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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연구, '아는 만큼 보인다'
융합연구, '아는 만큼 보인다'
  • 임은경 연세대 메디컬융합연구소 연구조교수
  • 승인 2013.07.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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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임은경 연세대 메디컬융합연구소 연구조교수

임은경 연세대 메디컬융합연구소 연구조교수
최근 다양한 과학기술분야의 학문과 융합하는 ‘융합연구’에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시대흐름에 맞춰 융합형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처음 융합분야 연구와 공부를 시작할 때, 학부 때에 배웠던 기초 지식뿐만 아니라 다른 전공 분야의 지식 또한 알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필자도 전공은 공학이지만 나노 바이오 분야 연구를 시작하면서 나노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바이오 분야의 기초이론 지식을 함께 배워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DNA, RNA라는 단어는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후 기억 속에 묻어 두었는데, 다시 꺼내어 익숙해 져야 했고, 많은 복잡한 세포체계를 이해해야 했다. “생물학이 어려워 공학을 선택했다고 말했었는데…” 다시 이 분야를 마주해야 했다. 처음에는 이론 지식 없이 의욕만 갖고 접근해 시행착오도 많았다.

특히 융합 분야 전공은 단일 분야 전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전공 선택에 후회가 될 때도 있다. 나의 경우도 나노 관련 실험과 연구, 바이오 분야의 것들도 해야 되고, 화학 재료와는 달리 세포와 동물은 높은 주의와 관심이 많이 필요한 생명체로 대부분의 생활 일정이 세포 주기와 동물 실험 일정에 맞춰져야 했다. 그러다 외부 요인 때문에 세포ㆍ동물 실험이 중단 되면 그 동안 실험 했던 시간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또한, 융합 분야가 ‘어중간한 분야’ 라고 생각하는 인식 때문에 전공 분야의 정체성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연구 했던 분야는 ‘나노 바이오’분야로 공학 분야에서는 바이오 분야라는 인식이 있고, 그러나 정통 바이오 분야와는 차이가 있어서, 졸업할 때 ‘과연 어느 전공을 공부한 것인가’, ‘전공 분야 지식이 얼마나 있지’ 등의 전공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적도 있다. 이러다 보니 대학원 신입생들 중에 융합연구는 취업과 다소 거리가 먼 분야로 인식돼,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다소 외면 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물론, 융합연구를 공부 한다고 해서 관련 실험을 모두 수행하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 공동 연구자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진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전공 분야의 아는 범위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고 하게 돼,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요한 연구 대상이 한 가지 접근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하며, 다양한 접근을 통해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자 생각했던 전공 이외에 잠재된 적성을 찾고, 관심 없던 분야에서 색 다른 매력을 찾아, 개인 맞춤(!) 전공을 찾을 수도 있다.

필자도 융합 학문을 공부하는 걸음마 단계로 누군가에게 조언 해 줄 역량은 부족하다. 필자가 공부하면서 느꼈던 고민을 하고 있을 융합 연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다. 현재, 각자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번쯤은 생각했던 또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융합’분야에 대한 걱정과 편견 때문에 각자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에 제약을 두지 않았으면 한다.

임은경 연세대 메디컬융합연구소 연구조교수
연세대 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박사후 연구원 과정도 마쳤다. 현재 연세의료원 연의-생공연 메디컬융합 연구소에 있다. ‘암 대사 조절을 위한 스마트 테라노시스 시스템 개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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