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保守의 시대에 모색한 ‘進步’
保守의 시대에 모색한 ‘進步’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02.25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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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학파 공식 저널 <베스텐트>2호 출간

사회 비판과 대안 모색을 위한 잡지, 프랑크푸르트학파 공식 저널 <베스텐트> 한국판 제2호(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 편저, 사월의책)가 나왔다. 이번 호에서는 공허한 이념으로 전락한 진보 비판, 폭력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 인터넷 시대의 자아 정체성 문제, 현대인의 세기병인 우울증 등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담았다.
한국판 제2호에서 눈길을 끄는 글은 단연 정치사회학자 클라우스 오페 헤르티 거버넌스 스쿨 교수의 「오늘날 정치적 ‘진보’란 무엇인가?」다.

그는 진보와 보수의 허황된 이념 논쟁을 벗어나 실질적인 사회복지를 추구하는 진보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우리가 진보에 애매하고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의 비판은 이렇다. 진보라는 개념 속에는 사회 해방의 열망만이 아니라 개발과 발전을 통해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더 좋은 사회가 도래한다는 신념이 들어 있다. 이는 진보라는 명목 아래 현재의 권리와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결국 진보 이념에 대한 맹목을 낳았다. 국가사회주의의 몰락이 보여주듯 진보적 전략은 실제로는 퇴행적일 수 있으며, 개발독재국가나 사회복지국가가 만들어낸 환경 문제들이 보여주듯 진보 이데올로기는 진보의 ‘비용’을 등한시해왔다.

여기서 오페는 ‘명목진보’와 ‘실질진보’를 구별하면서 진보의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한 발전 이데올로기로 전락한 명목진보 모델을 폐기하고 사회적 퇴행에 대비하는 ‘정지표지판’을 세워야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그는 ‘예방적 진보’ 개념을 주창하면서 모든 시민이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불안정과 빈곤으로부터의 위협을 예방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과제라고 지적한다.

“진보적 대안은 파국과 문명의 퇴행을 예방하기 위한 우리의 집단 능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베스텐트> 한국판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비판적 연구를 번역 소개하는 동시에, 독자적 편집권을 갖고서 한국 연구자들의 글을 함께 싣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제2호는 보이지 않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짓는 어떤 ‘感’ 혹은 정조의 문제를 ‘멜랑콜리’로 잡고, 이를 깊이 파고들었다. 최문규(연세대 독어독문학과), 김홍중(서울대 사회학과), 김동규(연세대 철학과)의 글을 실었다. 특히 김동규의 분석은 비판이론이 주목하지 못했던 문화적 다양성과 근대성 비판의 접합을 모색한 시도로 흥미롭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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