다.

 


학술지의 난립 및 중복 간행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원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문분류표를 기준으로 중분류 단위의 분야까지 분야별로 1~3종의 우수학술지를 선정하고, 그 외 학술지는 일반학술지로 구분하여 지원을 차등화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수학술지로 선정되지 못한 일반학술지의 등재지 승격 및 유지 규정을 강화하여 단계적으로 등재(후보)지의 수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한국연구재단의 제도 개선 취지도 반영하면서 동시에 우수학술지로 승격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학술지의 전문성과 수준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 지난달 제56회 전국학술대회 주제가 ‘소통을 위한 국어국문학’이었습니다. 이 주제는 37대 대표이사 체제에서 강조한 것으로 아는데, ‘소통’을 주제로 내건 데는 그럴만한 상황논리가 있다고 봅니다. 철학연구회에서도 학회창립 50주년을 맞아 세대간의 대화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 정도로, 대화, 소통이 학문연구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 같습니다. 국어국문학회가 지향하는 ‘소통’이란 어떤 것인가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대학에 분과학문 체계가 도입되면서 대학에서 학과수가 급증했습니다. 국어국문학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분과학문 체계도 나름 의의가 있지만 전문성이라는 것이 인접학문과의 관계망 속에서 형성된 전문성일 때 비로소 유의미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과거 분과학문 체계는 연구자들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단순한 칸막이 제도에 불과했다는 혐의가 짙습니다.
대학원 전공 커리큘럼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그 폐해의 심각성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국어학과 국문학이 서로 별개의 학문처럼 인식되는 풍토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회 간, 학문 세대 간, 그리고 인접 학문과의 교류 모두 중요합니다. 국어국문학회가 추구하는 소통의 의미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치열한 토론 문화를 정립하는 것입니다. 견해의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은 더 높은 수준의 결론을 위한 필요조건인 동시에 동력입니다. 학문적 전통을 존중하는 풍토 위에서 국어국문학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기 위해서는 회원 모두가 학문동업자 의식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 모학회가 절대적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지역화, 지방분권화 등과 맞물려 학문에서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학회들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지만 수도권 이외 지역에 계신 분들이 ‘학술대회’가 수도권 중심으로 열리고 진행되는 데 불편을 많이 느꼈던 것도 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학문활동 역시 ‘중앙집권적’ 형태였다는 문제의식이죠. 신임 대표이사께서는 ‘전국성’과 ‘지역성’을 어떻게 모색할 계획이신지요?
“앞서 모학회로서의 국어국문학회 위상 설정의 필요성에 답하면서 어느 정도 말씀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에서 ‘모학회’로서 국어국문학회의 새로운 위상 정립을 위해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전국의 국어국문학 관련 학회들과 교류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은 학회의 위상을 세우는 일인 동시에 국어국문학회의 ‘전국성’을 모색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역 조직을 정비하고 지역 조직의 고유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등 권역별 활동을 활성화하면 중앙과 지역의 유기적 관계 정립이 기능하리라고 봅니다. 중앙과 지역의 연구 성과가 수렴과 확산되는 과정을 통해 변별력을 갖는 지역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본 학회의 권역별 분회와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회 소속 여러 학회들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는 개최하는 것도 한 실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현재 일부 대학에 한정되긴 하지만, 국어국문학과를 없애는 즉 취업이 잘 안돼서 학생들이 오지 않으니까, ‘폐과’하겠다는 시장논리를 제도화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국어국문학회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국 선언이나...다양한 방식으로요.
“1980년 이후 대학에 시장논리가 도입되면서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 안타깝습니다. 일정한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대학을 만들 수 있는 대학설립준칙주의가 1996년부터 도입되면서 우후죽순 격으로 대학이 난립한 것도 한 요인입니다. 더구나 최근 교육당국이 주도하고 있는 파행적인 대학구조개혁의 평가지표 중에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들이 국어국문학과를 아예 없애거나 다른 분야와 통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동화 및 디지털 공정의 도입과 같은 생산방식의 변화와 사회구조의 재편에서 비롯된 청년 실업 문제를 대학이 온전히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사회변동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일자리를 국가가 주도적으로 창출함으로써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대학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국어국문학은 우리의 얼과 정서의 정화라고 할 수 있는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학문입니다. 국어국문학과를 폐지한다는 것은 곧 정체성 없는 교육, 수단과 기능만을 익히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낮은 취업률을 핑계로 국어국문학과를 없앤다는 발상이야말로 전형적인 천박한 실용주의적인 발상입니다.


답답한 것은 교육 당국마저도 대책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마당에 학회 차원에서 특별한 해법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원론적인 입장에서 해당 대학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일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전국의 국어국문학과와 국어국문학 관련 학회가 공동으로 입법청원을 통해 모든 대학의 국어국문학과 존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미래 사회에서는 물적 재화가 아닌 문화와 같은 무형의 재화가 중요하며, 문화의 수준은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에 학회 차원에서 할 일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국어국문학이 소프트파워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계도사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학자에게 ‘학회장’이란 자리가 영광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헌신과 희생’ 이런 의미가 조금 강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영어영문학회 학술대회는 일종의 학문연찬 자리인 동시에, 잡 마케팅이 활발히 일어나는 곳이라고 합니다. 학회가 학문 연구외에도 해야할 다양한 사업들이 있다고 봅니다. 학문후속세대들의 안정적인 대학 진입, 연구자 간의 유익한 정보 교류 등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 앞으로 어떤 일에 주력하실 생각이신가요?
“우선은 국어국문학 연구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전임자들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을 이어받아 더욱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계화의 진행과 국력 신장 등으로 우리나라도 이미 글로벌 빌리지에 편입되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급증, 해외 취업 인구의 증가, 한류의 확산 등 사회 문화적 변화는 국어국문학 연구 환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변화된 연구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모학회로서 국어국문학회가 해야 할 일들을 살펴보고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외국어 홈페이지 구축, 학회신문(뉴스레터) 발간, 한국어 수요가 많은 해외에 분회 설치,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교육(교재)의 표준화,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어국문학 자료원 설립, 국어국문학 관련 정책입안 활동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어국문학회가 국어국문학 관련 사업과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위상을 세울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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