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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정부지원만으론 한계…수도권 집중화 해소 ‘마스터플랜’ 필요”
“단기적 정부지원만으론 한계…수도권 집중화 해소 ‘마스터플랜’ 필요”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2.18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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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살리기’ 어떻게 할 것인가

 

박근혜 정부의 고등교육 핵심 공약인 '지방대 살리기'의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처음 열렸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3일 '지방대 발전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날 유현숙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연구실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주제 발표를 맡았다. 청중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사진=김봉억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고등교육 정책의 핵심 공약으로 ‘지방대 살리기’를 제시했다. 박 당선인은 ‘지방대 발전사업’을 통해 지방대 교육ㆍ연구 여건을 개선하고 지방대 특성화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곽병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간사도 “지방대 육성에 주력해 지방대 시대를 열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방대를 살리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무엇일까. 한국교육개발원은 새 정부의 교육공약 실천방안을 논의하는 교육정책포럼 연속기획을 마련하고, 지난 13일 ‘지방대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유현숙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연구실장은 ‘지방대학 발전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3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지방대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산학연 협력체제 강화, 지방대의 교육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세부적인 과제는 표 참고) 

유 실장은 “과거 정부에서도 지방대학 육성위원회, 지역균형발전 위원회 하부 조직 등을 통해 지방대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있기는 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며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수반되는 동시에 산재한 지방대 발전정책을 통합적ㆍ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 실장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지방대학 육성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했다. 지방대 문제를 단기적이며 대증적인 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양하고 국가적 수준의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하되,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충분한 의견을 반영한 정책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방대 발전방안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시급한데, 기존 지방대 관련 사업예산을 증액하고 지방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기금 조성 등을 제시했다. 예산 배분과 관련된 대학평가 방식에 대한 개선방안이 주목을 끈다.

2012년 ACE사업에 선정된 25개 대학 중 22개 대학은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중복 수혜를 받았다. 중복 수혜대학은 수도권 소재 대규모 대학에 편향되고 개인과 팀 단위로 지원되는 평가 역시 수도권 대규모 또는 지방 거점대학에 편향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대부분의 평가지표가 투입 중심 지표로 구성돼 교육여건이 이미 잘 갖춰진 대학에게 유리한 평가구조라고 했다. 이런 현실은 대학발전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지표를 충족할 수 있도록 대학운영 방식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유 실장은 “일률적인 평가보다 대학 특성에 맞는 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상대비교에서 절대 수준의 평가로의 전환, 투입 및 현황 중심에서 성과중심 대학평가 체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현재 시행중인 대학의 재정지원평가와 구조개혁 평가사업에서 활용되는 성과지표는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이 대표적인데,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는데 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학의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고, 대학의 현재 상황보다는 직전 상황 대비 발전된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이 요구된다고 유 실장은 밝혔다.

이날 지정 토론과 청중 토론에선 좀 더 생생한 의견이 쏟아졌다.
지정 토론에 나선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그동안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대학을 지원해 왔다”면서 “교수 역량도 연구논문을 강조하다 보니 모든 대학이 그 방향으로 몰려갔고, 교수의 관심사와 학생 요구 사이에 괴리가 생겼는데 이런 것을 개선해야 지방대 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식 한림대 교수는 “지방대 문제는 구조적이고 펀드멘털한 문제”라며 “지방대 지원여부 보다는 아주 근본적인 구조개혁안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지방대 중 3분의 1정도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방대 지원은 중앙정부의 힘만으로는 안 되며,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송병주 경남대 교수는 “교육여건 개선 없이 교육정책의 단기적 처방은 효과가 없다”라며 “지방대의 여러 문제들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문제다. 사회ㆍ경제ㆍ문화 등을 포괄하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논의 속에 ‘교육’을 포함시켜 추진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도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지방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삶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교육’만 떼어 내어 추진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하며, 단기적인 프로젝트 성격으로 추진되면 지속적인 발전이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대학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질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연기 공주대 교수는 “지방대 발전을 위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시장에 맡겨 부실한 대학만 퇴출시켜야 하느냐”며 “2010년 기준으로 OECD 국가의 교수 1인당 학생수는 평균 15.8명이다. 우리나라는 32.7명에 달한다. 지방 몇 개 대학을 낙인찍어 없애기 보다는 전반적인 ‘질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청중 토론에선 열기가 더했다.

지방대 교수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지방대 문제의 속살을 보면, 국립대와 사립대의 문제로 나눠 봐야 한다. 이 시대에 대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고, 대학은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인식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대를 분리해서 보면 난센스”라고 말했다.

지방대 교수를 지내고 퇴직한 한 참가자는 “대학진학율이 83%까지 올랐는데, 정부는 일자리 창출 문제를 대학에 책임을 돌렸다”며 “일자리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며, 대학은 특성화해야 한다. 지역 특성과 산업을 고려해 특성화해야 하지만 서울대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으니 문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미국과 독일에 지방대가 있나. ‘지방’이라는 말을 함부로 쓴다. 지방에도 포스텍이나 카이스트, 한동대 같은 대학이 나오고 있는데 ‘지방대’라는 말부터 고쳐 쓰자”라는 제안도 나왔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된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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