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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는 대학문화의 새로운 탄생 의미 합니다
'르네상스'는 대학문화의 새로운 탄생 의미 합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12.07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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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맞은 신승호 강원대 총장, '르네상스 KNU'를 말하다

신승호 총장(56세, 물리학)은 조직적인 사고에 뛰어나다. 전공 탓이기도 하고, 또 지나온 경력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대 물리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석·박사를 마쳤다. 대개 물리학자들은 우주에서 나노 단위까지 사유의 단위로 담아 사고실험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다. 대학 수장으로서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 총장은 1982년 강원대에 부임한 이래 강원대 기초과학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2004년부터는 강원대학교 발전기획단 전문위원(기획), 기획협력부처장, 기획협력처장 등을 맡아오다 올해 국립대 총장공모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총장으로 선출됐다. 공식적으로 제 10대 강원대 총장이 된 것이다.

물리학자 출신의 총장. 첫 총장공모제 출신 총장이 된 그의 선택이 궁금하다. 강원대를 새롭게 체질 개선하겠다는 그의 포부가 어떤 모습을 그려낼지 주목된다.

포부도 단단하다. 강원대 르네상스를 일으키겠다는 것. 서울에서 춘천까지 전철이 닿으면서 강원대가 위치한 춘천은 수도권과 다를 게 없는 생활권에 진입했다.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발전을 꾀할 때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대학 체질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안을 12월쯤 내놓고, 이를 다듬어 내년 초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 총장은 대학교육이 일반적 고등교육으로 변화한 오늘날, 대학은 이러한 환경에 맞춰 전통적인 대학교육이 지녀왔던 강점을 접합해 ‘통섭’의 방향성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대학교육의 핵심이 전인교육에 있으며, 이것의 토대를 ‘교양교육’에서 찾고 있다. 학생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밑바탕을 닦아 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엔 단순한 전공 강화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오랜 믿음도 깔려 있다.

그러나 아무리 춘천에 전철이 닿는다 해도 ‘전철’ 하나로는 강원대의 새로운 발전 동력이 갖춰질 수는 없다. 그는 이 점을 인식, 대학 차원에서 명목적 자율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자율과 책임을 확보하는 일이 동시에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정적 순간이 대학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율’에 그는 역점을 둬 말했다. “대학 자율화는,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항목의 개수 문제가 아닙니다. 실질적인 자율이 필요한 거죠.”

그는 이 ‘자율’을 지렛대 삼아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국립대보다 뛰어난 사립대들과 경쟁할 생각인 것 같았다. “6개월 또는 1년 안에 강원대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시발점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립대 체질에서 좀 더 경쟁적인 체질로 변화하려는 거죠. 국립대라는 틀 안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바람 휘몰아치는 벌판으로 달려 나가 모든 대학과 경쟁하려는 것입니다.” 국립대 법인화만 추진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고등교육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 등 정부 노력도 더욱 필요하다고 말하는 신승호 총장을  취임 100을 맞아 만났다.

일시·장소: 2012년 11월 27일 오후 4시 30분 강원대 총장실

대담·정리: 최익현 편집국장 / 사진 김봉억 기자

“강원대는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그리고 문화예술이 융합된

르네상스 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며,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학문을 수용하는 르네상스 운동을 통해

거점대학으로서의 강원대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입니다.”

△ 총장께서는 국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총장 공모제’를 통해 선출된 첫 총장이 되셨습니다. 대학가의 주목도 많이 받았는데요.

“직선제 하에서도 총장직의 문호는 항상 열려 있었지만 공모제는 외부인사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우리 대학 공모의 경우 실제로 외부 인사의 참여도 있었고요. 학내외의 여러분들과 함께 학교 발전방안을 놓고 토론도 하고 고민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강원대 제10대 총장으로 선출돼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대학이 변화될 모습을 상상하면서 가슴이 설레기도 합니다. 개교 이래 많은 분들이 이뤄온 업적을 계승하고, 나아가서는 새로운 도약을 이루고자 합니다. 이제 우리 대학은 양적성장에 머물지 않고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서 세계적인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식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발전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지난해 ‘구조개혁 중점 추진대학’에 지정된 이후, 강원대는 그야말로 비상시국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은 물론, 지역사회의 상처도 컸고요. 지금은 내부 구성원의 화합이 중요한 시점이지만,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해서 1년여 만에 모든 국립대학이 공모제를 도입했습니다. 지난 봄 실시된 우리 대학의 총장 공모제는 전국에서 처음 시행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미비한 점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모제가 학내외에서 전문적 식견은 물론, 다양한 대표성을 갖춘 분들이 참여해 시행한 것이므로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제도도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에 조만간 여러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을 하는 위원회를 발족시킬 생각입니다. 지금은 공모에 참여한 분들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의견과 조언을 듣고 있지요. 또 그분들이 제안하신 대학발전 방안을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행정에 참여하시는 보직 교수님들도 폭 넓게 등용하고 있고요.”

