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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호 새로나온 책
67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3.03.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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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 스기야마 마사아키 지음, 이경덕 옮김, 시루, 424쪽, 21,000원
북반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유라시아. 이곳을 차지한 유목민에 대한 역사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기록이 없는 이들에게 기록을 남긴 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가혹한 평가를 남겼다. 무자비한 약탈자라거나 문명의 파과자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기록에 대해 일본에서 몽골연구의 1인자로 손꼽히는 스기야마 마사아키 도쿄대 교수는 역사의 편견과 오해라고 단언한다. 기원전 5세기부터 서구의 총과 대포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18세기 전까지 유라시아라는 넓은 영토를 지배하고 중화와 서구를 압박한 역사의 주인공은 오히려 유라시아 유목민들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야만족, 미개인이라고 치부됐던 유목민들이 은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경제체제를 갖추고 있었고, 오아시스에 사는 정주민들의 고립을 막아주는 문화 교류자였으며, 그들이 사용한 아람어가 소그드문자를 비롯해 위구르문자와 만주문자, 한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등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있다.

■ 일본 근세의 ‘쇄국’이라는 외교, 로널드 토비 지음, 허은주 옮김, 창해, 400쪽, 23,000원
이 책을 쓴 로널드 토비 일리노이대 교수는 한일 교류사 등의 국내 심포지엄에 패널로 등장하는 등 일본 근세사의 권위자로, 일본사 전공자들에게는 이미 친숙한 인물이다. 일본사 관련 서적에 그의 이름과 저서가 인용되지 않은 책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책은 쇄국했다고 흔히 이야기되는 근세 일본의 외교 실태가 정말로 그러했는지를 살펴본다. 일본 근세의 쇄국사관에 대한 재고는 1970년대부터 다나카 다케오와 아사오 나오히로, 다시로 가즈이 등을 주축으로 이뤄졌는데, 쇄국사관 비판에 대한 일련의 연구에서 특별히 저자에게 주목할 점은 ‘연구방법’이다. 그는 철저한 문헌학자지만, 정사나 지식인들의 저술뿐만 아니라 문학과 회화를 넘나드는 방대한 자료를 섭렵해 독자적인 연구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 , 조봉암 평전-잃어버린 진보의 꿈, 이원규 지음, 한길사, 632쪽, 22,000원
죽산 조봉암(1899~1959)은 한국 근현대사의 이단아다. 그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투쟁해 장기간 옥고를 치른 독립투사였다. 조선공산당 창당을 주도했으나 광복 후 전향해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서 농지개혁을 성공시켜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되는 것을 막은 공로자였다. 그러나 이승만 독재에 맞선 일로 사형선고를 받고 법살당했다. 이 평전은 기자나 교수 출신이 아니라 평생 리얼리즘 소설을 써온 작가가 쓴 책으로, 딱딱하게 마련인 일반 평전형식과 달리, 소설과 르포가 섞여 있으면서도 철저한 고증과 주석을 뒷받침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덕분에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사실관계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연구자들의 성과까지 종합해냈다.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된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건조하지 않게 조봉암의 인간미와 이상을 전달하는 것 또한 강점이다. 위기를 맞을 때마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솟아오른 조봉암의 분투가 판화처럼 선명하게 복원됐다. 책에는 100여 장의 사진자료와 300여 개의 주석 및 200여 개의 참고문헌이 수록돼 있어 자료로서의 가치가 만만치 않다. 조씨 문중 등에서 나온 미공개 사진자료를 비롯해 독립운동사와 공산주의 운동사 관련 자료가 풍부하다.

■ 조선시대 달력의 변천과 세시의례, 이창익 지음, 창비, 372쪽, 28,000원
조선후기 역서인 시헌력서는 운명론적 요소에 따라 시공간을 구조화한다. 시간점술과 공간점술이 그려내는 종교는 현실세계 저 너머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모습을 갖고 있지 않다. 시헌력서가 보여주는 것은 초월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이 세계의 구조와 속박을 벗어나고자 하는 ‘구원의 종교’가 아니라, 현재의 세계질서를 찬미하고 현세계의 유지와 회복을 목표로 하는 ‘성화의 종교’인 것이다. 여기서 曆書가 형성하는 일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우주론적 힘의 생성, 성장, 소멸에 근거해 그에 합당한 삶을 영위하고자 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시헌력서의 점진적 폐지, 전통 역서의 붕괴와 1896년부터의 태양력 채용은 매우 큰 종교적 혼란을 결과했다. 이 책에서는 역서의 폐지와 근대적 시공간 형성 문제를 통해 시헌력서의 역주가 갖는 주술-종교적인 의미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 철학의 멘토, 멘토의 철학, 박승찬·노성숙 지음, 가톨릭대출판부, 368쪽, 22,000원
이 책은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부터 20세기 키에르케고어까지 세계 지성사를 주도한 철학자들의 삶과 철학을 소개한다. 사람의 전환점이 되는 만남을 통해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철학자들의 사유의 여정을 담고 있으며, 철학사에서 중요한 철학자들의 삶과 철학을 따라가면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는 멘토로서 그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저자들이 그간 진행해왔던 ‘철학상담’의 한 결실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이나 내담자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탐색하고 성찰하는 데에서 철학함을 시작하도록 조언”한 결과다. 풍부한 도판, 개략적인 안내와 쉬운 설명을 곁들인 이 책은 이들 대철학자들이 한때는 ‘방황하는 멘티’였다는 재미있는 사실까지 소개한다.

커뮤니케이션과 사회, 이건호 외 4인 함께 지음, 이화여대출판부, 424쪽, 26,000원
지난 100여 년간 커뮤니케이션은 탄탄한 학문으로 발돋움하면서, 소통의 본질뿐 아니라 그 실체를 둘러싼 각종 현상을 점검하는 사회과학으로 우뚝 서 왔다. 그동안 인문학이나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서 지엽적으로 연구되던 내용을 본질적으로 파고들면서, 이제 소통이라는 개념을 축으로 다양한 현상을 조망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의사소통의 역사가 보여준 근본을 생각하며, 원론적인 차원에서 숙고할 여지들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흔히 접하는 신문과 방송을 비롯해, 광고와 PR, 뉴미디어 전반을 짚어보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커뮤니케이션과 현대적 소통의 의미를 점검하고 이 분야에 관심을 지닌 독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학문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구성됐다. 각 장마다 ‘생각해볼 문제’를 제시해 인간 소통의 본질과 그에 따른 각종 현상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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