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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 보이는 중국의 비밀
그에게서 보이는 중국의 비밀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12.10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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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_ 『장칭-정치적 마녀의 초상』 로스 테릴 지음┃양현수 옮김┃교양인┃728쪽 ┃ 32,000원

일찍이 덩샤오핑이 그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장칭은 아주 사악한 여자야. 말로 묘사하기 힘들 정도로 사악하지.” 우리에게 마오쩌둥의 아내이자 동지로 알려진 인물, ‘문화혁명’의 불을 놓은 극좌파의 선봉, 중국공산당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비범했던 여성 정치가, 마오 사상의 계승자에서 ‘인민의 적’으로, 다시 역사의 금기로 봉인된 ‘정치적 마녀’ 江靑, 바로 그의 전기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하고, 하버드대에서 정치사상, 중국정치, 국제외교 등을 가르치면서 현대 중국 관련 저서를 여러 권 출간했던 로스 테릴 교수다. 그는 1980년에 『마오쩌둥(Mao: A Biography)』을 출간, ‘천재적 전기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던 빼어난 전기 작가다. 장칭은 중국공산당에서 철저히 금기시하는 인물인 까닭에 사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자료가 대부분 검열과 비공개의 베일에 싸여 있다. 저자는 베이징의 고위층이 은밀히 회람하던 문건들을 입수하고, 장칭의 가족을 비롯해 그녀와 공적·사적으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을 찾아 프랑스와 미국,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를 오갔다. 직접 발로 발굴해낸 수많은 자료와 생생한 인터뷰를 토대로 내놓은 이 책 『장칭-정치적 마녀의 초상』은 1984년 초판 출간 후 영국, 프랑스, 에스파탸,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중국에서는 당국의 정치적 압력 때문에 1994년에야 비로소 정식 번역본이 출간됐다.

저자는 가장 극적인 포인트에서 출발한다. 문화혁명이라는 마오쩌둥의 과오를 덮기 위해 준비한 ‘한 편의 잘 짜인 정치 쇼’인 일명 ‘4인방 재판’에 선 피고인 장칭을 그려내는 데서부터 이 파란만장한 ‘여걸’의 생애를 읽어나간다. 세상과 도무지 화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하나였던 장칭, 그럼에도 “자신의 자아가 최고의 가치였던 여성,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홀로 우뚝 선 모습을 자랑하던 여성”이었던 장칭을, 차가운 어둠 속에 봉인됐던 그녀를 치명적인 매력과 결함을 지닌 매우 특별한 인격의 소유자로 되살려냈다. 장칭의 드라마를 엿본다면, 중국공산당 지도부에서 이뤄지는 정치적 결정의 메커니즘을 쉽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980년 이 역사적 재판정에 오른 장칭은 1981년 기소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형 집행은 2년간 유예됐다.

이후 1983년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감형됐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는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과 교도소를 오가며 생활했고 잠시 동안 가택연금 상태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1991년 5월 14일 치료를 위해 머물던 병원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장칭은 그해 77살이었다. 1893년에 태어난 마오쩌둥은 1976년 죽었다. 관습에 따라 전족을 했지만 스스로 풀어버렸던 장칭은 1914년 산둥성에서 태어나 1991년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지상에서 남긴 마지막 글의 ‘마지막’에는 “마오 주석, 당신의 제자이자 전우였던 제가 이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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