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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진화 … 시작도 끝도 모르는 변종들
바이러스의 진화 … 시작도 끝도 모르는 변종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5.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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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5. 조류 인플루엔자 下

중국에 이어 북한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리와 철새 접촉에 의해 H5N1형 고병원성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한 전역에 가금류와 야생조류들을 감시하는 초소 1천360여 개를 설치했다. 또한 오리16만여 마리가 처분됐다.

오래된 질병들이 부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물리적 이동의 측면 △여러 나라의 여행객과 방문객들이 감염돼 전파하는 경우 △철새 등 감염원을 가진 조류의 이동. 생물학적 면역체계의 측면 △예전에 그 병을 막기 위해 사용된 항생제에 대한 저항. 실생활의 측면 △약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는 노인들의 증가 △백신 양의 미흡과 백신을 맞지 않은 행동 등. 최근 프랑스의 경우, 아랍에미리트 여행한 64세 노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물리적 이동 때문에 나타난 경우다. 감염환자는 귀국 후 124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돼 보건당국은 일일이 조사 중이다.

‘미확인’은 규명된 5천만 종의 100배 추산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있다. 『바이러스 대청소』(비전코리아 刊, 2009)에 따르면,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만나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한다. 바이러스의 구성체 간에 교환이나 결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예방의학 전문가 보니 헨리는『내 몸을 지키는 기술』(라이프맵 刊, 2010)에서“바이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유전 물질은 크기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변할 수 있는데다 돌연변이가 일어나기도 쉽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껏 규명된 바이러스는 약 5천만 개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은 100배에 해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이하 AI)는 A형 H7N9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바이러스 A형은 1933년 발견됐다. 그 후 1940년에 기존과 다른 바이러스가 발견돼 B형이라고 명명한다. 1949년에 A, B와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나 이를 C형이라고 한다. B, C형과 달리 A형 바이러스는 변이가 빠르게 일어난다.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로 구성돼 있고 그 안에 RNA나 DNA의 유전물질을 갖고 있다. 미생물은 대부분 DNA유전물질을 지녔지만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는 오르도믹소비리디(Orthomiyxoviridae)로 7~8분절의 선형 단일가닥 RNA를 가진다. DNA는 자신의 유전물질을 기준으로 숙주로부터 필요한 물질을 얻어 바로 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RNA는 먼저 DNA로 바뀐 후 복제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변이는 두 항원에 의해 일어난다. 바로 H항원과 N항원이다. 항원은 항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단백성 물질이다. 항원은 생물이 기존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이에 반응 하면 만들어지는 게 항체다. 바이러스는 당단백질인 H항원(적혈구응집소, Hemagglutinin)과 N항원(뉴라민분해효소, Neuraminidase)을 갖고 있다. 작은 공 모양 가장 바깥에 돌출된 게 H항원과 N항원이다.

H항원은 H0~H15까지 있으며 숙주세포의 표면에 관련 수용체가 있을 경우 결합하는 역할을 한다. 수용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때 기존 바이러스는 돌연변이해 수용체 결합에 적합하게 바뀐다. 즉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 몸 세포를 자물쇠로, 이에 결합하는 H항원을 열쇠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열쇠(H항원)는 자물쇠(몸 세포)에 잘 맞게 돌연변이 해서 신종 바이러스로 변종한다.

N항원은 N0~N9까지 있으며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내에서 증식 후 나가는 것을 돕는다. 기존의 감염된 세포와 바이러스 입자 간의 결합을 끊어주는 것이다. H항원이 숙주 표면에 결합해 있어 바이러스가 나갈수 없다. 이때 또 다른 항원인 N항원이 이 결합을 차단시켜 숙주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변이의 주범은 H항원과 N항원

돌연변이는 모두 144개로 나타날 수 있다. 바이러스의 16개 H항원과 9개 N항원이 조합되는 것이다. 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 주기가 8시간이다. 이 때문에 빈번한 돌연변이에 대해 기존의 약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독감은 정복되지 못한 질병 중의 하나이다.

바이러스와 지구상 생물들 간의 상호 관계는 절대 끝을 맺지 않을 것이다. 기후, 생활수준과 의식이 달라지면 바이러스도 그에 따라 진화해 나갈 것이다. 현재 발병하는 바이러스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주춤해진다. 혹은 변이를 일으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인플루엔자(influenza)라는 말은 중세라틴어 ‘influentia’에 기원을 두고 있다. 영향을 끼치다라는 뜻의 ‘influence’과 나타남의 뜻을 지닌 ‘visitation’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종하는 바이러스가 인류에 어떤 형태로“나타나 영향을 끼치게 될지”두고 볼일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H7N9 바이러스의 유전적 진화. (사진출처 :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위 다이어그램은 중국에서 발생한 H7N9의 기원을 형상화한 것이다. H7N9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어떻게 다른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오게 됐는지 알 수 있다.

H7N9과 유전자 재편성

H7N9 바이러스의 8개 유전자들은 아시아의 집오리, 들새, 가금류에서 발견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이러스는 유전자 재편성(reassortment)을 통해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재편성은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이 하나의 숙주를 동시에 감염시키고(co-infect)유전자를 교환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탄생한다. 전문가들은 복합적 유전자 재편성이 H7N9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은 서식지나 종이 다른 조류들이 식용을 위해 사고 팔리는 장터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장터에서 들새와 집에서 키우는 조류들이 한 군데 같이 섞이고, 살아 있는 조류와 가금류들이 한우리에 가둬졌다. 위 다이어그램에서 확인 가능하듯이, 집오리에서 H항원 유전자를, 들새에서 N항원 유전자를, 가금류의 복합적으로 연관된 H9N2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나머지 6개 유전자를 H7N9은 가져왔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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