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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눈과는 근본이 다른 바이러스
티눈과는 근본이 다른 바이러스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승인 2013.06.04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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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85

요새도 몰라 그렇지 손, 발등에 더덕더덕 나는 티눈 닮은 그 못난이 사마귀(skin wart)가 있다 하는군. 통계를 보면 지난 5년간(2007~2011년) ‘바이러스사마귀’ 환자가 16만5천명에서 29만4천명으로 연평균 15.4%씩 늘었고, 연령별로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10대가 32.8%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0~9세 20.7%, 20대 17.0%, 30대 11.3% 순이었다고 한다. 결국 20대 미만이 53.5%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는 얘기다.

사마귀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약해지기 쉬운 여름, 겨울에 쉬이 걸리며, 乳頭腫(papilloma)바이러스 즉, '사마귀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HPV)' 때문에 생기며, 감염된 피부나 점막의 표피에 세포과다증식이 일어나 1㎝미만의 오돌토돌한 丘疹이 덩그러니 솟는다. 피부 어느 부위에나 감염되지만, 외부로 노출되는 손, 발, 다리, 얼굴 등에 발생이 잦고, 성 접촉을 통해 성기에도 생긴다. 그래서 극히 전염성이 강한 사마귀를 예방하려면 바이러스와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이것들은 모두 매우 딱딱한 것이, 살갗의 상처(틈)로 전염되고, 몇 달 지나면 그냥저냥 사라지기도 하지만 몇 년을 두고 가는 수도 있으며 가끔은 재발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사마귀는 바이러스성이고 전염한다는 것.

바이러스는 감염되는 숙주세포에 따라 보통 동물성바이러스, 식물성바이러스와 세균성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로 크게 나눈다. 바이러스의 분류기준은 ①핵산의 종류(DNA 또는 RNA), ②외각단백질의 배열상태 ③겉껍질(외피)의 존재 유무 ④외각 단백질의 수 ⑤바이러스의 크기와 형태 등이다. 또한 임상 증세에 따라 ①전신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천연두, 홍역 등) ②신경계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일본뇌염 등) ③호흡기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플루엔자 감기바이러스 등) ④간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간염바이러스) ⑤피부 및 결막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사마귀바이러스 등) 등등으로도 나뉜다. 이러하게 그놈의 바이러스가 지긋지긋하게 심술, 까탈을 부려대니 이럴 때 용천지랄한다고 한다.

사마귀바이러스는 10여 가지 형태가 있다하며, 피부의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나 점액성막에 감염하며, 보통 사람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여자는 자궁경부나 음부, 질 따위에 암을, 남자는 음경암이 생기는 수가 있다 한다. 사마귀를 예사로 봤다가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는 말씀. 그리고 사마귀 종류도 가지가지라 ①살색을 하면서 보드랍고 편평하게 생긴 편평 사마귀(flat wart)는 주로 어린이나 10대 아이들의, 얼굴, 목, 손, 손목, 무릎에, ②곰보빵이나 콜리플라워(cauliflower;꽃양배추)처럼 생긴 사마귀는 주로 손에, ③실낱같은 작은 사마귀는 얼굴이나 눈썹, 입술에, ④생식기나 손발에 덩어리를 지우는 것 등등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마귀는 암을 일으키지 않는 비 암유발성이며, 단순히 피부가 자란 것으로 몸에 생기는 것은 전염성이 거의 없으나 생식기 것은 아주 전염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리고 발바닥의 것은 조직이 안으로 티눈처럼 자라 걸을 때는 아프고, 손톱 밑에 생기는 것은 더욱 치료가 어렵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신 없는 세상은 없으매, 미국에서는 “토마토로 사마귀를 문지르고 그 토마토를 땅에 묻어두어 토마토가 썩으면 사마귀가 시나브로 낫는”다고 여겼다. 또 두꺼비에 살갗이 닿으면 사마귀가 생긴다고 믿었으니, 두꺼비 피부에 다닥다닥, 우둘투둘한 사마귀 닮은 돌기가 많이 있어 그렇게 믿었던 모양인데, 알다시피 두꺼비를 억지로 만져도 절대로 사마귀가 생기지 않는다. 그럼 우리는 어쨌는가. 시도 때도 없이 마냥 꼴사납고 거추장스런 사마귀를 만지작거리며, 손톱으로 쥐어뜯고, 낫으로 자르며, 바늘로 야금야금 후벼 팠다. 그런가하면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사마귀로 사마귀를 잡겠다고 일부러 밭가에 가 사마귀(버마재비) 놈을 잡아 손등의 사마귀에다 버마재비 주둥이를 들이대고는 우격다짐으로 ‘좋은 말 할 때 어서 이놈아’하고 뜯어먹게 으름장을 놓지 않았던가. 맹추, 멍청이가 따로 없다. 사마귀는 고분고분 딱딱한 사마귀를 오물오물, 차근차근 씹어 먹으니 성이 차진 않았지만, 그러고 나면 얼마 후에 저절로 사그라졌으니 곤충 사마귀가 용하다고 입소문을 탔던 것이지. 하기는 그리 안 해도 자고나면 금세 없어지기도 했다. 요사이는 백신으로 몸의 저항력을 키워 사마귀를 없애거나 얼리는 법, 레이저로 태우기, 적외선 등으로 없앤다고 한다.

그런데 사마귀와 티눈(corn)은 흡사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마귀는 바이러스성이어서 전염하지만 티눈은 피부변형으로 전염성이 없으며 각질을 깎아내도 출혈이 없다. 또 티눈은 중심핵이 보이지만 사마귀는 자르면 점점이 검은 점이 보이거나 뾰족뾰족 點狀出血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티눈은 손발이 기계적인 압박을 계속 받아 각질이 증식돼 원뿔모양으로 단단하게 박힌 것으로 위에서 누르면 아프다. 그리고 굳은살은 오랫동안 피부가 마구 눌림을 받거나 마찰로 살갗의 일부가 두꺼워지는 것을 말하며, 티눈에 비해 비교적 크고(넓고) 중심핵이 없으며 통증이 거의 없다.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저절로 생기는 티눈이나 굳은살은 마찰이나 압력이 피부에 가해지지 않도록 하고, 발에 맞는 편안한 신발을 신어 압박(누름)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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