△ 물리학을 전공하셨습니다. 기초과학자 출신의 총장은 드문데요. 기초과학의 저변이 확대돼야 다양한 학문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연구자로부터 일반인까지 실시간으로 연구결과가 전달되는 현실에서 과학의 대중화는 연구의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과학 연구의 진전 속도에 비해 이를 대중으로 확산하는 속도는 매우 느려서 지금 매우 큰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이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유리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일반인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 결과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자 양성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예전과 달리 지금의 연구수준은 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며 또한 생명윤리 등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부분을 다루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연구기관보다는 국립 또는 사립을 불문하고 대학이 연구자 양성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로 연구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즉, 연구를 잘하는 기능적인 면 이전에 연구자는 연구 분야에 무관하게 자연과 환경 그리고 윤리 등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의 토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통섭 및 융합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연구의 방향설정은 물론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연구자의 윤리라고 하는 것이 몇 항의 조문이나 윤리 규정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확립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자 양성은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학 등에 대한 폭넓은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며 대학이 이러한 기능을 잘 담당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학문연구의 후속세대를 키우고 전승하는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대학에 잘 형성돼 있습니다. 학문 후속세대는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대학은 연구결과 도출에 대한 부담이 연구기관보다 덜한 편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연구주제를 실험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가능하며,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여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우수한 연구자를 양성하는데 유리한 입장입니다.

셋째는 연구결과를 확산하고 대중성을 확보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도 대학이 유리합니다. 대학은 학부, 대학원 등 4~10년을 단위로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 연구기관에 비해 대중 노출의 빈도가 높으므로 대중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결과를 확산해 연구 지원을 용이하게 이끌어 내는 것과 연구결과를 대중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것도 대학이 적임일 것입니다. 최근의 연구가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는 현상을 볼 때 이러한 능력의 배양은 지속가능한 연구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 판단합니다.”

활짝 웃고 있는 신승호 총장. 취임 100일을 맞아 신 총장이 강조한 것은 학생 위한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일이었다.

△ 역시 좋은 대학으로 가려면, 유능한 교수를 확보해야 하고, 그러려면 교수평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수평가와 관련, 지표중심에서 탈피하겠다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지표 총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다들 지표 관리를 우선시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실현할 계획입니까.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교원 확보가 중요합니다. 우수한 교원은 탁월한 연구역량이 있을 뿐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교육적인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은 교육 및 연구에 대한 지표향상을 위해 교수들의 업적평가뿐만 아니라 학과평가 및 단과대학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평가 항목들은 대외지표 향상에 포커스를 맞춘 항목들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지표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대학의 각종 지표가 중요한 점은 알지만, 정량적인 평가요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정성적인 요소를 추가해 종합적인 평가 시스템을 만들 계획입니다. 또한, 유능한 교수 확보를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 중에 있으며, 교수와 학과 및 단과대학의 자발적인 역량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보상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 총장님의 주요 발전계획은 ‘르네상스 KNU’로 집약됩니다. 강원대의 르네상스 운동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인데요. 핵심적인 추진 내용은 무엇입니까.

“르네상스 KNU의 본질은 대학경쟁력의 회복뿐만 아니라 대학 정체성의 확보, 나아가 대학문화의 새로운 탄생을 의미합니다. 거점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국립대학으로서의 소명을 다시 확립함으로써 지역문화의 창달을 이끌어가는 것이 르네상스 KNU의 본질입니다. 우리 대학교는 르네상스 KNU를 이루어나가기 위해 향후 4년간 다음과 같은 주요정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단과대학 자율책임경영제 확대

○ 연구역량 제고(연구비지원강화)

○ 교육과정의 유연성 확대(교과목 공동운영, 팀티칭, 융복합학사운영 지원)

○ 대학원 활성화

○ 교육원가 계산을 통한 자원배분 시스템 구축

○ 취업지원 대폭 확대를 통한 취업률 향상

○ 지역발전과 연계한 열린 캠퍼스 운영(수도권 지역 네트워트 강화 포함)

○ 학생 국제화 능력 제고를 위한 국제교류 활성화

○ 머물고 싶은 캠퍼스 조성 등

△ 여러 혁신과제들이 있겠지만, 총장님께서 임기 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현재 학령인구 감소 등 대내외적인 여건의 변화로 인해 많은 대학이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대학도 다양한 전략으로 질적 성장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교육의 질적 수월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학과나 단과대학간의 벽을 허물고, 대신 학문 단위별 경쟁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수학생 지원확대, 우수강의 지원확대, 융복합 트랙 활성화 등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객관적 평가를 통한 경쟁력 제고입니다. 학과, 단과대학, 행정조직 등 모든 분야에서 객관적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주기적 평가를 실시하여 기존의 교육조직과 행정조직의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나갈 계획입니다.

셋째는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발휘입니다. 현재 춘천-삼척 캠퍼스 내에는 물론 각 캠퍼스 내에도 유사학과, 유사조직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러한 조직의 통합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며,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육 및 연구 분야의 보다 다양한 발전적 모델의 제시가 가능합니다.”

△ 화제를 좀 돌려 보겠습니다. 춘천고속도로 개통 이후, 강원대는 준수도권 권역이 되지 않았습니까. 강원대에는 기회인데요. 어떻습니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대학교는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그리고 문화예술이 융합된 르네상스 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며,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학문을 수용하는 르네상스 운동을 통해 거점대학으로서의 강원대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준수도권 지역으로의 도약이라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학생을 위한 교육의 질 향상입니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생의 꿈을 찾아주는 꿈-설계 상담제와 산학협력으로 학과 특성화부터 취업까지 1과 5사제로 기업과 밀착 교류하는 등 융복합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는데 입시의 초점을 둘 것이며 그렇게 선발된 학생들에게 대학은 무한한 기회를 제공해 그들이 살면서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또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이렇게 창의적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받은 우리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 곳곳에 진출하여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면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강원대의 위상이 제고될 것입니다. 학교와 학생이 각자 위치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면 강원대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명문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 단순한 환상만이 아님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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