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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지원ㆍ관리는 내려놓고 정책 ‘콘트럴 타워’ 돼야
미래부, 지원ㆍ관리는 내려놓고 정책 ‘콘트럴 타워’ 돼야
  • 이종욱 신구대ㆍ글로벌경영학과
  • 승인 2013.02.1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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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의 몫

이종욱 신구대 교수
이 글이 기고되는 시점에는 신설되는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관련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수도 있지만, 논란이 됐던 부처 명칭은 논외로 하더라도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전념해야 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격론과 협의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수위원회가 밝힌 “미래창조과학부가 미래 변화를 예견해 향후 수십 년의 먹을거리를 발굴하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첨병 역할을 하고, 창조 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성장동력을 발굴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부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부처”라고 하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지원·관리 기능은 과감히 내려놓고 정책기능에 주력했으면 한다. 어느 기관이던 정책과 연구지원을 동시에 갖게 되면 정책은 사라지고 지원만 남는다는 것은 너무 자명한 일이다. 한 부처가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먹을거리, 일자리, 잠자리까지 만들어 주려고 한다면 결국 실패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이명박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도 그 기대와 달리 성공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책기능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서라도 예산배분조정권을 확보해 주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결국 머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정책 기능과 예산권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하며, 지원 기능은 각 사업부처로 넘겨주어야 하는 것이 그 동안 시행착오를 벗어나는 길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하면 자칫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의 전체 과학기술 혁신을 총괄하는 부처로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국가의 최상위 정책과 부처별 정책 그리고 사업간 예산의 배분·조정 등 엄청난 파워가 있지만 각 부처의 협력과 조력 없이는 결코 정책의 계획과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창조과학부는 몸집을 가능한 한 줄이고, 글로벌 과학기술 시장의 흐름을 읽고 큰 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예측가능하고 실현가능한 ‘미래’를 그려달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에서 보다 멀리 볼 수밖에 없는 분야와 인력을 육성하는 것은 국가, 정부의 몫이다.

이는 노벨과학상을 보면 자명해진다.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은 새로운 발견일 것, 인류에 공헌할 것, 실험으로 증명할 것, 생존해 있을 것 등 네 가지라고 한다. 현재의 최고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업적을 보고 주는 것이다. 20~30대에 발견한 연구성과에 대해서 50~60대가 돼야 시상하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러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과거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의 국가대표팀 운영방식에서 보여준 아직도 유효한 시사점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능력보다는 기본에 충실해야 성과가 좋다는 점이다. 그는 선수들 각자에게 역할과 책임 및 권한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조율하는 역할만 했다. 그리고 10분을 열심히 뛰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90분을 뛸 수 있는 선수를 육성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정책이고 머리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조각의 퍼즐을 끼울 수 있는 밑판이 돼주어야 한다. 흩어져 있는 각 조각을 제대로 끼울 수 있는 밑판의 기초 그림만이라도 제대로 그려 준다면 누구나 인정하는 부처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오늘날 과학기술은 단순한 잣대로 평가되고 재단될 수 없다. 최고의 자살율과 최저의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암울한 현재가 조금이라도 행복한 내일이 되기 위해서, 내일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지원관리는 개별부처에 내려놓고 국가 정책의 콘트롤 타워, 컨설턴트가 돼야 한다.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창조라고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미래창조과학부의 존재는 충분히 빛날 것이다. 

이종욱 신구대ㆍ글로벌경영학과
한국연구재단 경영관리본부장을 지냈으며 신구대 대학발전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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